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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크-필-에이…..닭고기와 동성결혼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8-02 16:45

지난 수요일,  남가주  뜨끈한 날씨의 점심시간.   닭고기 샌드위치로 유명한 치크-필-에이(Chick-Fil-A)식당,  고객들이 땡볕 아래  늘어섰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건물을 한바퀴 돌 정도로 업소는 북새통이다. 

웬일 ?  이들  고객들은 옆에서  귀청이 따갑도록  “먹지마!”라고 소리질러대는 시위대에게  싱글싱글  웃었다.  시위대들은 동물보호론자들도 아니고,  채식주의자들도 아니고,  ‘소고기를 더 많이 듭시다’라고 최근 캠페인을 벌이는 소농장 주인들도 아니다.  동성연애자들이다.

치크 필 에이는 미국내에 약  천개의 프렌차이즈 업소를 가지고 있는 치킨 전문샌드위치 업소이다.   일반 햄버거와 달리 건강식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면서 매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식당기업이다.  담백하고 싱싱한 닭고기 샌드위치와  프라이즈의 맛이 괜찮다.

치크 필 에이와 동성연애 단체들의 전쟁은  몇주전에 시작이 됐다.  치크 필 에이 기업이 2010년  동성결혼 반대단체에게  2백만달러가 넘는 기부를 했다는  뉴스가 나온 후이다.  창업자 트루엣  캐디의 기독교 가치관을 자손들이 지켜왔고,  현재의 댄 캐티회장은  여러 자선단체에 기부를 했다. 

그 중에  매리지 엔드 패밀리 파운데이이션(결혼과 가족 기금)이라는   동성결혼 반대의  지도적 단체에게  118만달러를 기부했으니 동성애자들이  열을 받은 것이다.   동성애 단체들은 즉시 치크 필 에이 불매운동에 들어 갔고 전국의 치크 필 에이 업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트위티,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여론몰이를 해가며 치크 필 에이를 압박했다.  

댄 캐티 회장은 즉시 성명을 발표했다. 치크 필 에이는 다양한 자선단체에 기부활동을 하고 있으며,  앤티 게이, 혹은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기업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기업이나 업소에서 권리를 누리며 근무한다고도 했다.  동성결혼 반대단체에 대한 기부는 개인적 신조에 따른 것이며 이는 기업가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치크 필 에이 애틀란타 본부에서도 기업의 정책과 회장의 개인관은 다른 것이라며 회장의 입장과 선을 그었다.  

동성애자, 성전환자,  양성애자 그리고 무신론자들로  이루어진 단체들이 이런 해명으로  물러설 사람들이 아니다.  미아 패로우,  로잔느 바 등의 연예인들이 나섰고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치권에도 압박을 가했다.  보스턴 시장과 필라델피아 시의원,  시카고 시의원등이 치크 필 에이 업소를 자신의 지역구(혹은 시)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위협했다(이들은 기업의 활동 자유,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쪼그라 들었다).

그러나 지난주 댄 캐티 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불에 기름이 부어졌다. 그는 방송인터뷰에 출연해  “ 성경적 의미의 가족 단위에 근거한  가족을 지지한다”며   “우리가  주먹을 흔들며 하느님에게  결혼의  구성에  대해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외친다면,  이 나라에  하느님의  심판을  초청하는 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동성애 단체들이 난리가 났다.  ‘하나님의 심판’이라니.  치크 필 에이 업소들은 밀려오는 항의전화와 시위대에게 연일 곤욕을 치르며  기업 본부에  해결을  호소했다.

때아닌 역전이 시작됐다.  대표적 보수 언론으로 현재  CNN청취율을 압도하고 있는 폭스  뉴스가  동성애 단체들을 공격하며 치크 필 에이 구원에 나섰다. 이들 방송의 유명 앵커들이 치크 필 에이를  즐겁게 사먹는 모습이 방영됐다.  알래스카 주지사로서 한때 대통령 후보로 거명된 사라 팰린의원이  “개인의 신조를 주장한 댄 캐티회장의 기업을 보이콧 하는 행위은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소름끼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녀가  치크 필 에이를 한 보따리를 사는 모습도 보도됐다.

치크 필 에이의 또 다른 지원군이 등장했다.  전 대통령후보 출마자 마이크 허커비.  라디오 방송 진행자이기도 한 그는 분노의  톤으로  소리쳤다.  --  “진보적이라는 세력들이 사악한 언어와  참을 수 없는 희생을 통해  미국적 가치관을 가진 한 위대한  기업을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허커비는 8월1일을  ‘치크 필 에이 감사의 날’로 선언했다.  그날로  그의 웹사이트에  ‘감사의 날’  참여를 통보한  사람이  60만명.   

8월1일,  헐리우드 선셋 블러버드의 치크 필 에이 에는 점심시간 수백명의  치크 필 에이 지지자들이 늘어섰다.  그중의 한 고객이 한 말이다. “미국인들이 옳은 일보다는 정치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  나의 참여로 이같은 정치적 왜곡을 물리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설 것이다.”  

이날  선셋길에는 무지개깃발(동성연애 지지)을 휘날리는 차량들의 경적, 시위대의 외침이 교통혼잡과 어우러졌다.  약방의 감초처럼  ‘닭을 도살하지 말자’는 동물보호론자들의  목소리도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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