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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23 00:00

우리이웃/ 천구웅· 박찬일· 민경철·유현자씨 베이징올림픽 출전 한국여자필드하키 대표팀 맞아 자원봉사

지난 4월 빅토리아 교민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빅토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Victoria) 잔디구장에서 열린 여자필드하키예선전에서 우리 대표팀 경기마다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대회를 불과 두 달 앞두고 한국대표팀 출전 소식을 전해 들은 민경철(일본식당 쇼군 대표)씨를 주축으로, 빅토리아 한인회 유현자 회장과 박찬일씨 등 네 사람은 긴급히 자원봉사팀을 구성했다.

박영조 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지난 2월 한국 여자하키대표팀이 출전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민경철(오른쪽)씨는 유현자(가운데) 빅토리아 한인회장, 박찬일(왼쪽)씨, 천구웅(뒷줄)씨와  함꼐 빅토리아 교민들의 축제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봉사했다.

 이들은 먼저 대회 홍보를 위한 자체 포스터 제작을 위해 대회 자료 수집에 나섰지만, 첫 선발전에서 출전권을 놓치고 캐나다에 오게 된 우리 대표팀의 정보는 캐나다하키협회에서 발표한 영문일정이 전부였다. 유현자씨는 경기일정과 자료를 번역, 포스터를 제작하고 빅토리아 지역의 한인교회와 한식당을 찾아 다니며 부착하는 일을 직접 했다. 민경철씨는 선수단의 숙소 점검과 대회기간 선수들의 식단을 책임질 한식당을 물색하는 한편, 교통편과 편의시설을 돌아보는 등 생업을 미룬 채 헌신적으로 매달렸다. 이들보다 조금 늦게 합류한 천구웅씨는 응원석에 비치할 현수막을 한국에서 제작해 공수해 오는 등 대회기간 동안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각자 역할을 분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였다.

“필드하키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우리 대표팀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경기를 한다는데, 힘들어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한국 교민이라면 누구라도 발벗고 나섰을 일을 저희가 조금 먼저 나선 것뿐입니다.”

교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한인회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 우리 모두의 축제’라는 말로 동참을 권유했던 유현자씨는 “누구 개인의 힘이 아니라 빅토리아 교민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동참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최고령자였던 천구웅씨는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 시작 2시간 전 어김없이 관중석에 나타났다. 텅 빈 관중석 가장 중앙에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파이팅!’ 현수막을 설치한 후 응원단을 위한 자리를 정리하고 경기가 끝나면 다시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현수막을 거둬 어깨에 메고 경기장을 떠나곤 했다. 천씨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대표팀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에 오히려 감사할 뿐"이라며 선수들이 연일 골 세례를 터뜨리는 경기를 지켜보며 “이민 30년 만에 가장 기쁜 날들이었다"는 말로 그날의 기쁨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렇게 봉사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순조롭게 해 나가도록 일정을 조절하고,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무리 없는 진행을 맡은 사람은 박찬일씨. 선수단의 교통편과 안내 및 모든 불편함을 적극 도와 주었던 민경철씨와 함께 묵묵히 일을 한 박씨는 봉사자들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위로의 창구이기도 했다. 

이들은 교민사회에 대회를 홍보하고 선수단의 편의를 도모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 외에도 단체 입장권을 구입, 교민들이 어려움 없이 입장 후 한 자리에 모여 응원력이 결집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세심한 작전으로 응원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선수들은 이런 헌신적인 자원봉사와 교민들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대회마다 소나기 골을 퍼부으며 연전연승(連戰連勝)으로 보답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응원석으로 달려 온 선수들과 손을 맞잡고 기쁨을 나누는 교민들을 보면서 그간 고생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백 번이라도 달려가야지요.”

8월 베이징 올림픽 출전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식대에 올라 애국가를 부르는 선수들을 바라보던 봉사자들은, 선수들 못지 않은 가슴 벅찬 감동으로 선수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전 여자하키국가대표감독이었던 박영조씨다. 그는 사비를 털어 밴쿠버에서 빅토리아까지 선수들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형버스를 빌리는 등 보이지 않는 또 한 사람의 자원봉사자였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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