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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도 캐나다는 한국 변함없이 지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01 00:00

문영석 캐나다학 교수 3번째 강연 ‘캐나다 경제’

현재 UBC방문교수로 체류 중인 문영석 캐나다학 교수는 29일 캐나다의 산업화, 한국과의 교역관계에 중점에 두고 ‘캐나다의 경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문 교수는 “지금 캐나다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며 캐나다 경제구조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을 지적하고, 경제구조적 약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땅 나눠주던 농업국가 캐나다

캐나다는 과거 낙농업국가였다. 1856년까지만 해도 이민자는 모두 농사를 지으러 온 농업이민으로, 정부가 땅을 무상으로 나눠줬다. 캐나다가 근대 산업국가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다. 전쟁 물자 생산을 위해 공업시설을 지으면서 급격히 공업화됐으며 현재는 서방선진7개국(G7) 중 하나로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혹자는 캐나다나 호주가 영연방으로 같은 능력을 갖춘 나라로 보지만 호주는 G7 회원국이 아니다.

국민소득 3만2000달러의 의미

캐나다의 작년 국민소득(1인당 GDP)은 3만8200달러,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했다. 미국은 국민소득 4만6000달러로 캐나다를 훨씬 앞서고 있지만 생활수준 면에서 보면 캐나다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의 경우 세계적으로 큰형 노릇을 하느라 지출하는 막대한 비용이 있는 반면 캐나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소득은 2만4600달러로 캐나다보다 적지만 물가는 더 높다. 밴쿠버의 집값이 높지만 한국에는 여기 200만달러에 해당하는 20억원대 아파트가 흔하다. 고기 값도 한국이 캐나다의 5배 가량 된다. 캐나다는 원자재 가격이 한국보다 싼 편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를 농업국가로 잘못 인식

한국에서는 캐나다를 농업국가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농업이 캐나다 경제(GDP기준)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2.1%에 불과하다. 산업이 28.8%, 서비스업이 69.1%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1차 산업국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 풍부한 자원, 숙련된 노동력을 갖춘 나라다.

실례로 캐나다 전체 상품 수출의 25%는 자동차다. 캐나다 전국에 20개 자동차 완제품 조립공장, 554개 부품공장이 있다. 캐나다는 세계 7위의 자동차 생산국가다.
현재 캐나다 경제는 2차대전 이후로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 캐나다 실업률은 9%대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5.9%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루니화 고공행진 원인은 에너지

90년대 1달러당 원화 580원대였던 캐나다 달러는 현재 980원대. 이 같은 캐나다 달러의 고공행진의 원인은 에너지, 특히 원유와 가스생산에 있다. 캐나다의 오일샌드는 중유다. 물보다 무거운 기름으로, 일반 원유보다 에너지로서 약 12%가량 경제성이 더 있다. 과거 유전에서 뽑아내는 원유는 정제비용이 배럴당 15달러, 오일샌드는 배럴당 25달러가 들어 개발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오일샌드가 ‘검은 황금’으로 돌변했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경제발달에 따라 에너지수요가 늘면서 원유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헤지펀드의 투자가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 됐다.
한편 캐나다는 산유국들 중에서도 정치가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각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라 투자가 몰리고 있어 캐나다화가 고공행진을 기록한 것이다.

캐나다 경제구조의 약점

캐나다의 약점은 유통구조가 남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동서로 물자를 수송할 경우 일주일이 걸리지만 국경을 넘어 남북으로 수송할 경우 하루 만에 물자를 받을 수 있다. 이 결과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는 국산품 애용 개념 자체가 희박하며 어디서든 값싸면 사다 쓴다.

또 다른 약점은 미국에 수출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이다. 2007년 캐나다의 전체 수출에서 대미수출 비율은 75%까지 떨어지고 중국으로 10%가량이 움직였지만 여전히 한 국가에 의존적인 수출경제는 체질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에 한국은 수출지역과 시장 다변화에 있어서 캐나다보다 파워가 있다.

캐나다 경제구조의 특징

캐나다는 지식집약적 산업구조로 G7 중 서비스 산업비중이 가장 높다. 또한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작지는 캐나다 전체 국토의 3%에 불과하며 나머지 땅은 동토라 쓸모 없는 땅이라 여겼지만 실상 이 땅 밑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어마어마한 양의 자원이 있다.

캐나다는 고도의 개방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FTA를 통해 시장의 문호를 활짝 열었다. 이 결과 단기적으로 상당수 기업이 문을 닫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체들이 체질개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췄다. 경제권의 지역편제도 특징이다. 광활한 국토에 경제권이 나눠져 있는 가운데 BC주는 캐나다 경제의 13%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무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도 캐나다 경제의 특징이다.

NAFTA 철회할 수 없는 미국

최근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1993년 맺어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결과가 미국에 손해라며 철회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NAFTA를 철회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자원창고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만약 NAFTA를 철회할 경우 미국은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북미, 중미, 남미를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묶는 무역경제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의 ‘유로’가 있듯이 아메리카대륙의 통일 통화로 ‘아메로’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과 캐나다의 경제관계

캐나다는 한국의 12번째 교역국, 한국은 캐나다의 8번째 교역국이다. 양국간 현안 중 캐나다는 쇠고기 시장 개방을 가장 큰 현안으로 하나,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캐나다 방문을 추진했으나 캐나다는 의전 방문이 아닌 쇠고기 시장 개방을 선물로 달라는 요구를 해 결렬된 바 있다. 현재 한카 FTA의 걸림돌도 쇠고기 문제로, 캐나다는 한국측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FTA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양국간 수출입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다. 캐나다는 한국에 유연탄, 펄프, 니켈, 알루미늄 등을 수출하고 한국은 캐나다에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과거 한국이 IMF 사태를 맞았을 때 한국에 투자한 최초의 국가는 캐나다였다. 캐나다는 한국의 위기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준 나라다. 현재 한국은 캐나다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캐나다 국내로 유입되는 유학생 숫자를 고려하면 한국은 흑자가 아닐 것이다. 다만 인적 교류가 계속되면-사람들이 오가면 필연적으로 문물이 오가게 되기 때문에 양국간 교역은 앞으로 커질 것이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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