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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문화유산 답사를 다녀온 듯”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18 00:00

유홍준 교수 강연 뜨거운 열기 300여명 참석… 선채로 강연 듣기도


사진 설명 : 밴쿠버 조선일보가 주최한 문화강연회에서 유홍준교수가 '한국의 자연과 건축문화'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유홍준 전문화재청장 초청강연이 17일 저녁 코퀴틀람 소재 이그제큐티브 호텔에서 열렸다. 강연회는 유홍준 교수의 대중적 인기만큼이나 많은 청중이 몰려 일부는 바깥에서 선채로 강연을 들었다.
본사가 주최하고 서울대 동문회가 후원한 이날 강연에서 유홍준 교수는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존심과 자부심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유 교수는 “우리문화의 정체성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한 국가로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면서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한국의 비중은 주식으로 비유했을 때 당당한 지분율을 갖고 있는 문화적 주주국가”라고 강조했다.

특히, ‘쇠심 같은 저항정신’을 우리문화의 아이덴티티(identity)로 삼았다. 그는 “민족국가, 운명공동체로서의 한민족 의식이 생긴 것은 대몽(對夢) 항쟁기에 최고조로 강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조상들이 자기를 지키지 못했다면 우리의 지금 상황은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독립국가조차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역사관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유 교수는 “싸워서 이겨야 승리로 기록하는 강국의 관점으로 얘기 한다면 조상들이 27년간 원나라와 싸운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27년이란 피 눈물 나는 항쟁의 결과로 결국 민족의 운명을 구원했으며 직접통치를 받는 것이 아니라 간접통치를 받았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아이덴티티”라고 힘주어 말했다.

‘입담 좋은 마당발’로 불리는 유홍준 교수의 밴쿠버 강연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주 신라왕릉에서부터 황룡사 터, 감은사 석탑, 불국사 대웅전, 석굴암, 다보탑, 안압지, 구례 화엄사, 순천 선암사, 금강산 보덕암(普德庵)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숨은 비경이 화면 가득 펼쳐졌다. 300여명의 참석자들은 유홍준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 사진 한장 한장에 빠져들어갔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순천 선암사는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진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인식에 자연히 고개가 숙여졌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권에서 유홍준 교수가 쓴 그대로다. ‘부석사 무량수전 안양루에 올라 멀어져 가는 태백산맥을 바라보면 소스라치는 기쁨과 놀라운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니 부석사는 정녕 위대한 건축이요, 지루한 장마 끝에 활짝 갠 맑은 하늘과 밝은 햇살 같을 뿐이다.” 박노해 시인이 “펼칠 때마다 선방의 죽비처럼 등짝을 때리는 글”이라고 극찬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강연이 끝나고 일어서던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다. “2시간 동안 그냥 앉아서 한반도 문화유산 답사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입니다.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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