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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제일 싼 장 바구니 – 로스엔젤레스 한인마켓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4-30 11:59

랄프스,  앨버트슨,  본즈…최근  10여년간 로스엔젤레스 인근에서  줄줄이 문을 닫은 미국대형 마켓 체인점 이름들이다.   이들 체인점들은 처음에는 왜 영업이 안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이들 미국 오리지널 대형 그로서리 체인점들은 그 이유를 알았다.  그후로  이들 굴지의 미국 대형체인점들은  한인 거주지역에 영업장을 열지 않는다 .  도저히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의 인구구성이 바뀌면서  주요고객층인 백인들이 떠나고,  각 인종들이 원하는  식품들의 구색을 맞추기가 불가능했다.   또한   채소나 과일 가격에서는   한인마켓들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고구마  한박스에   1달러99센트 ,  파 10단에  1달러99센트 등등 미국 체인점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가격들로 세일을 해대는 한인마켓들에  이들은 줄줄이 손을  들고 나갔다.  한인마켓에는 한인뿐 아니라  중국인, 인도인, 필리핀인 등 다양한 아시안 고객들도 몰린다.   한인마켓 인근의 중국, 필리핀마켓들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지난 주말에  또 대형 한인마켓 두곳이  오픈했다.   오렌지카운티  라팔마에  한남체인 7번째 매장이 오픈했고,  터스틴에  우리마켓 3호점이 오픈했다.    2만5천에서 3만스퀘어 피트에 이르는  매장 규모에  2백에서 3백대의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한달전인  3월21일에는 아리랑마 켓   2호점이  풀러튼에 ,  3월23일에는  우리마켓  3호점이 어바인에  오픈했다.  이로써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엔젤레스와 오렌지카운티에는 무려   35개의 대형 한인마켓이  들어섰다.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  이들의 피튀기는  경쟁은  그래도 걱정스럽다.    남가주지역의  대형  한인마켓  분포를 보면  로스엔젤레스 코리아타운에  8개 등  LA카운티에   19개,  풀러튼, 어바인등의 오렌지 카운티에  18개,  샌디에고에  1개등이다.  마켓체인으로  한남체인은 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고  갤러리아는 4개,  H마트 4개,  시온마켓  4개, 우리마켓 3개,  HK마켓 2개, 아씨마켓  2개,  아리랑마켓  2개 등이다.  

이들 마켓들은 나름대로 지역별로 한인인구등을 계산해서  마켓을 오픈했지만  오픈의 주요목적은  “경쟁마켓을 죽이기위해서”이다.  너가 죽지 않으면 내가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신생마켓 체인으로 떠올라  3개 체인점을 운영했던 한인  프레시아 마켓은 피말리는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로 모두 문을 닫았다.             

어떻게 살아남는가.   “ 무조건  싼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자본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도매상 가격을 최대한 끌어내려야 한다.”   물건을 받는 도매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는 대량구입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더 많은 매장을 오픈하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   

한인들은  장거리 운전보다는 주변의 가까운  한인마켓을 찾기 때문에  체인매장이 많은 업체일수록 살아남기가 유리하다.   또한 매장이 많을 수록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진다.  그래서 한인 마켓들은  매장수 늘이기에 명운을 거는 것이다.  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종업원임금이나 복지 등은 좋은 조건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 한인마켓들  직원들의   근무는 거의  살신성인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한인 마켓들의 또다른 특이한 생존법은 마켓안에 입주한 음식점, 화장품업소, 건강식품점, 커피샵등에서 나오는 렌트비 수입이다.   마켓에 입주한 소매업소들은   마켓을 찾은  손님들을 공유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으며  마켓과 상생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일반 비즈니스 건물들의  공실률이  높은데 비해  마켓 소매점들의 공실률이 낮은 이유의 하나이다.  

바야흐르 가열되는 한인마켓들의 진검승부는 LA 남쪽의 부촌 오렌지카운티에서 결판이 날 성 싶다.  한인들의 새로운 밀집거주지로 떠오른 ,  학군좋고  거주환경이 뛰어난  어바인과  풀러튼지역에서의 상권경쟁은 치열하다.  이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서 마켓 오픈식에는 지역사회 유지들이 대거 참석한다.  지난주의  두 마켓 오픈식에도 지역시장, 경찰국장,  카운티 수퍼바이저등  많은 미국정치인들과 은행인들이  참석했다.        영국의  소매 자이언트 회사인 테스코(Tesco)는 2007년  의욕적으로 캘리포니아에  진출해  프레쉬 앤 이지(Fresh & Easy) 그로서리  체인점을 열었다. 

2009년까지 미전역에 200개 체인점을 오픈할 계획이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를 영국식으로 접근하려다가  2년째 큰 코를 다치고 있다.  올해도  미전국에서  12개 매장을 닫기로 했고,  그중에  캘리포니아의  7개 매장이 포함됐다.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인종구성과  이들 인종들의  배타적인  식품구입 패턴을 이해 못했기 때문이다.  프레쉬 앤 이지 마켓등 주요 미국마켓들은 깨끗한 매장, 반짝반짝 빛나는 사과들,  깨끗이 진열된 채소들,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투명 플라스틱에  싸인  농산물들을 자랑한다.

그러나 한인등 아시안들은 이같은 변수들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매장 바닥에  배추 껍데기가  밟히거나  다소 어수선해도 괜찮다.  토마토는  이리저리 눌러봐서  탱탱함을 느껴봐야 한다(자주 눌러서 터진 토마토들도 있다).  포도는 슬쩍 따먹어 맛을 보아야 한다.  오이,  고구마, 무우등은 산처럼 쌓아 놓으면  한인손님들이 구석구석 헤집으며 좋은 놈을 골라야 한다(다 똑같아 보이는데도).   남가주의  한인마켓들은  이제  단순한 마켓에서  인도어 쇼핑멀로 탈바꿈했다. 어쨋든 그들이  벌이는 무한경쟁을 통해  남가주의  한인 고객들은 가히 전세계에서  가장 싼 식품들을 공급받음을 자랑한다.  그래서 로스엔젤레스는 한식의  메카가 되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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