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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의 류현진, 최경주…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4-19 09:52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 잘 알려진대로 영국시인 T. S. 엘리어트 이다. 
그의 1922년 시집 ‘황무지 (The Waste Land)’에서 첫 챕터를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이라고 시작을 한다. 그가 말한 ‘잔인한cruel ‘이란 단어는 시의 문맥상에서는 ‘잔인한 정도로 아름다운’, 혹은 ‘치열한’이라는 해석이 적당할 것이다. 겨울을 이겨낸 생명들의 부활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419 혁명을 지내면서 당시 희생된 젊은 청년들을 추모하며 이 구절이 많이 쓰여졌다. 

미국에서는 4월이 정말 잔인한 달이다 .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의 연방청사가 차량폭탄으로 폭파되면서 168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680명에 달했다.  4월19일이다.  324개 건물이 무너지고 86개 차량이 불탔다. 미국내에서 911테러 이전의 최대 테러 참사였다. 

범인 티모시 멕베이와 테리 니콜스는 2년전 웨이코 참사의 복수극으로 이 테러를 감행했다. 웨이코 참사는 연방정부가 텍사스 웨이코의 한 종교 집단거주지를 공격하면서 부녀자를 포함한 76명을 사망케 한 비극의 드라마였다. 이 종교집단은 ‘브랜치 데비디안(데이빗 의 가지)’이라 불리우며, 예수 재림을 기다리는 공동생활체였다. 텍사스인들의 전통대로 총기무장으로 자위권을 주장하며 정부의 간섭에 대항했었다. 웨이코 참사가 벌어진 날도 4월19일 이다.

1999년 4월20일 . 콜로라도주 제퍼슨 카운티의 콜럼바인 하이스쿨.  두명의 재학생이 학교에서 총기난사를 하며 12명 학생과 1명의 교사를 살해했다.  범인 두명은 자살했다. 21명의 학생들이 부상했다. 부상자중 한 여고생은 후에 자살을 했다. 꽃다운 학생들의 죽음은 총기규제에 대한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 버지니아 텍(버지니아 공대). 한인학생 조승희가 캠퍼스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32명의 학생을 살해했다. 17명이 부상했다. 미국내 대학 총격사건으로 최대참사였다.  4월16일 이었다. 미주한인들은 그날 낯을 들 수가 없었다.

미국인들에게 처참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들 대량살인극들이 4월에 몰려있으니, 이맘때 쯤이면 미국대륙은 긴장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토크쇼의 캐스터들은 “ 웨이코의 복수극인가?” “잔인한 4월의 악령이 깨어나는가?”라며  불안의 토를 단다. 

4월 이번주. 미국내 최고, 최대의 마라톤 경주라 불리우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폭탄이 터졌다. 3명이 숨지고 백여명이 부상했다. 한 가족의 스토리는 가슴을 저민다. 아빠의 마라톤을 응원나간 리차드 가족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결승점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첫 폭탄이 터졌고, 가족은 이를 피해 달려 나갔다. 그러나 두번째 폭발이 이들을 덮치면서 8살 아들은 사망하고, 6살 딸은 다리를 잃었으며, 어머니는 눈을 심하게 다쳤다. 살아남은 아버지는 어떤 마음일까.

보스톤 마라톤 테러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텍사스 웨이코 인근에서 비료공장이 폭발했다. 웨이코 북쪽의 웨스트라는 조그만 마을이다.  12명의 시신이 확인됐지만 사망자는 60에서 70명까지도 추정이 된다고 한다. 부상자는 수백명이다. 마을 전체가 폭격을 맞은 듯 폐허가 됐다. 4월17일이다. 미국민들에게 또 웨이코의 망령이 되살아난다. 

우울한 소식들 가운데 미국인을 위로하는 한인들의 소식이 잠깐씩 미국뉴스를 장식한다. PGA골퍼 최경주는 골프기자협회가 선정한 2013 찰리 바틀렛 수상자로 뽑혀 시상식을 가졌다. 미국에서 기부와 자선활동으로 공헌을 많이 한 골퍼에게 주는 상이다. 그는 2007년에 자선재단을 설립한 후, 미국의 불우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하이티의 허리케인 피해자, 일본의 쓰나미 이재민을 도왔다. 그는 시상식에서 영어로(연습을 많이 했단다) “나를 돕고 지원한 사람들 덕분에 남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큰 일을 하지 않았지만,  13년 PGA에서 받은 상 가운데 가장 명예로운 상”이라며 감사했다.

로스엔젤레스 프로야구 다저스팬들에게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류현진 투수는 이번주에 ‘어린이 돕기재단 HJ 99’을 설립했다. 어린이 난치병환자, 불우학생 장학금지원등을 위해 백만달러 조성을 목료로 하고있다. 로스엔젤레스의 한 은행도 류선수가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을 때마다 백달러씩 이 재단에 적립하기로 했다. 따뜻한 소식들이다.

T.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 는 ‘4월은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첫 구절 다음에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움트며… 봄비는 잠든 뿌리를 깨운다” 라고 이어간다.  엘리어트가 뜻하는 4월이다.

2013년 4월 19일 LA 통신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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