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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가 불탄다고?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8-30 11:34

요세미티국립공원에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 - 요세미티를 다녀 오신 분들은 모두 그 안타까움에 동감할 것이다.

이번 주말에서 월요일까지 미국은 레이버 데이(노동절)연휴이다. 여름의 마지막, 방학의 끝 물에 있는 이 황금 휴가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요세미티를 예약해 놓았었다.  장엄한 폭포들, 우거진 거목들과 연초록의 광활한 초원,  글레시어 포인트의 장관,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의 하프 돔,  머시드 리버의 맑은 물,  암벽등반가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엘 캐피탄 돌바위, 티오가 패스의 차가운 정기, …. , 펼쳐지는 그 수많은 요세미티의 다양한 풍광들은  어느 곳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보석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숲 속에서 졸리운 아침을 맞았던 로우어 파인 캠프장의 텐트,  큰 아들과 함께 올랐던 하프 돔 정상,  밤새 난로에 장작을 넣어 불을 때워야만 추위를 이길 수 있었던 어느 캐빈,  아침 햇살을 받으며 노래하듯 반짝이며 흐르는 강,  미국인들이 첫째로 꼽는 휴양지, 캘리포니안들의 수많은 추억이 얽혀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불에 탄다니 내 집에 불난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하게 늘어선  레드우드, 세콰이어 나무들이 새빨간 불길과 주황색 연기속에서 온 몸을 태우며 꼿꼿이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은 슬프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하다.

산불이 어느정도인지, 진화는 어느 정도인지 뉴스들을 샅샅이 뒤지다 보니, 아직 요세미티는 무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산불은 요세미티공원 바깥의  서쪽에서 시작해  공원의 일부를 태우고 있지만  중심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까지 불탄 임야가 20만에이커, 약 301 스퀘어 마일즈이다.  다행히 전체 공원의 5%만 불에 타고 있다.  초반 하루 3만 에이커까지 태우던 불길은 이제는 하루 5천에이커로 줄었다.  그동안 서울시만한 면적이 탔단다.  4천5백여명의 소방관이 불길과 싸우고 있다.

한인관광업체는 일단 요세미티 여행을 취소한 곳이 많다.  가족별 개인여행도 보류했다. 요세미티로 통하는 곳곳의  도로상태가 불안하고, 자칫 연기에 휩싸인 휴가가 될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요세미티밸리는 공원 서쪽입구를 통해서만 도착할 수 있고, 화이트 울프나 헤치 저수지 도로는 폐쇄됐다.

그러나  2년을 기다린 후 간신히 캠핑장 예약을 해 놓았던 친구부부는 이번 주 요세미티로 떠났다.  그가 보내 온 소식은 뜻밖이다.  “ 요세미티 밸리, 산천은 무사하다. 트래픽이 적어서 좋다. 예약을 취소하지 말고 오라고 전해라”

위기는 기회라고 오히려 이 친구부부는 평소보다  쾌적한 요세미티를 즐기고 있다.  캠핑장들로는  여행 매니악들이 들어차고,  숙박업소들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계속 손님을 맞고 있다.  산불이 일부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돌려 놓으면서,  요세미티는 어느해보다 한가한,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노동절 연휴를 맞고 있다.  산불의 최전선은  공원중심지에서 20마일이 떨어졌고 요세미티 밸리에서는 연기가 보이지 않는다.

호텔 예약의 취소가 잇달으면서 오히려 방 구하기는 쉬워졌다. 요세미티는 1년중 8월에 가장 여행객이 많이 몰리며 보통 60만명이 방문한다.  이번 8월말은 요세미티의 최근 역사상 가장 한가한  절기가 되겠지만,  불길을 마다하고 찾아 온 방문객들에게는 가장 쾌적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요세미티관광을 예약했던 한인 단체 여행객들은 요세미티 남쪽의 세코이아 국립공원, 와인 농장, 모로 베이의 바다 카약 여행등으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요세미티 관광은 좋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국방부에 무인 정찰기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미국의 보물인 요세미티를 지키기 위해서 즉시 이를 승락했다.  드레인 무인정찰기는 원격조정을 받으며 산불사이를 누비면서 정확한 불지도를 소방국에 보내오고 있다.  어느 지역 불을  쪽집게 공격할 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해서 불은  첫 눈이 올 때쯤이면 완전히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아마 11월?

이번 노동절연휴는 로스엔젤레스시  탄생 231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9월3일 새벽 6시부터  LA사적지인 샌게브리엘 미션에서 LA시 발상지인 다운타운 올베라 스트릿까지 9마일 걷기대회가 열린다.   연휴여행 대신 이 뜻깊은 새벽 걷기에  해마다 많은 ‘ 로스 파블로’(LA 정착민) 들이  거리를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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