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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흉년이 건강한 미국인을 만든다?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7-20 10:20

이번주 일리노이 주지사는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  “비가 오도록 기도합시다” . 

일리노이주는 옥수수와 콩의 주산지이다.  미국은 지금 삼국지의   제갈공명이라도 불러서 기우제를 지내야 할 판이다.  

와싱턴 DC, 뉴욕지역등은  화씨 100도를 넘는 기록적인 더위가 일주일을 넘겼다.  아름다운  콜로라도주에는  주역사상 최대의 산불이 나면서 만에이커 이상의 삼림과  주택 6백채가  잿더미가  됐고,  보험사는 4억5천만달러의  피해를 계상했다.  모두 가뭄에 따른 재해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미국땅의  33%가 극심한(severe) 가뭄 아래 있고,  미국땅의 55% 는 상당한 정도(moderate)의 가뭄에 처해있다.  가장 심한 곳이 중부 록키 산맥,  대평원,  그리고 오하이오 밸리이다.  

1956년 이래 최대 가뭄이다.   캘리포니아는 그나마  콜로라도 강에 의지하고 있지만 강이 없는 일리노이, 인디애나주등은  비와 샘물에만 의지하며  작물을 키우거나  가축을 몰고 다닌다.  하늘만  바라보는 수 밖에 없다.  

지난 수요일  미국정부는 미국 국토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며  29개주,  1297개 카운티에   재해지역을 선포했다.  가뭄의 직접적인  충격은  그로서리 마켓에서 피부로 느껴진다.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농작물은 옥수수이다.   이 시기에  날씨가 너무 뜨거우면 옥수수 낱알이 영글지 않는단다.   주산지에 있는 옥수수 수확의  31%만이  ‘좋은’  품질 딱지를 받았다.  작년의 경우  66%가  ‘좋은’  품질이었다.  

콩도 마찬가지이다.   품질은 ‘열악’하다.   옥수수와  콩은  미국 식탁에  끼지  않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켄터키 프라이  치킨의 사이드 메뉴이고,  스테이크 바베큐에  한자리를 차지한다 . 

옥수수는  소, 돼지, 닭의  주요 사료이기도 하다.  옥수수 값이 오르니  사료 값도 오르고 ,  가뭄에  목초지 까지 잃은 목장들은 소들을 키우는 대신  도축하거나 내다 팔고 있다.  다 자라지 않은 소들을 도축할 경우 공급에 공백이 생기며,  이들을 다시 키워내는데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  

이번주  농무부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콩을 포함한 모든 곡식들의  작황과  품질이 열악하다며 그 심각성을 보고했다.   탐 빌색  농무부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의회가 신속히 농민들을 지원할 방안을 찾을 것을 호소하면서,   자신은 비가 오기를 기도하고 있고  비를 맞으면  춤을 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농산물 보험회사들이 가뭄피해를 입은 농가에 지급한 보험액은 사상최대인  110억달러이다.  올해  이 기록을 또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해는 가뭄이 미국 남부지역을 치며 축산업과  삼림업에 타격을 주었지만  올해는  미국 농업중심지인  중서부까지  강타했기 때문이다.  보험액  지급 증가도 결국 소비자 농산물 가격에 반영된다.   

문제는 가뭄에 따른  농작물 가격인상보다는 이에 편승하는 바가지성  추가 인상이다.  옥수수 가격이  지난  6월보다  30% 정도 올랐다.  농무부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때  장바구니에 반영되는 옥수수 인상폭은0.3%  정도로 미미하다. 

가뭄으로 도축하는 소가 많아지면  일시적으로 소고기의  비축량이 늘어  당장은  소고기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이번 가뭄의  가격인상 충격은 내년초부터  반영이  될 것이라는 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석유시장과  마찬가지로  농산물  유통업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내년초 비축량이  부족할 것을 예상해  미리부터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다.  대형 농산물 원자재,  즉  단백질 원자재인 육류, 생선류들은  때를  만난듯이  값이 올랐다.   벌써  소고기  값은 연초에 비해  4% 나 올랐고,  생선값은 7%나 올랐다.    콩값, 밀값은 2008년이래 최고가격이다.  우유값 인상도 빠뜨릴 수가 없다.

이 가뭄과 농산물 가격에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역설적이고 흥미있는 전망이 나왔다 – “이 시기에 미국인은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우선 옥수수를 보자.  옥수수 생산량의 20% 만이 미국인의 식탁에 오르고,  80%는 사료와 에타놀(대체연료)  원료로 쓰인다. 

사료값이 올라  고기값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육류  포식을 줄이게 된다.  미국내 생산 옥수수의 85%가 유전자 조작품인데  이것을 먹고 자란 가축을 덜먹는 효과도 있다. 

대체연료 에타놀 가격이 오르고,  필연적으로 개스값이  오르면  (보리값이 오르면 쌀값도 오르듯이),  미국인들은 공공 교통수단을 더 이용하고,  출퇴근에 자전거를  타고,  더 걸을 것이다.  

60년만의 가뭄은 미국인들에게 고기를  적게  먹고,  승용차 이용을  줄이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불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음식과 개스를  무제한적으로 소비하는 미국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가뭄도 필요하다는 발상이다. 

환경론자들은  또 소비자들이  육류와  개스 소비를 줄일 때  그 상품들의 가격들도 자연히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게 먹는것  - 가뭄과 함께  다가오는 식비부담을  벗어나는  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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