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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마켓보다는 식당을 해볼까?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7-19 09:45

코리아타운, 23년전 쯤이다.

필자와 TV리포터 최, TV카메라기자 제이는 글렌데일 지역에서 살인사건 관련 취재를 하고 있었다.

한 아파트에서 한인이 피살된 사건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아파트의 아르메니안 매니저와 승강이를 벌였다. 그는 우리들의 말은 듣지 않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딴 소리만 했다. 이때 TV카메라를 맡고 있던 제이가 나서서 "너희들은 아직도 그 성질을 못 버리냐. 미국에서 살면 미국식으로 말 좀 하자”며 그 매니저를 점잖게 몰아쳤다. 그 당시에도 제이는 봉급쟁이 카메라 기자로 머무를 인간스타일은 아니었다.

몇 개월 후 제이가 코리아타운에 보바집을 차렸다고 들었다. 다른 보바집, 커피숍들은 파리를 날리는데 그의 보바집은 항상 줄이 늘어섰다. 제이는 1년 만에 그 가게를 좋은 가격에 팔았다.

몇 년 후 필자가 단골로 가는 웨스트 LA의 누메로 우노의 피자집에서 제이를 만났다. 그는 그 피자가게를 사서 고급으로 리모델을 하고 있었다. 상냥하고 세련된 부인도 있었다. 부인은 그 쇼핑몰에서 꽃가게를 하다가 피자집이 매물로 나오자 제이와 의논해 산 것이다. 인근의 전문직 백인들을 타겟으로 운영했다. 피자집도 성공했다. 1년 후 제이는 같은 쇼핑몰 안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사서 스시집을 오픈했다. 이 스시 레스토랑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즈음 인근의 큰 주상복합 아파트단지에 대형 스시집이 생긴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경쟁업체의 출현을 막기 위해 그는 주저하지 않고 이 대형 스시집을 사들였다. 그리고 ‘기와(Genwa)’라는 한식집으로 오픈했다.

피자가게와 스시집에서 생긴 이익을 이 ‘기와’ 식당에 쏟아부으며 2년을 고전했다. 드디어 다인종 고객들의 취향을 맞춘 ‘입맛’(순수 한국맛이란다)을 찾아내며 이 식당도 웨스트 LA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온라인 평가 웹사이트 옐프(yelp.com)에서는 LA지역 한식식당 인기 순위 2위에도 올랐다.

그가 이번에는 비버리힐즈로 진출했다. 로스엔젤레스 한인사회의 대표적 식당으로 비버리힐즈 라시에네가 고급식당가(Rows of Restaurant)에 자리잡고 있는 ‘우래옥’을 사들인 것이다. 대형식당으로서 20여년간 이 자리를 지켰던 우래옥은 최근의 불황과 부진을 견디지 못했다. 이 우래옥을 인수해 6개월간의 긴 리모델을 마치고 지난달 ‘기와 2호점’으로 오픈한 것이다. 그는 아직도 필자를 ‘선배님’으로 부르며 깍듯이 대접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달려온 길은 이제 너무도 갈라져 있다.

‘가부키’라는 일식당 체인이 있다.

2013년 미국내 체인 레스터랑 순위에서 일식당으로는 매출 3위를 기록했다. ‘노부’ 1위, ‘베니하나’ 2위, 그 다음이다. 가부키 체인점의 대표는 한인 데이빗 리. 데이빗 리는 LA의 패사디나에서 1991년 첫 매장을 오픈하고 20년간 17개 직영매장으로 늘여갔다. 총직원은 1,400여명, 각 매장당 평균 연매출은 330만달러이다.

가부키의 성공비결은 비싸다는 인식의 스시 요리를 퓨전식으로 ‘적정’가격에 서비스를 한 것. 그의 운영원칙은 ‘정직’이다. “고객들은 좋은 재료를 쓰는 것, 테이블을 깨끗하게 닦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또한 고객들에게 좋은 식사 경험을 주기 위해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데이빗 리는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 1982년 유학생으로 미국땅을 밟고 석사학위를 딴 이민 1세이다. 그는 식당오픈 처음부터 타인종, 전문직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250여개의 메뉴를 개발하며 다양한 고객층의 입맛을 찾아냈다. 그의 성공비결은 돈보다는 서비스를 우선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라스베가스, 애리조나까지 17호점을 개점한데 이어 18호점은 텍사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커, 마켓보다는 그래도 식당이 덜 리스키(모험적) 하다”고 말한다.

코리아타운 윌셔가의 ‘노블 카페’는 LA의 유적 보존건물 윌턴극장에 붙은 고급 레스터랑으로 한인 존 정씨가 인수해 와인과 스테이크로 유명하다. 존 정씨가 이번에 서울 강남에 3번째로 ‘노블 카페’를 열었다. 지난해 강남역 뒷길에 서울 1호점을 낸데 이어 이번에 신사동 ‘가로수길’에 ‘노믈 카페’ 2호점을 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호랑나비 가수 김흥국이 LA 코리아타운에 3백석 규모의 대형 고기전문점을 연다. 식당 이름은 그의 히트곡을 따서 ‘59년 왕십리’. 8월쯤에는 또 개그맨 정형돈의 햄버거집 ‘도니버거’가 코리아타운 마당몰에 오픈한다.

한인 이민자들, 1970, 80년대에는 리커, 세탁소, 주유소가 인기종목이었지만 이제는 대형식당으로 많이 돌아섰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한인들을 넘어 다인종, 주류사회를 공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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