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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베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2-15 09:23

로스엔젤레스를 겨울에 방문한 분들은  동쪽으로 펼쳐진 산맥의 높은 봉우리들이 눈을 머리에 이고 묵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빅베어 마운튼이다.   로스엔젤레스에서 한시간반 거리에 있는  스키장,    등산코스로 유명하고,  산정상에 있는 빅베어 레이크에서는 여러 레저도 즐길 수 있다.  지난주  폭설이 내리며 스키어들을 들뜨게 했던 이 아름다운  유원지에 일어난 일은 엔젤리노는 물론 남가주주민들을 무섭게 , 놀라게,  슬프게 했다.

빅베어 스키장에 콘도를 소유하고 있는  56살의  커렌과  66살의 남편 짐 레이놀드는 지난  12일  콘도를 청소하러 들어갔다.   부부가 2층으로 올라갔을 때,  거구의 흑인남자와  마주치며 그들은  혼비백산했다.  이남자는 총을 겨누며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부인이 계단을 내려 도망하려 하자  쫓아가 그녀를 잡았고,  부부는 손과 발을 묶이고  베개 커버로 얼굴울 가리운채 침실에 감금 됐다.  묶인 부부는 이제 죽는구나고 생각했다.   침입자는 “당신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도망칠 수 있도록 조용히 하라.” “당신들이 마당을 치우는 것도 봤다. 당신들은 열심히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란 것을 안다.  당신들은 내가  뉴스에 나온 바로 그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  남자가 바로 지난  2주일간 남가주  주민들을  두렵게 하고,  경찰들을 초긴장하게 했던  크리스토퍼  도너이다.  전직 로스엔젤레스 경찰이고,  그 전에는    해군에서 캡튼으로  근무하며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공을 세웠던 무인이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에서  면직되면서  불만가운데 있던 중,   최근  자신의  해군 베테랑 지위도  박탈되자  절망과  분노감에서 복수극에 나선 것이다.    2월3일,  도너는   자신의 면직에 관여한 로스엔젤레스 경찰국 캡튼의  딸과 약혼남을 살해했다(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면직과  관련된 경찰간부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비정규 전쟁을 시작한다고 썼다.  복수의 리스트가 나돌고  관련 경찰간부들, 시청 인사들의 대피나  신변보호가 이루어졌다.   남가주 경찰들에게 전술경계도 내려졌다.    

2월7일  크리스토퍼  도너는 LA 동쪽  70마일 지역의   리버사이드 경찰들에게 발견되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리버사이드 경찰 한명이 숨지고 한명이 중태에 빠졌다.    도너는 자신의 닛산 트럭을 타고 도주했다.    백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렸고,   프리웨이 곳곳에  그의 얼굴이  대형화면으로 올려졌다.   리버사이드에서 사라진 그는 빅베어에 나타났다.  그의 닛산 픽업트럭이 빅베어의  한 도로에서 불타고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병력  6백명이 동원돼  스키장 커뮤니티를  뒤졌지만 크리스토퍼 도너는 자취가 없었다.  그러던  그가  2월13일    이 빅베어의    빈 콘도미니엄에서  부부에게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이 콘도에서  8일부터 있던 것으로 추측됐다.

묶였던  부부는 어떻게 몸을 풀고  911 전화를 걸었다.  “도너가 우리 콘도에서 나갔다!”   경찰, 스왑팀,  FBI들이 모두 튀어 일어났다.  도너가 탄 차량이   빅베어 산길에서  스쿨버스를 뒤쫓는 것이 수렵국 직원에  목격됐고,  추격전 도중  도너의 차량은 길 옆의 눈더미에 쳐박혔다.  도너는  숲속으로 뛰어 달아나다가 인근 보이 스카웃 캠프에서 픽업트럭을 세웠다.  “위장군복과  방탄 조끼, 공격용 라이플을 겨눈 남자가 나무 뒤에서 나왔다.  그가 도너라는 것을  즉각 알아차렸다. 나는 개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   보이 스카웃 캠프의 레인저였던 이남자는 도너가 해치지 않을테니 개와 함께 걸어서 가라는 명령대로 그에게서 멀어졌다.   도너는 탈취차량을 타고 산길을 달려갔고,  추적하던 수렵국직원의 차에 총격을 가해  앞 유리창을 부쉈다. 

수렵국직원도   도주하는 도너의 차에  20여발을  발사했다.  도너는 인근의  캐빈 산장으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셰리프 요원들과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도너의 우세로 끝났다.  캐빈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경찰, 세리프 요원들의 무전기로  “오피서 다운(경찰이 쓰러졌다)” 이라는 외침과   안타까운    구조요청의 교신음이 이어졌다.   빅베어를 관할하는 샌버나디노 세리프국 요원 두명이 총격을 받고  한명이 숨졌다.  그리고 도너는 숲 속 의 빈  캐빈 산장안으로 사라졌다.     

2월12일  오후  눈덮인 아름다운 빅베어의  산장 지역에서 대치극은 시작됐다.  오후 늦게  경찰의 최루탄 한발이 산장안으로 발사됐다.  얼마후 산장에서 연기가  뿜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막히는 적막가운데 산장안에서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도망자  크리스토퍼  도너가 자신을 겨눈  마지막  총격이었다.   그리고  큰 저택 형태의 산장은 서서히 불길에 휩싸였다.  어둠이 깔리우는 산속에 산장의  타오르는  불길만이 빅베어 산을 밝혔다.  산장을 포위한  경찰들은 밤새  산장이 타 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2월13일 아침,  경찰은 잿더미가 된 산장에서 한 구의 시체를 수습했다.  크리스토퍼 도너의  운전면허증도  발견됐다.    

사체 감식반이  새까맣게 탄 도너의 시신을  조사하고 있을 때,  도너의 총격에 희생된 리버사이드 경찰,  34살의  마이클  케인의 장례식이 리버사이드 국립묘지에서 거행됐다.   부인과 4살된 딸을 남겼다.  이번 주말에는 희생된 또 다른 경찰,  샌버나디노 세리프국,   35살 제레미아 멕케이의 장례식이 열린다.  부인과  7살된 딸,  넉달된 아들을 남겼다.  그리고 약혼한지 4일만에  총격 살해된  칼 스테이트 풀러튼 농구부  부코치   28살 모니카 콴,  그의 약혼남 USC  안전요원, 27살 키드 로렌스.   지난 2주간 남가주를 휩쓸었던   크리스토퍼  도너에  총격희생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도너의  차량과  비슷한 차량을 운전하다가  경찰에게 무고하게 오인돼  총격을 받은 가난한  신문배달  두 여성과  젊은 부부들도 있다.  이번에도  미국인의  총기는 그  누구도 방어하지  못하고,  오로지  5명을  살해하는  도구로만 쓰였을 뿐이다.   그 총기의 주인을 포함해서.  
2013년 2월16일 LA통신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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