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미라클마일 한인 살인사건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6-30 14:13

“로빈 조.  한건의 일급살인   유죄,  두건의 이급살인 유죄.”   배심원 평결이 낭독되자  피고석에 서있던  로빈 조씨는 테이블 위로 엎어져  쓰러졌다. 

그의 변호사는 벌떡 일어나며 들고 있던 서류종이를 꾸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로빈 조,  한국명  조규빈,  53세.   송지현씨를  테이프로 입을 막고 몸을 묶은 뒤 머리에 총을 쏴 살해한 혐의로 일급살인 유죄.   송지현씨의  두살 짜리 아들 송현우와  그의  보모 민은식씨를 살해한 혐의에서는 이급살인죄 유죄평결이 내려졌다.  

사건당시 56세의 보모 민은식씨는 현우군을 몸으로 감싼채  목욕탕 욕조에  숨어 있었다.  이들  두사람을 먼저 죽인  로빈 조씨는 이어서  당시 30세의 송지현씨를 처형식으로 살해했다. 

시신들은 모두 목욕탕에 있었다.   2003년 5월5일 발생한 로스엔젤레스의 미라클 마일 한인살인사건 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준 채 자칫 미궁으로 빠져들뻔 하다가 ,  9년만인  이번주 6월26일 범인에 대한 유죄평결이 내려진 것이다.  다음주에는 형량 선고가 내려진다.

이 사건은 처형식 범행의 끔직함,  로스엔젤레스의 안정된 중산층 거주지역에서 발생한  점, 그리고 용의자나 범행동기가 좀처럼 밝혀지지 않은채   6년을 오리무중에서 헤매다가    영화같은 수사진행과 함께 결말이 나면서  다시 한번  로스엔젤레스 한인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로빈 조씨의  DNA 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것이 결정적인  단서였다(그러나 변호인측은 이 DNA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당초 경찰은  피살자 송지현씨의 남편인 송병철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올렸다.   숨진 부인의 결혼반지나 명품시계가 그대로 있었고  도난물품이 없던 점,  그리고  사건현장인 아파트가  외부침입이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  애정이나 원한관계의  면식범 소행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남편 송병철씨는 다른 여자와  불륜의 관계에 있었다.  익명의 제보 편지도 경찰에 배달됐다.  송병철씨가 나이 어린 여자와 사귀면서  부인과 가족을 살해하기 위해 한국에서 해결사를 고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타자기로 쳐진  이 편지는 그러나 송병철씨가 아닌 다른 용의자에게로 실마리가 이어진다  -  로빈 조씨.  

우선   범행현장에서 범인이 송지현씨를 묶을 때 착용했던 라텍스 장갑의 찢어진 조각이 송씨를 묶은 테이프에 붙어서 발견됐다.  피살자는 항상 자기를 죽인 사람에 대해  소리없이 말하고 있다는  철칙이다.  여기에서 발견된 DNA가  로빈 조씨 것과 일치됐다.  

그런데  어떻게 로빈 조씨의  DNA 샘플이 경찰기록에 있었는가.   로빈 조씨는 사건후 3년이 지날 즈음인  2006년 6월,   250만달러  투자사기로  체포되면서 이때  수사관행대로  DNA 샘플을  경찰에  제공해야 했다.   

이  DNA샘플을  컴퓨터에  입력하던  경찰은, 3년전  미라클 마일  살인사건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컴퓨터의 신호음에  놀란다.   

수사는 재개되고 급진전을 이루었다.   조씨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한인들에게서  200만 달러 가량의 투자금을 횡령했으며,  사건당시에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반환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당시 이  거액 투자사기는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었다.   결국 2006년 형사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그의  DNA가  떠오른 것이다.   

의문의 제보편지 – 이 편지의 발송자는  자신의 신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수준이하의  실수를 했다.   발송편지의  소인은  헐리우드 우체국이었으며  로빈 조씨는 이 우체국에  사서함을 가지고 있었다.  

편지에  붙인 우표도 시중에서 잘 쓰지 않는 수집용 우표였다.  경찰은 로빈 조씨가 우표수집가 였음을 발견한다.  

조씨는 이 편지를 통해   ‘날 잡아 가슈’ 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 없었다.  편지를 타자한 타자기도 조씨의  친척집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조씨는 사건당시,   피살자와 같은 아파트의 일층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의  주차공간도  피살자의 바로 옆자리였다. 사건발생  6년만인   2009년 3월 드디어 체포된 로빈 조씨는 또 스스로 무덤을 팠다. 

수사경찰이 사건현장의 장갑얘기를 꺼냈을 때,   수사관이 얘기도 하지 않은 장갑의  종류(라텍스)를 말한다.   

검찰의 모든 증거를 듣고 본 배심원은 일주일간의  심의끝에  모든  혐의에서 유죄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미심쩍은 것은 아직도 범행의 동기를 정확히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왜 죽였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조씨는 어떤  이유인지 그 장갑을 끼고 , 그 집에 들어가,   6발의 총격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범행에서 도난된 물품이 없으며,  조씨가 범행을 저지를  동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범행에 사용된 장갑은 다른 사람이 가져간 것이며,   DNA가 발견된  장갑조각에는 숨진  송지현씨의 DNA도 있는 등 더 설명될 부분이 많다며  조씨의 결백을 주장했다.   

조씨가 거의 바보수준으로 범행 모습을 드러낸  증거들은  누군가가  치밀하게 증거를 심어 넣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때  용의자로 지목되며  9년간  고통 속에서 지냈던 남편이자 아버지인  송병철씨는  살아남은  큰아들과  함께 아내와 작은 아들, 그리고 보모의  묘지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는 다음주의  형량선고까지 지켜 볼 것이라 한다.  그는 범인의 사형을 요구한다.   남의 집에서 숨진  보모  민은식씨의 딸은 유죄평결 소식에  말을 잇지 못한다. “매일 매일이 엄마 죽은 날이었다.  이제 그 끝날이 온 것 같다.”  

미라클 마일 살인사건은 또 한건이 있다.  필자와  친했던 후배 기자가 2007년 4월  재혼한  부인에게  총격살해되고,  부인도 자살한 사건이다.  기자생활을 끝내고 큰 사업을  일구던  이 후배기자는 여자 문제로 부인과  다투다가  이 지역 자신의  콘도안에서 비극을 당했다.  

자기방어를 위해 소지한  총기로  자기방어를  한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  남과 나를  죽이는데 사용됐을 뿐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