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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이트의 한인 골퍼들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1-18 16:15

골프는 미국에서 사양산업? 정확히 맞는 말이다. 최근의 극심한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시련을 겪는 골프코스들이 늘어나면서 나오는 분석이기도 하다. 남가주에만 약 400여개의 골프코스가 있는데 이중 40여개가 한인소유이다. 한때 한인 투자자들의 골프코스 소유는 유행이면서 자랑이었다.

한국에서도 뭉치돈들이 많이 들어와 유명골프장들을 휩쓸고 다녔다. 현재 이들 한인 골프코스 소유주들 대부분이 지난 2-3년간 적자 경영으로 빈사상태에 놓여있다. 차압이나 파산으로 넘어간 코스들도 있다.

지난 2년간 미국내 수백개의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 미국내 16,000 골프코스중 작년에만 130여개가 문을 닫았다. 1925년에 미국 유명 골프디자이너가 만든 LA 글렌데일의 유서깊은 세비 체이스 골프클럽도 그린을 접었다. 골프장과 붙여서 지었던 주택들의 프리미엄 시세도 사라진지 오래다.

잭 니콜라우스가 디자인해 2005년 오픈한 팜스프링즈의 에세나 골프크럽도 골프장 주택들이 팔리지 않아 3년전 문을 닫았다가 올해 새 투자가에 의해 간신히 연명이 됐다. LA인근 리버사이드의 한인소유골프장은 팔리지가 않은채 2년 넘게 카트가 멈춰섰고 그린은 브라운으로 변하며 폐허가 됐다.


지난해 미국의 골프공, 클럽, 골프의류등의 판매는 10%이상 줄었다. 골프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해마다 3-4% 씩 줄면서 현재 미국내 골프인구는 1년에 8-9번 필드에 나가는 인구(핵심 골퍼)가 천4백만명 정도이다. 경제불황이 한 원인이다. 더 중요한 요인, 미국의 젊은이들이 골프에 미치지 않는다.

1980
년대 미국골프는 전성기로서 매일 한개씩 골프코스가 생겨도 고객예약의 수요를 감당못할 정도였다. 1990년대 황제 타이거 우즈의 신화와 함께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큰 골프붐이 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타이거 효과 (Tiger effect)’라는 이 기대는 실체화되지 않았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아이폰, 아이패드로 페이스북을 두들긴다. 이들에게는 5시간, 6시간을 들여 바깥에서 18홀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페이스북, 트위터에 비해 너무 어렵다. 더군다나 몇천불, 몇만불씩 하는 멤버쉽제도는 젊은이들이 골프에 등을 돌리게 한 결정적이 요인이라고 골프마케팅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골프산업이 기대하던 ‘타이거효과’의 실체화는 먼나라, 조그만 땅덩이의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필라코리아(Fila Korea)는 미국 골프산업의 간판인 아큐쉬네트(타이틀리스트, 푸트조이 소유주)를 인수했다. PGALPGA 게임마다 박, , ,,, 양등 한국성씨들이 줄줄이 올랐다.


한국과 미국간의 무비자가 실현되면서 스크린 실내골프에 답답하던 한국인들이 미국 대자연의 골프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이 불황의 LA골프장들의 숨통을 터주고 있는 것이다. LPGA에서의 한인여성들의 무더기 등장은 남가주 ‘아줌마’들이 밥주걱대신 골프채를 들게 만들었다( LA인근의 골프장에는 미혼의 젊은 여성 골퍼들보다는 중년한인여성 골퍼들이 대다수이다). 한국에서 온 기러기 엄마 아빠들의 골프열풍은 이곳 로칼 한인들을 자극해, 그러면 ‘나도 골퍼다’ 하며 클럽을 메게 했다. LA 인근 퍼블릭코스의 푸른 초장은 한인들로 덮였다고 말해도 된다.


다른 미국인들과 똑같이 겪는 불황속에서도 유일하게 한인들은 골프채를 놓지 않았다. 콧대가 높던 미국 유명 골프장들도 한인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거의 모든 골프장에 한국인 예약담당이 있어 한국어로 예약이 가능하고, 파티 행사, 이벤트등에 한인단체 고객들을 적극 유인하는 마케팅이다. 골프장들은 그린피를 낮추고, 프라이빗 클럽들은 멤버쉽 문호를 낮추거나 개방했다. 숙박에 무료라운딩 프로그램도 있다. 팜스프링즈의 유명한 타퀴즈 크릭 골프클럽의 경우 29달러면 카트를 타고 18홀을 돌며 클럽 바에서 두개 드링크를 마실 수 있다.

오후 2시나 3시에 티오프하는 트와라이트 게임이다. 인터넷 예약으로 더 싼 곳도 많이 찾을 수 있다. 해질무렵 LA 인근 골프장은 이들 트와라이트를 즐기는 까만 머리 한인들이 지는 햇살을 받으며 그린을 누빈다. 깊은 불황의 수렁 속에서도 언 그린의 드라이버 샷을 휘두르는 한인들의 집념은 위기의 남가주 골프장들을 지탱해 주고 있다.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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