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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잘 뽑았네”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5-10 16:21

“아니 어떻게 영어를 저렇게 잘하노” “원고도 안보고, 다 외웠나?” “표정도 좋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의회 연설 모습을 지켜 본 한인들의 반응이다.

조그만 여자가 미국 국회의원들 앞에서 차분한 카리스마로 연설장을 이끄는 모습에 한 한인은 “거 참, 자랑스럽네” 라고 뿌듯해 했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에게 삐닥한 반응을 보이던  한 40대 동문이 중얼거렸다. “한국 국민이 대통령을 잘 뽑았구만”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 워싱턴을 거쳐 로스엔젤레스를 다녀간 후 많은 뒷얘기들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그녀의 영어실력이 단연 큰 화제이다. 미국의회 연설 초반에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박대통령은 곧 흐름을 잡고 시종일관 자신있게 자신을 표현해 갔다. 본국 한인들도 ‘그 영어실력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박대통령이 의회에서 행한 연설의 어휘들은 대학졸업 이상 수준의 용어들이 대부분이다. 문장구조나 연결도 흐름을 가지고 단락별로 구성이 돼, 실제로 보고 읽기에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박근혜대통령의 영어 실력은 1973년 21살 때 아버지 대통령을 대신해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근혜는 하와이 이민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짧지만 확실한 영어로 하와이 주민들에게 인상을 남겼었다.  

어머니 육영수여사는 해외정상들을 만나며 체험한 ‘영어의 절실함’을 딸 박근혜에게 항상 강조했었다.  박근혜는 이를 일찍 타계한 어머니의 유훈처럼 여기며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등 외국어 공부에 몰두했다.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의 정트리오 일가 스토리도 그녀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함께 지낸 청와대 시절에는 미국인 영어교사와 직접 대화를 하며 회화실력을 다듬었다. 
그녀의 각고의 노력은 숨은 결실을 거두었고, 대통령이 된 후 외국귀빈들을 만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한 미대사, 주한 미군사령관 등이 접견을 왔을 때 능숙한 영어로 그들과 대화하면서 외교가에 소문이 퍼져갔다. 가끔 통역을 쓰는 공식자리에서 통역관의 잘못된 통역을 그자리에서 수정하기도 했다. 중국어도 통역없이 대화할 만큼 능숙하다.

이번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녀의 영어실력을 간파한 오바마대통령이 회담 직후 백악관 뜰을 단 둘이 걸을 것을 제안했고, 박대통령은 통역없이 오바마와 ‘기록이 없는 대화’를 가지며 로즈가든을 거닐었다.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장에서는 통역 이어폰을 빼고 기자들과 직접 영어로 주고 받았다.

박대통령의 영어 연설에 심기가 뒤틀렸는지 한국 민주당의 한 의원이 싸이의 영어실력이 박근혜보다 낫다며, 싸이는 한국말로 노래하는데 박대통령은 왜 영어로 연설하냐며 시비를 걸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뜰 때 그가 미국기자들과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다면 그는 곧 미국언론에서 소외됐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왜 한국대통령이 미국의회에서 한국말로 연설하지 않는가고 달라든다.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 6명중에서 4명이 영어로 연설했다. 이승만, 노태우, 김대중,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다.  미국의회 연설은 한글의 우수성이나 민족주의를 선포하는 자리가 아니고 미국의회와 국민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알리는 자리이다. 당연히 영어가 이들에게 감동의 전달력과 친화력이 있다. 이 영어연설을 통해 박대통령은 기립박수 6차례를 포함해 40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 8일밤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 매리엇 호텔 앞. 2백여 한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을 환영했다.  이어 동포간담회 연회장에 박근혜대통령은 연분홍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님의 LA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연회장에서,  5백여 한인들의 환영박수는 3분이 넘게 이어졌다. 환영열기에 겹친 경호상의 이유로 대통령과의 사진촬영이나 악수는 엄격히 제한됐다.  참석했던 많은 한인들중 연로한 분들은 박대통령의 옷매무새나 머리스타일에서 어머니 육영수여사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박대통령이 뉴욕이나 와싱턴의 동포간담회에서는 식사를 하지 않았지만 로스엔젤레스의 동포 간담회에서는 함께 식사를 나누며 동포들과의 시간을 즐겼다. 박대통령이 다녔던  캐톨릭재단의 성심여자중고등학교 , 서강대학교의 70학번 로스엔젤레스 동문들도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이날 오후 연회시작 전,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 프리웨이의 차들이 10여분간 모두 정지했다. 영문을 모르는 운전자들과  차량들 사이로 경찰 모터사이클과 수십대의 검은 차량,  그리고 리무진들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호진의 차량행렬이었다. 필자의 차도 막혀 서있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호사다마. 박근혜대통령의 대변인 윤창중은 이곳 로스엔젤레스 땅을 밟지 못했다. 

2013년 5월 11일 LA통신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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