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아름다운 신부 만드는 자부심으로 24년 사업"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08 00:00

특별한 과거, 이 분야 전문가 ‘왕년에…’ 웨딩드레스 맞춤 판매 ‘Tiffany Bridal’대표 정동우씨

◇ 정동우씨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인들에게 어울리는 드레스는 심플함보다 웨스턴 스타일로 화려한 게 아름답다고 조언한다. 까다롭게 선택하는 웨딩드레스는 완성 후 99% 해피엔딩. 앞으로 한국인의 체형과 피부색이 돋보일 수 있는 컬러와 디자인을 다양하게 구비해 교민 2세 고객들에게도 실속있고 저렴하게 서비스 할 계획이다.

한해 동안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의 공식적인 집계는 17만 쌍 내외. 34만 여명이 부부가 됐다. 경상북도 왜관읍이 고향인 정동우씨는 견직물로 출발, 방직, 방적으로 유명한 대구직할시 ‘갑을방적’에서 ‘천’ ‘웨딩드레스’와 첫 인연을 맺었다.

74년 견직물 기업으로 설립되어 ㈜갑을과 합병한 ‘갑을방적’은 85년부터 부가가치창출을 위해 중국 등지에서 완성 된 웨딩드레스에 견직물에 자수를 새기는 엠블로이드 기법을 접목시켜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입사3년 차였던 그가 이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만 23년이 지났다.

89년부터 홍콩에서 웨딩드레스 제작 수출업을 하던 그는 94년 밴쿠버 이민 후 한인 교민 최초로 웨딩드레스 사업을 시작, ‘티파니 브라이달(Tiffany Bridal)’을 오픈했다. 현재 3개 매장 모두 밴쿠버 웨딩업계 1위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자부심으로 웨딩드레스 입혀

“의사는 직업이전에 사명감으로 수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저는 사람들이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결혼식에서 더욱 행복해 보일 수 있도록 축복하는 마음으로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그 순간을 빛나게 해준다는 자부심이 있죠.”
그를 만나기 전 여자들의 세계, 24년 째 웨딩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50대 남자(?)에 관한 그림이 있었다. 모서리에 종이 꽃이 하얗게 핀 패션전문지를 쌓아 둔 사무실에 웨딩드레스 샘플 몇 벌이 펼쳐 져 있고, 벽면에는 완성을 기다리는 드레스와 세계 유명디자이너의 디자인 드레스 사진 몇 방이 또 걸려 있는 ……
단출하게 놓여진 컴퓨터 한 대, 시선 높이에 CCTV가 설치된 그의 사무실에서 먼저 환상을 깨뜨린 건 십 수년 외국생활에서도 변함없이 살이 있는 묵직한 경상도 사투리였다. 웨딩관련 전문지 대신 수입과 납품예정 서류, 전화기, 3개 매장을 동시에 연결한 인터폰에서는 고객들의 주문과 취향, 사이즈까지 파악해 내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직원들의 전화가 잠시도 끊어지지 않았다.
결혼식장에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는 천사같지만, 신부의 마음에 꼭 드는 드레스를 맞춰 입히는 그의 일터는 날마다 ‘전쟁’이라고 했다. 정동우씨가 이렇게 살아 온 것이 밴쿠버에서만 15년째다.

■독립법인 설립, 홍콩으로 이주

85년 우리나라는 미주시장으로부터 중국, 베트남에서 제작한 드레스를 받아 자수를 붙여 완성해서 납품하는 수준이었다. 2m 길이의 자수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15m 정도의 천을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개인이 감히 꿈을 꿀 수 없었던 분야를 당시 국내 직물 수출의 약 2.7%를 점유하고 있었던  ‘갑을방직’은 가능했다. 미주지역 기업에서 바이어가 패턴, 샘플 드레스를 직접 들고 와 제작방법을 가르쳐 주고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만든 웨딩드레스에 자수를 부착해서 완성시키는 작업이었다.
갑을방직에서 2년 만에 독립법인‘동우실업’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웨딩드레스 시장에 뛰어든 그는, 미국과 일본 캐나나 등 세계시장을 공략, 타고난 사업감각으로 수출이 호조를 띠던 89년 노사분규를 겪게 된 그는 사업체를 홍콩으로 옮겼다. 세계적인 웨딩드레스 페어를 찾아 다니며 안목을 넓힌 홍콩에서 그의 목표는 유럽시장이었다.

“웨딩드레스의 유행도 10년 주기로 돌고 돌아요. 예전에는 순결을 상징하는 순백색이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인공 선탠으로 건강미를 강조하는 피부색의 유행에 따라 연한 아이보리 컬러를 선호하죠. 또 디자인도 풍성함에서 보석 장식이 유행하다가 요즘은 몸매 라인을 살린 디자인이 유행이고, 원단에서도 80년대는 아세테이트와 같은 천연섬유였지만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다시 유행으로 돌아왔죠.”
컬러도 변화를 거듭하며 최근 핑크색과 블루, 웨딩드레스에 금기 시 되던 검정색까지 등장했다. 꽃무늬 프린트와 컬러풀한 드레스를 찾는 개성만점의 신부도 있다.

그는 디자인을 공부한 적은 없다. 하지만 24년 동안 웨딩드레스 제작사업만 해 온 그는 한 눈에 고객들의 사이즈를 자로 잰 듯 맞출 수 있고 1분만 상담을 하면 취향까지 파악해 낸다.  

■웨딩드레스 숍에서 겪는 에피소드

캐네디언 고객이 99%인 그의 가게는 오늘 맞춰서 내일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신부, 결혼식 당일 아침에 찾아와 전시 된 샘플을 입어보고 몸에 맞는 옷을 구입해서 저녁에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곧잘 벌어진다. 또 여자들끼리 남자들끼리 결혼하는 동성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가 같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맞추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 그들은 “드레스 숍에 가보고 맞는 드레스가 있으면 구입하고, 아니면 평상복 차림으로 결혼해도 그만”이라는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다. 반면 바느질 스티치 하나 빠진 것에 온갖 불행을 걸머진 표정을 짓는 신부도 있다. 이런 신부에게 그는 “드레스는 결혼을 하기 위해 입는 옷이지 결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름답게 보여야 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란 건 알지만 손님들은 보이지도 바느질 한 땀과 당신의 5천 개 펄 중에 1~2개 빠진 그곳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 않다. 그보다 당신의 인생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말해준다.

■황당한 고객, 감동을 주는 고객

그를 가장 황당하고 힘들게 하는 고객으로는 “상품을 보지도 않고 전화로 값부터 깎으려는 사람, 패션감각이 전혀 없으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려고도 들지 않는 사람, 이것도 저것도 고개를 흔들 뿐 선택도 반응도 없는 사람”을 꼽는다. 이런 고객을 만나면 ‘정말 결혼을 할 사람인가’의구심이 든다는 것. 그러나 이런 고객은 0.1%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동을 주는 손님이 더 많다.

“빅토리아에서 드레스를 보러 온 학생이 있었어요. 500달러짜리 드레스를 들고 너무 마음에 드는데 돈이 딱 400달러밖에 없다는데 그 표정이 진심이었어요. 지나가다가 돌아서서 ‘정말 그 드레스가 마음에 드냐’고 물었더니 정말 마음에 든다는 거에요. 빅토리아에서 배타고 밴쿠버까지 와서 어린 여고생이 얼마나 그걸 입고 싶을까 해서 가지고 가라고 했죠.”

드레스를 안은 여학생은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그에게 편지한 통이 날아왔다. “졸업식에서 너무 행복했다. 평생 당신의 친절을 기억하며 살겠다”며 편지와 졸업식에서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냈던 것. 감동적인 편지에 담긴 마음을 잊지 않는 그는 디자인을 공부한 적도 없고 매장에서 직접 고객을 대하지도 않지만 그의 매장에 전시된 드레스는 모두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그의 손을 거쳐 들어 온다.

정동우씨는 현재 밴쿠버 헤이스팅스와 ‘Kootenay’가 만나는 웨딩드레스 숍 거리에서 ‘티파니 뉴욕 브라이달(Tiffany New York Bridal)’ ‘티파니 나이츠(Tiffany  Nights)’‘티파니 플러스(Tiffany  Plus)’를 운영하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