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평화의 소녀상’ - 로스엔젤레스 위안부 전쟁의 승리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7-12 11:03

“일본군 병사들이 줄서서 위안부와의 성관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중 일본군 막사이다. 이 위안부 여성들은 하루에 50명까지 남자를 받아야 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즈가 게재한 2차대전 당시의 사진 설명이다. 줄을 서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일본군 병사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일본군  종군 위안부 추모비’  건립 전쟁은 일본계  커뮤니티와 한인커뮤니티 간의 치열한 여론싸움이었다.  

7월 9일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글렌데일 시의 시의회. 미국내 일본계 주민은 물론 일본 본토에서  쏟아져 들어온  이메일 항의에도 불구하고 글렌데일 시의 5명의 시의원들은 이날 4대1로  위안부 기념비, ‘평화의 소녀상’건립을 결정했다.  

“위안부 이슈는 한국의 반일단체들이  선동하는 것이다. 당시 한국인들이 십대소녀들을 납치해서 넘겼다“ “소녀들이 기꺼이 위안부일을 한것이다” “그들은 위안부가 아니라 돈을 벌려는 매춘부였다” “일본정부는 위안부를 강제한 적이 없다”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인들이 역사를 날조한 것이다” “ 왜 시에서 창녀를 기념하려는가” 항의하는 일본인들의 주장이다.

“14살 소녀가 자발적으로 자기 마을을 떠나 일본군 병사들을 시중들었다고?  웃기지 말라.”  프랭크 킨테로 글렌데일 시의원의 일갈이다.  “일본은 진실에 눈을 감지 말고,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모른다고 해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  “쓰나미 처럼 몰려오는 일본인들의 항의 메일을 받으면서 마음을 바꾸기 보다는,  이 기념비를 꼭 세워야 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  또다른 시의원들의 말이다.   이들 일본인들의 항의에는 후회와  반성보다는  멸시와  폭력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글렌데일시는 로스엔젤스 다운타운과 가까운  교외 주거지역으로 한인들이   1만명가량(주민의 5%)  거주한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글렌데일  한국 자매도시위원회’ 와  ‘가주한미포럼’이    그동안  30만달러 모금활동과 시의회 로비를  통해  이룬  성과이다.   기념비 건립여론이 무르익어가자  일본 총영사관에서 글렌데일 시를 방문했고,  일본의  각종 단체들이 글렌데일 시의회를 이메일과  전화로 파상공격을 했다.  

이번 시의회 모임에는  80명 좌석의  대부분을 일본인이  차지하고 30명이 발언신청을 하며 시의원들을 압박했다.  한인들도  예상밖의  많은 일본인들이  시청에 몰려든 것에  크게 놀라며,  오히려 한인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에 당황했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한인들을 대신해  어불설성의  일본인 발표자들을  나무랐고,   결국 건립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미국서부에서는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이다. 

뉴욕, 뉴저지, 그리고 싱가포르에서도 이  소녀상의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비슷한 저항을  겪고 있다.  글렌데일시는 특히  역사적, 세계적인 이슈에 적극적인데  홀로코스트 피해자 기념,  아르메니안 대학살 추모일등을 제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LA타임즈도  7월14일  1면 탑으로  위안부 기념상 사진을 게재하고  글렌데일시에서의  ‘제2차 세계대전 섹스 노예’ 에 관한 치열한 공방전을 보도했다.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잡혀온   최소 8만명에서 20만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전쟁기간동안  일본군 병영에서  하루 50명까지 성교를 강요당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일본정부가  1993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었다고도  전했다.

기념비는  글렌데일 시 중앙도서관  앞에 세워진다.  힘없고 불쌍했던 위안부들의  엄청난 고통과 희생에  후손들이  전할 수 있는 조그만  보상이었고 ,  동네 미국인들이 보여준 역사적 정의의  용감한  실천이었다.   글렌데일 자매도시위원회의  알렉스 우회장은  “기념비 건립은 누구를 부끄럽게 하거나 욕보이려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경험을 통해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자레 시나얀 시의원은  “도덕적 이슈이다.  코리안 아메리칸 형제 자매들이 고통받은 것을 함께 나누고,  우리의 도덕적 지지와 공감을 보여주는  뜻깊은 한 걸음이다.”고 말했다.  

30일 제막식에  앞서 28일에는 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가  도착한다.  29일에는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과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의 합동 모임도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이미 도착해 있다.  서울에 있는 소녀상과 똑같은 모양으로 제작됐다.  한복에 맨발,  그리고  옆의 빈 의자에는 이 소녀가  꿈꾸었던 인형과  꽃이 놓여 있다.  이 ‘평화의 소녀’ 는  이 세대에도   성적대상, 학대대상으로만  취급되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의 상징으로 앉아 있을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