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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 아메리칸 프로파일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2-08 11:29

교회의 한 미국인이 고향인 독일에 다녀왔다.  그는 독일에서 태어나서 어린시절에 호주로 갔고 , 미국에  이민을 와 정착했다.   

그가  고향인 독일에 가서 겪은 수모를 얘기했다.  그곳교회모임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1분가량 모국어인  독일어로  스피치를 하고 있었는데  모임의  진행자가 그를 막았다.   “네가 편한 영어로 발표하라” .  참석자들의 제안이었다.  어린 시절 독일을 떠나  독일어는 조금 어눌해졌고 영어가 그에게는 제1 언어가 됐다.   그래도 나름대로 독일어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독일어를 사용했는데  본토 독일인들이 그의 독일어 사용을 막은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독일어의 품격을  잃기 때문”이다.  문법적으로 혹은 어휘사용에서 틀린 독일어를 구사하는 것은  독일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에게도 그런 경향이 있다.  외국인들이  뜻모를  어색한 프랑스어로 용감하게 말하는  것을  프랑스어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하며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해서 그들의 모국어가  질이 낮은(?) 언어사용자들에 의해  변형되는 것을 경계한다.     차라리 통역하는 사람을 통해  정확한 언어와  의사전달을 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공식석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영국인들은 미국사람들이 영어를  많이 훼손했다고  지적한다.  발음이나 어투, 단어사용, 문맥의 진행에서  영국 양반계급 영어를  상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미국인들 앞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어떨까.

미국 연방상무부의 센서스 자료를 근거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시아계의 민족별 경제, 문화적 면면들이 공개됐다.   한인들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중에서  ‘소득은 낮고, 영어는 못하는’  부류에 속했다.  조금  부끄러운 모습이다.

우선 소득부터 본다면 저소득층이 아시아 이민자들 중에서 가장 많았다.  저소득층 비율을  민족별로  보면 일본계는 백인과 같은 19%로 가장 낮았고,  한인은 30%로 아시아계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아시아계  전체의 저소득층 비율은 25%로서,   한인이민자들은 아시아계 평균보다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것이다.   라티노는  저소득층 비율이 49%였다.   저소득층보다 더  가난한 빈곤층 비율도  한인이 13% 로서  일본계 9%,  아시아계 평균  10% 보다 높았다.  

캘리포니아 아시아계들의  일인당 연평균 소득은 인도계가 가장 높아   4만3백달러,  다음으로 말레이지아   3만 9700달러,  대만계  3만 8천달러, 일본계 3만6천달러 순이었다.   한인은  1인당 연평균 이  2만천달러로 아시아계 평균 2만9800달러보다 낮았다.  어떤 이들은 한인들이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득이 낮게 집계된 것이라고  이유를 달기도 했다.

주택소유율도 한인이  아직은 다른 민족을 앞서지 못하고 있다. 일본계가 62%로 가장 높고 , 한인은 41%로 가장 낮았다.  아시아계 평균 은 55%이다.   라티노도  44%로  한인들보다  높았고,  백인은 64%로  가장  주택소유율이  높다.

영어사용에서는 한국인이  자랑스러운  한글만을 고집하는  단일민족임을 보여준다.  남가주 거주 한인의 52%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국에서부터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계나 싱가포르인들을 제외하고 일본계, 중국계는  한인보다 훨씬 영어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보다 영어 소통률이 낮은 민족은 베트남계  뿐이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인인구는  50만 5천명이다.   이중 남가주에만 38만 6천명이 거주한다.  민족별로는 필리핀계  79만명으로 가장 많고 ,  중국계   60만 5천명에 이어 한인이  3위였다.   

캘리포니아 내에 한인인구가 다른 아시아계 민족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지만,  경제력이나 영어소통력에서 뒤쳐지는 이유는  배타성,  ‘몰려 살기’등으로  지적됐다.  남가주 한인사회만큼 한글언론이 많은 집단이 없다.  주요 일간 신문만  4개,  한국어  라디오방송  3개, 한국어  TV는  5개사 가 넘는다.  영어신문, 영어방송을  접하려면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대형  한인마켓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한인들은  미국마켓을 갈 필요가 없다.  

‘몰려살기’ –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 이민자들의 특성이지만  넓디 넓은 남가주에  한인들 주요거주지는  몇개 지역,   손으로 꼽는다.   좋은 학군지역에  몰려살면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없다.  미국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의지가 필요하다.

요즈음 남가주로 중국인들이 몰려오면서  ‘칭글리쉬(Chinglish)’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뉴욕 브로드웨이 에서  공연되던  ‘칭글리쉬’라는 코메디 연극이 남가주에서도 공연이 되면서   꽤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이민자들에 의해  잘못 해석되는 수많은 영어구절들,  그리고  중국을 방문한 미국 비즈니스 맨이  영어를 사용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포복절도할  코미디로 둔갑한다.  무대 배경에 등장하는 자막들이 교훈적이다.  그중 하나는 “At least keep up with the English!”  최소한 영어를 유지하고 업데이트 하라는 것이다.

로스엔젤레스에서는  다른 민족들 사이에  요즘  한국어 열기가 대단하다.  LA 한국문화원의 세종학당에서는  한학기에  380명에 이르는  타인종 수강생들이 몰려든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주이유들은   한국문화이해도 있지만  ‘한국드라마를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서’도 많다.  

이민한인 들이  미국에 살면서   미국드라마를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의 품격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 이민자로서의 의무이다.    
 LA통신    2013년 2월9일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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