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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 대통령의 로스엔젤레스 방문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5-03 17:14

로스엔젤레스 남쪽 샌페드로 바닷가의 높은 언덕. 태평양을 내려다 보는 이 공원의 끝자락에 ‘우정의 종각’이 있다. 한국식 정자로 운치있게 지어지고, 한국에서 공수된 아름다운 큰 종이 걸려있어 이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해마다 연말 자정이면 한인사회 인사들과 주류 정치인, 문화인들이 이곳에 모여 신년타종식으로 새해를 맞는다.  서울 종로의 종각과 거의 똑같은 모양과 기능을 이곳 머나먼 이국땅에서 행사하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이 ‘우정의 종각’ 관리를 놓고 로스엔젤레스 시정부와 한인사회,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이 옥신각신해왔다. 시정부는 예산이 없어 새똥에 더러워지는 종각관리에 무심하고, 한인사회는 말만 요란했지,  관리 기금조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LA총영사관에 관리를 떠맡기는 행색이었다.  LA총영사관은 외국시설물을 총영사관이 관리할 수 없다며 한국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내는 일을 더이상 못하겠다고 뒤로 뺐다.

그러던 총영사관이 지난달 부터 갑자기 바빠졌다. 서둘러 한국본부의 지원을 끌어내면서 ‘우정의 종각’ 보수와 단장에 바쁘다. 박근혜대통령이 다음주에 로스엔젤레스에 오기 때문이다. 왜? 이 ‘우정의 종각’은 박근혜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대통령이 기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6년 미국독립 2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지시를 내려 이 종과 종각을 제작해 보낸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가 미국에 각별한 마음으로 보낸 선물이 남의 자식처럼 방치돼 있는 꼴을 본다면 현직대통령, 딸, 박근혜의 마음이 편하겠는가.  LA총영사관이 책임소재, 관할 운운하며 사리를 따질 때가 아닌 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의 다음주 로스엔젤레스 방문을 앞두고 한국대통령들의 미국방문기를 뒤지다 보면 유난히 박정희대통령부부의 족적이 두드러진다.  말년에 독재자로 오명을 뒤집어 쓴 이 비운의 대통령은 선구자적, 혹은 선각자적인 일을 소리 소문없이 많이 했다. 신기한 일이다.  

이곳 로스엔젤레스에서 한국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50만달러를 익명으로 기부한 인사가 있다. 이분은 기부하는 일을 평생의 신조로 삼고 있는데 로스엔젤레스의 유수한 박물관 LACMA(로스엔젤레스 카운티뮤지엄)에도 현금과 물건들을 기부하고 있다. 이분이 어느날 기부자 모임에서 한 말이 있다. “LACMA에 기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LACMA의 한국관 형성에 박정희 대통령부부의 헌신이 많았다는 것이고, 어떻게 그런 문화적 안목을 일찌감치 가졌는지 신비할 정도”라며 “그분들의 기부를 토대로 뜻있는 미주한인기부자들의 문화재 기부가 LACMA에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박정희, 육영수 대통령부부는 1965년 5월18일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5월25일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 동포리센셥을 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동포들과 같이 한 자리에서 “우리의 많은 애국지사들이 이곳 로스엔젤레스를 독립운동의 거 점으로 삼았었다”며 로스엔젤레스 한인들의 애국정신을 치하했었다.  이 방문에서 박정희대통령부부의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뮤지엄(LACMA) 지원은 오늘날 LACMA 한국관 개설의 주춧돌이 되었다. 로스엔젤레스를 대표하는 박물관인 LACMA를 방문한 육영수여사는 LACMA에  중국관, 일본관은 있으나 한국관이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박대통령부부는 귀국 1년후인 1966년  이곳 LACMA에 한국도자기 25점을 기증하며 한국관개설의 계기를 만들었다.  

박정희대통령은 1974년에는 로스엔젤레스 한인회관 구입을 지원했다. 당시 로스엔젤레스 한인회장단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동포들의 염원인 한인회관 구입을 지원해 달라고 하자,  이민한인사회를 격려한다며 15만달러를 선뜻 지원한 것이다. 한인사회도 매칭 펀드로 15만달러를 조성해  번듯한 한인회관을 구입하게 됐다.

다음주에 박정희대통령의 딸 박근혜대통령이 로스엔젤레스에 온다. 그녀는 2007년 2월 한나라당 전대표로서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했다. 당시 코리아타운에 있는 청운교회에서 2천여명의 한인들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환영했다. 간담회에서 동포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결혼가능성에 대해 긍금해 하자 박근혜 전대표는 “나는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말하면서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이제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대통령이 되어 로스엔젤레스를 다시 오게 됐다. 아버지 대통령이 LA동포사회에 심은 ‘우정의 종각’ ,’ LACMA 한국관’ ‘한인회관’ 등에 걸맞는 족적을 이번 방문에서 남길지 기대가 된다.

2013년 5월 4일 LA통신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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