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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송 소위의 죽음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6-06 13:44

로스엔젤레스 카운티의 세리토스시에는 위트니하이스쿨이 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력 표준 테스트에서 천점 만점에  평균  995점을 맞는 캘리포니아의 최고 공립학교이다.  미전국의 공립학교 순위에서도 항상 5위 안에 드는 명문이다.  이 학교 때문에 세리토스시에는 좋은 학군을 찾아 몰리는 한인, 중국인, 인도인들이 많이 산다.

알버트 송은 이 위트니하이스쿨을  2006년 졸업했다.  우등생이고,  수구(水球)등 학교내 각종 활동에서 리더쉽을 보인 그는  들어가기 어렵다는 육군사관학교  웨스트 포인트에 입학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훈련에서 가장 힘든 수색대(레인저)훈련까지  마치고  소위로 임관했다.   장교 뱃지를 달고  돌아오던 날 가족과 학교친구들은 그를 ‘위트니의 자랑’으로 환영했다.

지난주말 알버트 송은  복무하던 하와이의 기지에서 휴가를 나와 집에 왔다.  그날밤 오랫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LA다운타운의 클럽을 찾아 갔다.  ‘아이콘 LA 울트라 라운지’라는 이 나이트 클럽은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다운타운의 명소였다.

이곳에서 알버트 송소위는 친구 한명이 다른 일행들과 다투는 것을 보고 말리려 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때 뒤에서 공격이 왔고  바닥에 쓰러진 송소위를  3명이  공격하며,  발로  송소위의 머리를 계속 찼다는 것이다.  이들 비겁한 공격자들은 도주했다.

송소위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뇌사상태였다.  그리고 이틀 후 어머니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는데 서명해야 했다.  남편을 암으로 잃고 아들을 남편처럼 의지하던 송소위의 어머니는  아들 옆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장애자인 여동생은 아버지같던  오빠의 죽음에 말을 잊었다.   가족들에게 웃으며 집을 나갔던   알버트 송소위는 이렇게 떠났다.  24살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버트 송을 멘토로 삼고  따르며 결국 웨스트포인트까지 입학했던 한 후배와 그의 가족들도 며칠동안 눈물로 지냈다.  병원을 찾았던 많은 위트니하이스쿨 동창들은  삶의 의미에 대해  회한과  슬픔에 젖었다.

지난 수요일 알버트 송소위의 장기기증이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아들이 평소에 약속했던 장기기증을 허락한 것이다.  그의 장기는 여섯명에게 새 생명을   주게 됐다.  한사람의 죽음은 6명의 삶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가 다니는 성토마스 한인성당에서는 합동연도가 열렸다.  마지막 순간에도 남을 살리고 떠난  알버트 송소위를 위한 기도회였다.

용의자들은  한인일 가능성이 높단다. 

알버트 송소위를 아는 한 한인2세는 ‘쓰러진 사람을 계속 공격하는 비겁함, 그리고  집단폭행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자란 한인들’이라고 말한다.  폭력을 미화하는 한국의 조폭문화이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그룹과  이곳 한인 2세들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에 따라 형, 아우를 구분해서 존칭을 불러야 하고 (2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이름을 부른다),  사소한 언행(예를 들면 쳐다본다고)으로 시비를 벌이는 한국식 서열문화에  한인2세들은  식상해 한다.   일부 한인 유학생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한국의  ‘비겁한’  폭력문화도 이해할 수가 없다.

세리토스 한인커뮤니티는  범인의 조속한 체포를 염원하고 있다.  현역  미군육군 소위가 사망한 사건이어서 육군수사대도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송소위의 소속부대  지휘관은  어머니에게 위로의 전화를 했다.  

지난달  육군 군의관 존 조대령이 별을 달며   상원에서 존 조준장으로 인준받았다.  군의관 출신 한인으로 장성이 되기는 처음이다.  현재 미군내 한인장성으로는 마이클 김 공군소장, 대니엘 유 해병대 준장, 조셉 김 하와이 방위군 공군준장 등이 있다. 

알버트 송소위의 죽음으로   한인사회와 미군은  또 하나의 미래의 별을 잃었다.  한가닥  위로는 그를 통해  6명이 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LA통신  2013년 6월 8일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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