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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살리는 사람들 –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5-31 16:23

대니얼 임, 육군  제17화기여단 제3 야전포병대 5대대,  미사일 전문,  병장, 2010년 7월 24일 전사 23살.

이번 주 월요일 은 메모리얼데이(현충일)었다.  “아들은 집에  와서 있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나  그날은  아빠에게 일찍 귀대해야 된다고 말했죠.  휴가를  끝내지 않았어요.  그의  분대 동료들을 돌보아야 한다고요.   부하들이 자기가 성장한 것처럼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당시 어머니의  임순연씨의  말이었다.  남가주 출신의  잘생긴 한인청년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지2년이 되었다.  대니얼 임병장은 아프가니스탄  콸라트에서 차량이동중 길에 매복된 폭탄공격을 받고 동료 3명과 함께 전사했다.   임병장은  당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애는  ‘No’라는 말을 전혀 안했죠. 항상  ‘OK’라고 했어요.” 

군대에서 받은 첫번째 봉급으로 부모에게 명품 선물들을 사주며 즐거워 했다.  어린 여동생  에스터를  항상 그리워해서 어깨에  동생이름 타투를 새겼다. 

부모가   가족운영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7살 아래의 여동생을 돌보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그래서 별명이 에스터의 ‘둘째 엄마’ 였다.  여동생의 롤러 블레이드를 어깨에 메고 자신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동생을 픽업하러 학교로 갔다. (그는 동네  롤러학키 팀의  선수로 뛰었고 2001년 팀의 최고 득점자이기도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여동생에게 아이스크림이나 캔디를 사주었다.   이제 열 여덟살이 된 에스터는  오빠가 군대에서 보내왔던 편지들을 보며 “그때는 오빠가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데, 이제 그 모든 것들이 특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아요.” 

임병장은  LA 남쪽의 사이프레스 시에서 자라나 가든그로브의 퍼시피카 하이스쿨을 졸업했다.  캘 스테이트 롱비치대학에서 기계공학,   교사직을 배우고 싶었지만  

대학 1학년때 육군에 지원한다.  미주리와 오클라호마에서 기본병기 훈련과  미사일  시스템  훈련을 마친 후  한국에서 31개월을 근무했다.  대니얼 림의  소속대대는   2009년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된다.  “그애는 진짜 군인이 되기를 원했어요.  군인정신이 대단했어요.   4년만에 서전트(하사대리 근무 병장)가 됐고 수많은 메달들을 받았어요.  육군에 있는 것을   즐거워 했죠.”

그가 받은 훈장은 육군명예복무훈장, 육군유공훈장, 테러전쟁 근무기장,  국방근무기장,  ...  지금도 그의 사이트에 올라있는  동료들의 추모사는  뭉클하다. ‘지난 3년간 너를  친구로 부를 수 있는 행운이 있었지, 형제여’,   ‘보고싶다, 신이 있는 곳에서 만나자, 형제여’ ..

“아프간에서 그애는 주말이면  부대  전화기 앞에 몇시간씩 줄을 서서 꼭 집으로  전화를 했지요.  그렇게 가정적이었어요.” “ 자기 쓸돈도  없었는데 항상 우리들에게 무얼 사줬어요.”  이대목에서 어머니는 이제는 다 쏟은 줄 알았던 눈물을 다시 쏟았다.

이제  2년,   가족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됐다.  아버지 임우방, 어머니 임순연씨가 임병장의  전사자 보험금, 정부보상금 그리고  임병장의 신탁기금등을 모아  마련한  60만달러의  장학기금으로  아들의 뜻을 기리게  됐기 때문이다.  ‘대니얼 임 병장 추모장학재단 ‘이다.  

지난해 7월23일  11명의 학생들에게  천달러씩 장학금을 줄 수 있었다.  올해는 15명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익명의 독지가가  소리없이 내놓은  5천달러도 추가됐다.  “대니얼은 떠났지만  생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아들의 뜻을 기리려는 것이다.”  다니엘 임병장의 아버지 임우방씨의 말이다.  “대니얼이 남긴 돈을 우리를 위해 쓸 수는 없었죠.”

2년전,   2010년 7월24일 토요일,  사막  먼지 피어 오르는 먼나라의 각박한  땅에서  대니얼 임병장과  함께  천국길을 떠난 동료들을 적어본다.  콘라드 A. 모라,  하사, 24살.   조셉  A. 바우어, 상병, 27살.  앤드류 L. 핸드, 일병, 25살. …. LA Times 에는 오늘도 일상처럼  아프간에서 전사한  군인 명단이 올라온다.  토피가 타우로토, 일병  23살.  

또다른 리스트들도 있다.  카니 신 UCLA학생 ,  이민지 하바드학생,  크리스토퍼 박  뉴욕 노스이스턴  대학생…. 지난해  대니얼 임병장의 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명단이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죽은 자들 덕분이다.  한알의 밀알이 죽는다는 것은 이런 뜻일게다.

 연휴를 맞아 산으로 바다로 그리고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목들이 트래픽 잼을 빚지만 국립묘지로 가는 길들은 한산하다는  삽화가 신문에 실렸다.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우리는 이말을 너무 흔하게 써와서 값없이 들린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젊은이들 덕분에 우리는 아무  공로 없이  휴일이라는 보너스를  받는다.   메모리얼데이가 무슨 날인지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도 없이  연휴를 즐겼다. 

이날 대니얼 임병장의 가족들은  리버사이드의 국립묘지로  아들을 찾아갔다.   이들 가족들의 모습은 너무 행복하다.  동생 에스터는 눈가에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지만,  그녀의 미소는  왜 대니얼이  엄마처럼  그녀를 돌보았는지, 어깨에  그녀의  타투를 새겼는지를 이해하게 한다. 

아버지, 어머니의  빛나는 얼굴들은 하늘에 있는 임병장도 기뻐할 모습이다.   6월말이 마감인  대니얼 임 장학금 신청 지원은 재단 홈페이지 www.sgtdaniellimmemorialfoundation.com  혹은 www.sgtdaniellim.com으로  할 수 있다.  

2012년 6월2일  LA통신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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