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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핵과학자에서 ‘간첩’으로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8-23 10:47

‘로버트 김 스파이사건’은 미국 시민권자 한인이 모국 한국을 위해서 미국에서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사건이었다.  로버트 김씨(한국명 김채곤)는 미 해군정보국에 근무하고 있었다. 

1996년  9월  와싱턴 DC에서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 기념파티에서 김씨는 연방수사국에 체포됐다.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기밀문서를 넘겨주다가 발각된 것이다.

법정에서 그는 플리 바긴(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줄이는 합의)을 했지만 판사는 중형인  9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는 7년반을 감옥생활을 하고 풀려나,  1년이상을 보호관찰형을 마친 후 자유의 몸이 됐다. 그는 줄곧 ‘나는 스파이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한반도 분단의 희생물이라고 말해왔다.

뉴욕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피의자의 가족들이 미주한인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일명  ‘스티븐 김(김진우) 박사’ 사건이다.

스티븐 김박사는 아홉살때인 1976년  뉴욕으로 이민을 왔다.  조지타운대학에서 학사, 하바드대학에서 석사,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이다. 미국 최대의 국립핵연구소 로렌스 리버모어에서 국무부소속으로 정보총괄 선임으로 근무해 왔다.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후에 국무부 공보담당자로부터 폭스뉴스 기자에게 북한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스티븐 김박사는 이에따라 폭스뉴스기자와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폭스뉴스는 그해 6월  ‘북한이 유엔결의안에 맞서 추가로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정보를 중앙정보국(CIA)이 북한내 정보원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연방검찰은 김씨를 기밀누설 혐의, 스파이 혐의로 2010년 8월 기소했다. 유죄확정시 형량은 최고 15년에 이른다.

 스티븐 김씨는 아직도 왜 자신이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바마정부가 잇달은 정보유출로 곤경을 겪으면서 민감하게 반응한 케이스에 걸렸다고 여긴다.

뉴욕에서 ‘스티븐 김박사 구명운동’이 지난주에 시작돼 로스엔젤레스 한인사회로도 넘어왔다.  이명석 전 뉴욕 퀸즈한인회장과 김박사의 누나인 유리 루텐버거변호사는 ‘스티븐 김박사 구명기자회견’을 갖고 그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했다.

김박사는 검찰의 ‘플리 바겐’ 제의를 거부하고 법정투쟁에 나섰지만 비용을 감당키가 힘들다. 현재까지 들어간 법정비용만 80만달러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재판에 또다시 20만달러가 드는데 부모는 이미 집을 팔았고, 변호사인 누나도 수입의 대부분을 쏟아 넣고 있다.

변호인측은 “김박사의 무죄증거를 제출했지만 검찰 쪽은 3년 동안 단 한차례도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며 최근 스노우든 사건등으로 정보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오바마정부가 김박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박사의 누나 유리 루텐버거 변호사는 “이 억울한 케이스에 한인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법원은 간첩사건에 대해서는 강경하다. 미국의 우방 이스라엘을 위해 미국에서 간첩활동을 하다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은 유태계 미국인 조나던 폴라드 사건은 그 한 예다. 

폴라드는 미국텍사스에서 태어나 유태계 가정에서 성장했다.  미국해군 정보사령부에서 정보분석가로 근무하면서  이스라엘에게 여러건의 고급기밀서류들을 넘겼다.  그가 체포된 후 이스라엘 정부도 사과하고 민간차원의 구명운동도 펼쳐졌었다. 

폴라드가 27년째 수감중인 올해에는  이스라엘의 전직 총리등 전현직 고위관료와 지식인, 그리고 일반시민들도 석방 서명운동에 나섰다(대조적으로 로버트김 사건 당시 한국정부는 ‘김씨 개인의 문제로서 한국정부는 관련도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국무장관, 존 매케인 상원의원등도 캠페인에 가세했다.

폴라드 사건은 자타가 인정한 스파이 케이스이고, 로버트 김 사건은 정보가 다른 국가에 넘어간 구체적 사실이 있지만,   스티브김박사 사건은 김박사의 말대로 “원통한 마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근거없는 공격이다.  스티븐 김박사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재판을 버티어 나갈 변호비용이다.  올해 10월 부터 미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탄원서 서명운동과 기금모금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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