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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에서 찾은 직업”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04 00:00

이재연 기자의 취업 네트워크 오터 마린 아웃보드(Otter Marine & Outboard) 송호인씨

 

 2000년 이민 후 가구제조기업에서 근무한 송호인씨는 지난 5월 배, 보트 수리 수리전문 기업 ‘오터 마린 아웃보드(Otter Marine & Outboard)’에 입사했다.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이민 전 현대자동차 제품개발실에서 근무했던 그는 보트, 배 제작 및 수리 관련 경력이 전무하지만,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취득한 항해사 자격증과 노후된 배를 해체한 후 재 조립한 자료 등을 적극 내세워 보트와 배 정비기업 이직에 성공했다.

■취미로 노후 보트 해체와 재조립

지난 5월 뉴웨스트민스터 소재  ‘오터 마린 아웃보드’에 입사한 송호인씨는 취미생활이 취업의 경력이 된 특이한 사례. 한국에서부터 보트에 대한 관심이 컸던 그는 도심에서 보트를 즐길 수 있는 인렛과 호수가 많은 밴쿠버로 이민을 오면서 본격적으로 항해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캐네디언들의 노후된 보트를 얻어 해체와 재조립 하길 수 차례. 그때마다 내부 구조와 부품, 기능을 꼼꼼하게 기록하며 자료를 정리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죠. 기계로 작동하는 모든 취미생활을 하려면 우선 그 기계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파악해야 고장이 났을 때 수리를 할 수도 있고 수리비 크게 들지 않으니까 부담도 없고. 기계란 자동차든 보트이든 핵심적인 구조는 외형 몸체와 엔진에 따라 힘이 달라지고, 결국 구동의 원리는 엔진에서 나오는 것이니 자동차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 지 직접 보고 싶었어요.”
보트를 타기 위해 구조를 알고 싶던 호기심으로 시작된 송씨의 보트 해체는 5년 동안 20여대. 구동 원리는 비슷하지만 각각 조금씩 다른 부품과 구조를 파악한 그는 조립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좋아하는 보트관련 일 하고 싶어 퇴직

이민 후 가구제조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던 그는 취미로 보트를 타는 것에서 보트 제작 및 수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뒀다.
“전화번호부에서 보트 수리와 제작회사를 찾아내 5통의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어요. 보트 수리하는 회사는 대부분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작은 규모이긴 해도 무경력자를 채용하려 들지 않았죠. 또 밴쿠버에서 보트업계는 기술력이 있어도 1년 내내 일을 하는 곳은 없어요.  3월부터 10월경까지 일을 하고 겨울엔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단기 취업처가 많고 인력이 그렇게 부족하지 않아서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송씨는 그동안 보트를 해체한 기록과 부품설명, 수리결과 등 사진자료를 첨부한 서류와 이력서를 들고 가 보트 수리 관련 업종에서 일을 한 경험은 없지만 그 이상의 전문성을 가졌다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
이직(移職)이라기보다 “미치도록 빠져있는 보트를 날마다 만지고 들여다 보면서 일을 한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는 송씨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능률이 더 오르게 될 뿐 아니라 하루 하루가 즐겁고 신난다”는 말로 현재 일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회사 지원으로 BCIT 입학 예정

송씨가 근무하는 ‘오터 마린 아웃보드’에는 보트 수리경력 25년째인 캐네디언 기술자를 포함 5명이 일을 한다. 바디페인팅, 내부 수리로 나누어지는 업무 가운데 그가 맡고 있는 분야는 엔진정비와 부품교체 및 수리. 그는 스스로를 ‘보트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배 항해와 관련된 자격증만도 4개를 가지고 있다. 한국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며 쌓은 실력과 성실함으로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신임을 얻은 그는, 보트 시즌이 끝나는 가을쯤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BCIT에 입학할 예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처럼,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힘들거나 지루해할 틈이 없죠. 또 내가 좋아하니까 그 기계나 일에 대해 평소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니 그 분야의 지식도 풍부한 편이고 그것은 곧 일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누구나 가장 원하는 형태의 취업인 것 같습니다.”
경력이 우선되는 이 나라에서도 언어와 경력이 앞서는 것이 기술력. 그러나 영어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이민자들은 자신이 가진 기술력을 이 나라 기업에 어떻게 표현해 설득하는 지가 취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평소 만든 포트폴리오가 취업에 결정적 역할

“이력서는 글씨로만 쓰여 진 것이니까 끝까지 읽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므로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희 같은 업계에 취업을 하실 때는 사진자료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업종의 대표라면 일일이 확인하며 읽지 않아도 사진만으로 한 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론보다 실제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성을 오히려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
송씨는 자신의 경험으로 미루어 꼼꼼하게 만든 이력서와 자료 포토폴리오를 직접 들고 사전 약속없이 기업체를 찾아가 이 메일로 보낼 수 없다는 점,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대표자와 인터뷰 약속을 받아내도록 조언한다. 이런 방법은 또 기업에 접근하기에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이메일로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기다리는 것보다 기간의 단축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취미생활이 창업이나 취업으로 연결된 사람들 가운데는 평소 만든 포트폴리오가 취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이 있다. 업계 근무한 경력이 전무했던 그의 경우도 이 자료가 곧 취업에 성공했던 요인이 된 케이스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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