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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에는 이겼는데…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12-21 11:07

박근혜가 이겼다.  그래서 한턱 잘 먹었다.  내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끔 만나는 스타디 그룹 멤버의  90%가 문재인의 승리를 확신했다.  선거당일 로스엔젤레스의  한 사무실에   모이게 된 자리에서 현직 언론인이,  정확한 최신 정보라며 문재인이  1% 가량으로 승리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고,  본국의  분위기(특히 언론계)를 전했다.  

문재인 승리확실의 소식을 전해 듣는 스타디 그룹 멤버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며 희색이 만면했다.  이들은  대부분 평균이상의 지적수준을 가진  자칭 진보성향의  인물들이었다.   박근혜에게 베팅을 했던 필자와 한 치과의사는, 다른 11명에게 저녁을 사야겠구나 하며 씁슬하게 마주보았다.   

그날밤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아, 지금쯤 결말이 나고 있겠구나.  TV를 켰다.  ‘박근혜 당선확실’.  TV는 온통  빨간마후라 였다.  좌익혁명을 상징하는 빨간  색의  진영이,   정체불명의 노란색  진영 우두머리들의  안색을  질리게 하고 있었다.  진검승부의 혈전,  용호상박의 대결전, 건곤일척의 대첩,  … 갖가지  거창한   수식어가  총동원된   싸움은  이렇게,  말과  제스처가 크지 않은  조용한  한 여성의 승리로 끝났다.

남가주의  박근혜지지파가 모인 코리아타운 윌셔가의  한 호텔.  새벽 1시부터  빨간셔츠나 목도리를 입고 모여들기 시작한 50여명의 지지자들은 대형화면으로 TV중계를 보면서  환호와 박수로 밤을 지새웠다.   같은 시각  올림픽가의   호텔에 모인 문재인지지파.   초반 투표율이  70%를 넘겼다는 보도에  문후보의 승리를 낙관했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를 멀리한 채,  1번은 2번을  계속 따돌리며  앞서갔다.   적막가운데, 새벽 3시부터는  노란색 사람들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다음날 아침,  한국에 전화를 했다.  우선  직장관계로 아는 사람들과 통화를 했다.  대부분 40대이다.   충격에 빠져있었다.    김영삼대통령으로  비롯된  “우째 이런 일이…”라는 유행어가  이들의  일관된 표현이었다.  “내 주변의 친구들 10명중에  1(박근혜)을 찍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40대 친구들은 모두 기호 2번을   찍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곳저곳의 주점에서도 문재인을 찍었다는  말은 그시각의  유행어이고   자랑이었단다.    그리고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역전이 이루어져,   문의 승리는 그야말로 ‘대세’였다.  적어도 그 몇시간만은.

직장에 나왔다.   한국에서  갓 건너 온 30대, 40대가  대부분이다.  분위기가 썰렁하다.  누군가가  “한국에 여성대통령이 나왔네”라고 운을 떼자,  침묵가운데   “왜 그렇게 민감한 화제를 올리시죠?”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왜 졌을까?
                                                                                                                                                                       우선  투표율  75.8%.  이 숫자에 문재인의 민주통합당은 승리를 100% 확신했다고 한다.  2030세대가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5060세대가 더 많이 쏟아져 나왔다.  호남의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영남의  투표율은 더 높아졌다.    날씨가 역대 투표일중 가장 추워  노인네들이나  ‘꼴통’들은 몸조심하며 집에서 이불싸고 누워있으려니 했다.  그러나  맞장이  붙게되면  항상 ‘보수꼴통’들이 더  진지하게  전투적이  된다는  사실을 민주통합당은 간과했다.    
왜 졌을까?                                                                                                                                                                     잘못된  정보들이다.   문재인지지자들, 혹은 최근의  젊은 세대들은   유난히 인터넷,  SNS의 정보에 휩쓸려 다닌다.   한국에서 온  30대  여성직원들의 한 단면을 보자.  박근혜가 원고를 보지않고  연설이나 인터뷰를  버벅대지 않고  차분하게   하는 것에 대해,  “TV카메라 맨들이 박근혜가 원고를 보는 순간에 는 카메라를 딴쪽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번 당선인사말에서도 그랬단다.    TV뉴스룸에만  7년이  넘게 있던 필자의  계산으로는 ,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카메라맨의 묘기이다.    이번 TV 토론에도 박근혜 지지파가  사회자로 선정이 돼  절묘하게 박근혜에게 유리한 진행이 이루어졌단다(민주통합당이 가만 있었겠나?).  이들 젊은 문재인지지파들에게는  유치한 편견이 만연돼 있다.   자신의  친구들이 모두 문재인을 찍었다는 확신도 그 중 하나이다.  
왜  졌을까?                                                                                                                                                               안철수가  선거당일  미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서 선거판을 지켜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마음을 정리하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왔단다.   그는 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나 , 진보 좌파가 집권하는  유럽으로  가지 않았을까?  왜 좌파가 치를 떠는 제국주의 미국에  와서  그의  앞날을 구상하려 할까?   필자와  자주 만나는  30대, 40대들을 보자.  이들은 한국에서 미국소고기 불매운동, 광우병 촛불시위 등 반미적인  신조가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대표적인 한국의  젊은 진보지식인 계층이다.   이들은 왜 미국으로 올까?  미국에서 공부를 원한다.  미국에서 자녀들을 키우기를 원한다.
필자와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자취방에서 뒹굴며 학창시절을 보낸 “대꾸리”(그의 별명)는  박정희 시절 ‘유학생간첩단 사건’(물론 간첩이 아니다)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18년을 복역하다가    김대중대통령때 사면을 받고 풀려 나왔다.  지금은 책을 쓰며 지내고 있다.  그는 어떤 뚜렷한 가치관에 목숨을 걸었었다.  필자의  청년시대때  민주화, 노동운동하던  사람들이 요즘 청년들,  지도자들의   진보, 좌파 운동이나  의식을 보면  정체성을 알수가 없다 .  그들의 애매한  사상이나  처신이,  상식적 가치관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이정희의  27억원 먹튀도 한 예이다).   지난 4월을 비롯해  그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진보 좌파, 민주당이라는 사람들이  선거에서 물을 먹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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