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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TV 앵커의 죽음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2-01 14:36

로스엔젤레스에서  잘 알려진  한인TV의  여성앵커가  지난주 자살했다. 

채널18번  한인방송에서 매일 저녁마다 뉴스를 전해주던  30대의 이 앵커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었다.  경찰은 그녀가  자신의 콘도에서 목을 매 숨졌다며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그녀가  다니던   한인방송사 직원들은 이유를 알수가 없다고 한다.  아연할 뿐이다.  그동안  홀로  살아왔고  콘도를  사서 이사한지  두달 정도 됐단다.  사건  며칠후 이번에는  라디오코리아의  광고국  간부가 자살을 했다.  회사에 출근해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옆의 직원에게  미안하다는 쪽지만 남겼다.  

화장실에서 시신을 발견한 직원들은  충격속에 영문을  몰라한다.  평소 약간의 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고  죽음의 장소를 직장으로 택한 것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며칠후에는 50대  한인남성이  부인을  칼로 찔러 살해한 후 자살했다.  중국동포였던 부인과 재혼했는데 부인이 영주권을 받은 후 몇달간 아파트비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자는 사업에 실패한 후 여러 성인병을 앓고 있었다.   알래스카에서도 이번주  한인남성이 부인을 총으로 쏘아  살해하고 자신도  총으로 자살했다.  이같은  죽음은 동반자살이라기보다 명백한 살인이다.

뉴욕에서 2009년에만 공식적으로  15명의 한인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지역 일반미국인의  자살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인 자살은  늘어났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뉴욕에서의 한인 자살사건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성공지상주의,  체면과  권위의 문화가  미주한인들에게도 그대로 답습되는 경향이라고  적었다. 

학벌, 직장, 그리고 외모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체면이 서지 못하면 인생은 끝나는 것으로 여긴다.  국가의 최고 정점인 대통령의  자살은     죽음을  하나의  표현수단으로  여기는 한국인의  모습을  전세계에  드러낸 사건이다.

세계보건기구  2008년부터의 통계에 따르면 남한은 세계 제2위의   자살률이다.   남한은  2010년의 경우 10만명당  31.2명으로  리투아니아의  31.5명(2009년)에 이어  2위이다.  

선진국 OECD  30개국중에서는  1위이다.  일본은 24.5명(2010년)으로 5위,  미국은 11.1명(2005년) 으로 39위이다.    한국에서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을  한다.  부모세대보다  5배나 많아졌다.   40세 이하의 연령층의 사망원인 중에  자살이  1위이다.   

한국의 우울한   자살의  행진을 이끄는 것은 지도층, 유명인들이다.  노무현 대통령,  안상용 부산시장,  박태영 전라도지사 , 현대의 정몽헌회장, 삼성가족의  딸 이윤형, 대우 남상국사장, 제일 저축은행 정구행 은행장,  배우 안재환, 정다빈, 이윤주, 장재연, 최진실, 김지후,  박혜상, 박용하, 수퍼모델 김다울,  그리고 프로축구선수들, 팝스타들…

미국 밀워키의 구트 부부는 10여년전부터 가족들에게 말해 왔다.  죽음의 때를 자신들이 정할 것이라고.   그들은 비디오에  자신들의 죽음의 선택권을  밝은 미소로 녹화해   자식들과  주치의에게  미리  전해 놓았다. 

때가 왔다.   80세의 부인이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구트부부는 구차하게 병들어 혼자 살아남지 않기로 한 약속대로 차 안에서 헬륨가스를 마시고 동시에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놀라지 않았다.   또 다른 미국인 부부는 나이 90이 가까와지고  알츠하이머 증세를 깨달은 즉시 자식들을  설득시킨 후,   금식을 시작해  사흘만에  숨을 거두었다. 

자식들과  의사들이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며  죽음을 지켜봤다.   커뮤니티와 의료계에서는 이같이 ‘권위있게 죽을 권리’에 대해  많은 논란을 벌인다.   그들은 ‘자살’이라는 표현대신  ‘계획된 마지막 장 ’이라는 말을 썼다.   이들의 죽음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창 아름다운 나이에  꿈을 접고  급작히 자신의  삶을 끊어버리는  사람들에게서  어떤 긍정적  의미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들을 잃은 주변인들의 죄책감도 해소할 방법이 없다.

자살률 통계가 잡힌 나라중에 가장 낮은 나라는 하이티이다.  지진과 기근으로 세계각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하이티의 자살률은 0.0(2003년)이다.  없다는 말이다.  

잘생긴 얼굴의 가수이자,  탈렌트 박용하는 죽음을 선택하면서  “생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부자나라  한국, 더 부자나라 미국에서의 삶이, 지지리도 가난한 하이티에서의 삶보다  더 힘들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간 다른 세상에는  편안한  쉼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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