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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C 중국 대학원생들의 피살과 아이폰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4-19 14:48

로스엔젤레스의 명문 사립대학인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지난주 두 명의 남녀 중국 대학원생이 총격 피살됐다.  18일,  수요일에  장례식이 있었고 USC는 흉흉하다. 남가주대학으로도 불리우는 USC는 공립 UCLA와 함께  로스엔젤레스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이 대학의 엔지니어링 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중국 유학생 남녀가  학교인근에 있는  하숙집  앞에서 총격을 받고 살해된 것이다.  올해 23살 남학생 쿠,  같은 나이의 여학생 윙 우는 지난 11일 밤늦게  공부를 마치고 캠퍼스인근의 윙 우의 처소 앞에 차를 세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새벽 1시쯤 여러 발의 총격이 울렸다.  

쿠는 총격을 피하려는 듯 운전석 옆자리로 쓰러져  있었고,  윙 우는 차 문을 열고 나가다가  총격을 받고  길에  엎어졌다.  사건 현장 위로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빗물이 핏물이 된 가운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두 명의 중국인  대학원생들은 먼나라 땅,  길 위에서  젊은  숨을 접었다.

USC는 비상이 걸렸다.  캠퍼스 주변이 빈민가와 우범지역이 겹치는 지역이라서 USC  캠퍼스의  안전에 위협 요소였다.  USC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집중 투자를 진행해 온 터였다. 

캠퍼스 주변의 대부분 도로에는 시큐리티 카메라를 장착했다.  우범지역의 건물을 사들여 주차장, 기숙사,  학교사용 건물들로 개축하면서 주변환경 개선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캠퍼스 인근의 범죄통계는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캠퍼스 인근에서  간간이 터지는 카잭킹 미수,  강간등의 강력범죄는 아무리 빈도수가 낮게 발생하더라도 USC의  발전과 명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USC에 재학중인 유학생수는 7200명.  이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00명이 중국인이다.  작금의 미국대학내 중국인 유학생수는 가히 인해전술로 불릴 만하다.  동북아시아와 인도등 아시아 국가가  세계경제를 주도하면서  동양계 유학생들은 미국 대학마다 넘쳐 난다.  특히 중국 유학생은  거의 모든 대학의 유학생 중에 압도적인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대학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부자 아시안 국가들의 유학생을  모셔오는 마케팅에 총력전이다.  이들 유학생에게 받는 수업료는 미국인 학생의  3배에 이른다.  아시안 유학생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인종별 학생 할당제에 따라  미국 본토출신 아시안 학생의 대입 정원은 줄어들어서  입학경쟁에서도 많이 불리해진지 오래다.  

USC는 특히 아시안  학생이 많은 가운데 중국계 유학생이 지난 수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계 유학생은USC 캠퍼스 동남쪽의  아담즈 –노르만디 지역 주택가에 몰렸다.  값이 비교적 싸면서도 캠퍼스에 가깝기 때문이 많은 중국 유학생이 이 지역에 함께 살면서 서로 의지할 수가 있었다. 

이 지역은  캠퍼스 북쪽 동네와 달리 화려한 쇼핑몰과 식당,  나이트클럽도 없다.  그런 분위기를 접하지 않으려는 학구파 학생들, 그리고 돈을 아끼려는 학생들이  이 지역을 거주지로 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지역은 흑인 갱단원이 준동하며 강도, 도둑,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던 과거의 악명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USC  캠퍼스 인근의 평균  폭력범죄율(violent crime rate)이  1.9 인데 비해  사건이 발생한 아담즈-노르만디 지역은 2.6으로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은  서로를 돌보며 도둑, 강도에 대응했다.  

쿠와 윙 우 두 학생도 전자공학 대학원을 같이 다니며  같은 집에서  방들을 싸게 얻어 거주하기로 했다.   당일 두 남녀 대학원생은 힘든 공부를 끝내고  쇼핑몰 데이트 대신 집 앞에서 차 안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윙 우 여학생은 평소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지만,  비가 오는 사건 당일  쿠의  제안대로 쿠의 차를 타고 집에 온 것이다.  두 학생 모두 조용하고 성실한   전형적인 공부벌레 대학원생들이었다.  사건이 중국에  긴급뉴스로 보도 되면서  USC 중국유학생들은 부모들로부터 오는 무수한  전화에 “나는 살아있다”고  여러번 확인 대답을 해야했다.

지난 수요일,  4월 18일 두 학생에 대한 장례식이 대형 공연장인  쉬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렸다.   천 명이 넘는 조객들이 참석했다.   C L 막스 니키아스 USC 총장이  장례식에서 쿠와 윙 우 두 학생의  대형 초상화에 고개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첫면에 실렸다.  USC  교수들은 중국에서 날아온  희생자의 부모를 부축했다. 

같은 날 USC캠퍼스 인근에서는 4명의 USC 학생을 대상으로 강도짓하고 달아나던 흑인청년이 캠퍼스경찰 총에 다리를 맞고 체포됐다.  장례식장에서 한 블럭도 떨어지지 않은곳이다.  이번 일련의 사건으로 USC는 학교가 안전하다는 것, 아니 안전하게 학생들을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미국뿐 아니라  중국등의  유학생 시장에 심어주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최근 두 중국유학생 살해현장 인근 젊은이의 말이 보도됐다.  “범인은 아이폰들을 빼앗으려 했다가 총격을 가한 것으로 동네사람들은 알고있다.”   아이폰, 아이패드를 노리는  도둑, 강도짓은 최근의 극성스러운  새로운 범죄유형이다.  젊은이들의  애플제품 열풍은 또다른 사회현상을 몰고왔다.   

애플 제품에 천재성만큼이나 탐욕을 부추기는 부분이 있어 자신은 마이크로 소프트와  PC를 고수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두  젊은 학생의  죽음의  동기가 무엇이었든 그들의 죽음을 통해서 치유는 또 일어날 것을 사람들은 기대한다.   USC 니키아스 총장은 두 학생의  못다한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쿠 앤드 우 장학금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김인종 LA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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