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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망성쇠의 계절 - 2011년의 명암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2-08 09:18

가족여행을 떠날 때면 꼭 챙기는 것이 있었다.  노란 작은 상자속의  코닥(Kodak) 필름.  때로는 코닥카메라도 함께.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서 코닥회사의 주가는 단돈  1달러이다. 

디지털시대의 도래,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필름이 사라지면서 코닥이라는 거대한 공룡은 2011년  연말에 힘겨운  숨을 고르고 있다.  

미국의 대포기업으로서 코카콜라 만큼이나 낯익었던 이 상표는  아날로그  테크놀로지의 종말과 운명을 함께  하고 있다.  한때 미국 필름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던  이 기업이 무너지리라고는 누구도(특히 기업주  자신은) 상상하지 못했다. 

멕시코에 있는 거대한  코닥칼라 필름 공장은2009년  문을 닫았다.  코닥에게 결정타를 가한 디지털 카메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닥이 1975년에 발명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 신기술을 신통치 않게 여기고 던져 버렸지만 30년후  부메랑으로 되돌아 날라왔다.  

코닥이 뒤늦게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전력을 다했지만 이제 그 디지털 카메라마저도 싸구려 셀폰의 카메라 기능에  밀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클릭거리는 사진촬영이  카메라 보다는 셀폰에 의해 더 많이 찍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년후  무겁게 덜렁거리는 디지털 카메라들도  셀폰에 의해  어떤 운명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블럭버스터(Blockbuster)는 미국 비디오 대여업계의  대명사였다.  블럭버스터에서 빌려온 인기 비디오는 가족들이  리빙룸에  함께  모이는 패밀리타임의 주인공이었다.   90년대 블럭버스터는 수많은 동네  구멍가게 비디오점을  문닫게 하면서 미국비디오 렌트시장을  평정했다. 불멸의 비즈니스일 것같던  이 블럭버스터도  인터넷 의 다운로드 테크놀로지에 밀리면서  순식간에 그 종말을 맞았다.  

블럭버스터는 2011년 올해  파산을 맞아 미 전역에 있는  수백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  온라인  대여업체 네트플릭스(Netflix)등이 결정타역할을 했다.   디지털 방송 디쉬네트워크가   2억2천8백만달러  현금으로 블럭버스터를 인수 했다.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로  네트플릭스에  맞서면서  남아있는 전국의  1,700여개 점포는 문을 닫아갈 예정이다.  

코닥과  마찬가지로 블럭버스터도 어떤 형체를 가진 물품(DVD)으로 비즈니스를 하던 중,   디지털 다운로드라는 형체가 없는  제품에게   기습을  받고 쓰러진  공룡이다.   그리고 이들의 기업주들은   이 형체가 없는 제품에 대해  거의 인식을 못하거나  대안을 만들 수가 없었다.   10여년전 코닥의  전임기업주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이 문제의  해결을 논의하는 경영회의에서  졸았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은 숙제를 하기위해  보더즈(Borders)책방에   모여 앉아 죽치고 시간을 보냈다.  잘 꾸며진 거대한  보더즈 서점에는  각종 책뿐만 아니라 음악 CD,  비디오도 가득해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거래처였다.   올해  7월  이 대형서점 앞에는염가 세일을 하는 책들을 사기 위해  북 러버(book lovers)들이  늘어섰다.  

보더즈가  챕터 11 파산신청을 하면서    그 역사를 마감한 것이다 .  한  젊은이는 자기가 이 보더즈 책방과 함께 커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전국적으로  10,700명, 남가주에서만 530명이 보더즈 직장을 잃었다.  또다른 대형서점 업체인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이  보더즈의 4천5백만  고객리스트를   구입했다.  그러나 이 반즈 앤 노블의 운명도 장담할 수는 없다.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되는 전자책의 보급과 함께 종이책은 점점 그 볼륨을 잃어가고 있다.  이것 역시 무형의 디지털 제품에  유형의 제품들이  최후를  맞는 시대의 패턴이다.   경쟁력이 없는 문화의 한 종이 멸종하고,  새로운 종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동정의 여지나  구제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솔 프라이스 재단이   지난달  로스엔젤레스의 명문 USC(남가주대학)에  5천만달러를 기부했다.  프라이스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듯이  프라이스 클럽의  창업주이다.  솔 프라이스는 1976년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에서  창고형 대형 소매점 체인  프라이스클럽을  창업했고,  1993년 오늘의 세계적  체인점인  코스트코(Costco)와 합병했다.  솔 프라이스는  USC에서 1936년 철학,  1938년 법률전공 학위를 땄다.   그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대형창고 소매점에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유통망을 구축해  성공했고,  현재의 미국 불황기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코스트코  주변의  많은 소매점, 마켓 그리고  주유소들은  경쟁력 상실로  말라가고 있다.   2011년의 명암,  양지와 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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