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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리노가 보는 뉴욕 풍물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3-31 16:09

뉴욕에 출장을 왔다.  뉴욕, 보스톤,필라델피아의 주요대학을 방문하는 일인데 콜롬비아 대학, NYU,  파슨즈,  빙햄튼,  스토니 브룩 뉴욕주립대, UPenn,  하버드, 보스턴 대학등  하루에  1개 대학씩을 방문해 미팅을 갖는 강행군이다. 

우선 춥다.  섭씨 영하 1도.  맨하튼 고층건물사이로 불어대는 매서운 바람은 속옷까지 파고 든다. 로스엔젤레스에서 뜨듯한 날씨에 느긋하게 지내던 엔젤리노에게는 정신이 번쩍나는 날씨다.  다운타운을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24시간  움직이는 뉴욕시스템을 본다. 

번쩍이는 대형화면에 각종 캠페인과 광고가 화려하게 돌아가는 고층건물 숲에는 대형 기업체들뿐 아니라  각종 스몰 비즈니스들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특이한 점은 거리마다 왜 그렇게  카메라점이 많은지. 아마 관광객들 대상일 것이다.  이들 카메라점에서는 구형 셀폰, 컴퓨터 부품등 싸구려 잡동사니 전자제품도 같이 파는데,  망해가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요즘 누가 카메라를 살 것인다. 

셀폰이 다 해결해 주는데.  그리고 아이폰, 스마트폰이 대세인 세상에 이들 딜러쉽 없는 잡화상들은 전화기를 빅세일을 한다고 벽마다 붙여 놓았지만  매장은 텅 비어 있다.  엔젤리노에게  신기한 것은 이들 업소 주인들이 하나같이 중동계, 인도계 사람들이라는 것.    짧은 인터넷  연결선을 20달러를 내라고 해   웃으며 돌아서니까  “5달러”라고 소리친다.   포르노업소도 큰 길거리에  피자집, 약국등과  나란히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이런 비즈니스가  다운타운 번잡한 트래픽 가운데 있다니 신기하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이런 지역이라면  당장 퇴출당할 업종이다.  이들도  막장으로 가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브로드웨이 극장들도 그 옛날의 전성기로 치장을 하고 서있지만   힘겨운 숨을 내쉬는 것이 느껴진다.  네트플릭스  비데오 다운로드 시대,  유튜브와 페이스북, 아이패드의  새 세대들이 브로드웨이의 고상함,  예술성 그리고 번잡함을 외면한지는 이미 오래이다.  

물가는 왜 이렇게 비싼가.  호텔 인근에서 넥타이 맨 사람들과 함께 찾아가서 먹는 평범한 레스터랑에서 한끼를 먹는다면  세금, 팁 포함해 일인당 20달러는 지불해야 한다.  조금   격을 높이면  아침 오믈렛이 $12에서 $14,  오렌지 쥬스 한잔이 $5,  스무디 $7이다.  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시 로스엔젤레스가 그리워진다  -  코리아타운의 그 풍성한 먹을 거리( 양과 질에서 한식으로 는 세계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호텔  근처에  유명한 세이크 색(Shake Shack) 햄버거 가게가 있다. 

항상 매장 밖으로 줄이 늘어서 있는 햄버거 가게이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인 앤드 아웃 버거  만큼 한국인들에게 인상이 좋은 곳이다.   다만 가격은 로스엔젤레스의  꼭 두배이다.  둘이서 햄버거,  프라이와 코크를 먹었더니 25달러 나왔다.

요즘 핑크 슬라임(pink slime  고기를 갈아  튜브형태로 파는 것)의 해독이 폭로되면서 핑크 슬라임과 간고기(ground beef)의  생산이 일시 중단되고 있지만,  세이크 색 햄버거가게는 더 끝발을 올리고 있다.  좋은 고기를 쓴다는 고객들의 인식때문이다.  햄버거는 이제 고급화하지 않으면  음식산업에서 밀려날 징후가 많다. 

햄버거 고기의 주요 재료인 핑크 슬라임은 소고기에서 기름과 살을 떼어 낸 후 남은 찌꺼기(대부분은 제대로 된 고기가 아니다)를  갈아서 뭉쳐 놓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의 번식을 막기위해   수산화 암모늄을 처리하는데  이 약품은 비료와 청소제로 쓰인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햄버거와 타코등에서  이 고기들을 써왔다. 

이  미국농무부의 무해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접한  많은 소비자들이 햄버거에서 정을 뗐다.  더군다나 햄버거 재료 고기인  이 핑크 슬라임이나 간고기에는 소머리, 뺨, 내장, 식도등  소를 잡고 남은 부분은 거의 다 들어가 함께 갈린다.  그리고 꼭 소고기 만 넣는 것이 아니란다.  그동안 우리가 맛있고 싸게 먹던 햄버거 재료가 이런 것이었다니 소비자들은 놀라고 분노했다.  

미 전역의 교육구에 납품되던 이 햄버거 고기들은 잇달아 납품이 중단됐다.  지난주 LA교육구에서 핑크 슬라임 고기의  규제강화와 납품축소에 이어 이곳 뉴욕에서도 이번주에  핑크슬라임의 납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세이프티,  알버트슨 등의 마켓 체인점들은 핑크 슬라임 간 고기를 팔지 않기로 했다.  코스트코, 홀 푸드도 약품처리된   저질의  간고기들은  팔지 않기로 했다.   

지난주에는 속칭 레드 미트(소고기, 돼지고기등의 빨간 고기)를 많이 먹으면 수명이 줄어들 확률이 높다는 하버드 대학의 연구결과도 나와 이래저래 소고기는 동네북 신세가 됐다.  실제로  소셜 네트워크의 세대들은 햄버거, 혹은 육식을 꺼리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에서는 고기생산이 줄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난 50년간 단백질 수요는 449%가 늘어났다.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등에서의  고기 소비가 폭증하면서 미국 육류의 수출량은 늘어나고,  내수용 육류의 고기값은 폭등했다. 

비싸진 가격때문에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육류소비는 계속 감소한다.    그러나 햄버거 맛을 잊지 못하는 많은 햄버거 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햄버거를 쇼핑하고, 그런 취향에 맞아 떨어지는 것이 세이크 색,  화이브 가이즈(Five Guys) 같은 햄버거식당이다.  특히  한국,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 가게 앞의 긴 줄에 서보지 않으면 서운해 하는 관광코스이다.  뉴욕 맨하튼의 카르마인즈(Carmine’s)라는 이탤리안 식당도 무난하다.   4명이 가서 꼭  2개  음식만 시키시라.  실컷 먹을 수 있다.  팁만 조금 더 주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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