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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미국으로, 미국인은 한국으로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6-27 17:19

주말에  로스엔젤레스 공항에  나갔다.  한국의 한 대학교로 서머스쿨을  가는 딸을 전송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태어난 딸은  한국 TV에서 나오는 한국의 모습에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이  드라마나  쇼에서 나오는  장면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몇년전 딸을 한국을 보냈더니,  한국에 더 푹 빠져서 돌아왔다.  딸은 한국드라마와 쇼을 보면서 혼자 한국말을 터득하기도 했다.  

한국에 다녀온 로스엔젤스 경찰국의 한인경관이 있다.   미국에 돌아와서  하는 첫마디가 “거리에 전부 한국사람이에요.  큰 코리아타운이에요.” 란다.    한국의 거리에  한국사람이  꽉 차서 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국의 다인종 사회에서 자란  이  LA한인경찰은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 한국인이고  한국말만  한다는 것이 신기했단다.

딸을 전송하는  출구에서 낯익은 얼굴이 지나는 것을 보았다.  이곳에  부인과 자녀를 둔 속칭 ‘기러기 아빠’  이모씨였다.  한국에서 사회적위치도 있고,  재정적으로 넉넉해  한국에서 부러울 것 없이 살만한데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  둘을  부인과  함께 이곳으로 보냈다.  한국에서 교육으로는  도저히 승부를 낼 수가 없어서 미국으로 자녀들을 보낸 것이다.  공직자인 그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잠행으로 이곳 로스엔젤레스에 온다.  필자에게  연락을 할 만 한데 남이 볼까,  말이 날까 소리없이 다닌다.  필자도 그날 공항에서 그가 민망할까봐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미국한인들도 많다.  한국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인 미국시민권자는  4만5천명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9.3%나 증가했다.  2008년의  2만 7천5백명에 비하면 60%가 넘게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이 장기체류를 신청했다고 한다.    한국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한인 미국시민권자도  740여명에 이른다는데  전년도에 비해 87%나 늘어난 수치이다.     

미주한인들은 한국으로,  한국의 한국인들은 미국으로 서로 교차 이동하고 있다.  미주한인들의 한국이동은 주로 노년층 사이에서 많다.  이들이 한국으로 되돌아 가는 가장 주된 동기의 하나는 ‘의료보험’이다.  미국의 의료제도는 보험료가 비싸고, 또 보험이 있더라도  한인들이 제대로 그 혜택을 누리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이에 비교해서  한국의  의료제도는  값싸고,  의사소통이  편하고,  의료기술도  믿을 만 하다.   LA에서 자리잡은 한인들이 말년에 한국행을 시도하는 주요 이유이다.  코리아타운에서 스시집을 운영하며 자리를 잡고, 자식들도 다 키운 한 선배도 말년이 들면서 부부가 함께 한국행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복수국적이 허용되면서 미주한인 시민권자들의 한국국적 회복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국적을 회복한 외국한인   1987명 중에 71%가 미주한인이다.  

반면에  미국으로 오는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자녀를 둔 비교적 젊은 세대가 많다.  이들의 미국이주 동기는 단연  ‘한국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가 없어서’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한국학교에서의  공교육 붕괴,  학생들의 계급화,  학원내 폭력 등의 문제는 처방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단다.  

한국에서 온 한 교육자는 필자에게  “북한이 남한을 침략못하는 이유는 중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 무슨 말인가 했더니,  남한의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서 북한이 못내려 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사춘기 학생들이 정서가  ‘무섭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밀려오는 또 다른 것들이 있다.  빵집, 커피 숍, 치킨 식당등 한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너도나도 미국에 진출하고 있다.  교촌, 탐탐 커피, 빠리바케트 빵집, 까페베네  등 이미 자리잡은 업소들 외에도 춘천닭갈비,  제너시스 BBQ,  꿀닭, 서래 갈매기, 벤또랑,  소공동뚝배기 등이 미국진출을 준비하거나 가능성을 계산해 보고 있다.  이들  한국대형 음식기업들의  미국 교두보가  로스엔젤레스이다.  

한국의 대형자본이나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남가주의 현지업소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 문제이다.  남가주 한인음식업 연합회는 모임을 갖고 이들 한국의 대형 체인점들의 입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의했지만  묘안은  없다.   다만  “좁은 한인상권에 들어와 현지업소와  경쟁하기 보다는  미국 주류상권 을 공략하라”는  충고만 했을 뿐이다.

한국과 미국의 한인들의 교류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고 빨라져서,  바아흐로 로스엔젤레스는 한국의 한 부분처럼 인식되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영토확장이다.
2013년 6월29일  LA통신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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