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인터뷰] 상 26개 받은 윤여정 “미국은 땅 넓어 상도 많나 봐요”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2-28 10:58

영화 ‘미나리’서 할머니役 맡아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등 3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미나리' 배우들과 정이삭 감독. 서로 싸우면서 사랑하는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다. /판씨네마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등 3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미나리' 배우들과 정이삭 감독. 서로 싸우면서 사랑하는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다. /판씨네마


여배우는 대부분 ‘요절’한다. 생물학적인 게 아니라 영화적인 죽음이다. 주인공을 연기하다 배역이 작아지고 뒤로 밀려나며 결국 스크린을 떠난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존재감을 잃지 않는 배우는 극소수다.

윤여정(74)은 그래서 독보적이다. 해방 후 태어나 6·25를 겪었다.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가 요즘 보여주듯이 옹골찬 현역이다. 외국인들에게 “나는 이 비즈니스를 꾸려가야 하니 잊지 말고 아침에 신용카드 가져와. 도망치면 경찰 부른다”고 영어로 농담할 줄 아는 할머니다.

3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미나리’는 한국 시간으로 삼일절에 발표되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민 간 가족 이야기를 미국 자본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우두머리인 플랜B가 제작했고 한국어 대사가 80%에 이른다. 26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지금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영어를 쓰다가 한국말로 하려니까 복잡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로 세계에서 26개 상을 받았는데 나는 아직도 하나밖에 손에 쥔 게 없어(웃음). 실감을 못 해요. 미국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 나라는 땅덩이가 크니까 상이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떤 감독들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배우를 가둬 놓는데 정이삭 감독은 달랐어요. ‘전형적인 할머니를 연기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유를 줬어요. 순자는 같이 만든 캐릭터입니다. 저는 계획하고 뭘 하는 사람이 못 돼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은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다.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에 녹였다. 국경도 언어도 문화도 뛰어넘는다. 인천 송도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는 그는 “연구실 밖으로 갯벌이 보였는데 내 엄마도, 할머니도 저렇게 조개를 캐며 살았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며 “할아버지는 6·25 때 돌아가셨고 할머니가 제 어머니를 바닷가에서 키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영화 ‘미나리’에는 할머니(윤여정)가 입안에서 깨문 삶은 밤을 손자 입에 넣어주는 대목이 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황당한 장면이다. 윤여정은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실제로 경험한 일”이라며 “아일랜드 출신이던 친구 남편이 놀라며 ‘이래서 너희들은 간염에 걸린다. 더럽다’고 했던 기억을 넣자고 제안했다”며 말을 이었다. “손자와 할머니가 한 방에서 자는 장면도 있어요. 제가 정이삭 감독에게 ‘한국 할머니는 손자와 한 침대를 쓰지 않고 방바닥에서 잔다’고 귀띔해 세트를 바꿨습니다(웃음).”

이날 정이삭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은 미국에서, 한예리는 한국에서, 윤여정은 캐나다에서 모처럼 온라인으로 만났다. 영화 ‘버닝’으로 기억되는 스티븐 연은 “한예리는 무엇보다 진실되고 그 배역을 사는 배우라서 자연스럽게 연기했고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잘 모른다. 한예리는 “촬영하면서 부모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며 “관객도 이 영화를 그렇게 감상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은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다. 윤여정은 “연기 잘못 한 건 없는지 찾느라 즐기지를 못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오히려 놀랐다”며 “감독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걸 보고 울었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노배우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뤄내고 나보다 나은 걸 볼 때 장하고 애국심이 폭발해요.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죠. 상상하고 만들진 않았거든요. 경악스러울 뿐입니다.”

박돈규 기자

26일 유튜브로 진행된 영화 '미나리' 온라인 기자간담회. 윤여정은 캐나다, 한예리는 한국, 스티븐 연과 정이삭 감독은 미국에서 접속했다. 윤여정은 "조그만 돈으로 만든 영화가 해외에서 생각지도 않은 기대와 관심을 받아 처음엔 좋았다"면서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이젠 떨린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26일 유튜브로 진행된 영화 '미나리' 온라인 기자간담회. 윤여정은 캐나다, 한예리는 한국, 스티븐 연과 정이삭 감독은 미국에서 접속했다. 윤여정은 "조그만 돈으로 만든 영화가 해외에서 생각지도 않은 기대와 관심을 받아 처음엔 좋았다"면서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이젠 떨린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입력 2020.10.12 01:0611일(현지 시각) 프랑스오픈 통산 13번째 우승을 차지하고 환호하는 라파엘 나달. /로이터 연합뉴스라파엘 나달(세계 2위·스페인)이 13번째 프랑스 오픈 우승컵을 들어...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사흘 만에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0일 전 세계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38만3359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전날 35만524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더 큰 폭으로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 환자가 가장...
이라크에서 신항만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 간부가 숨진 채 발견돼 이라크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10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州) 알포(Al Faw) 신항만 건설을 담당하는 대우건설 고위 간부 A씨가 9일 오전 바스라 지역 기업...
입력 2020.10.10 09:17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코로나 19 치료를 받고 백악관으로 돌아 가기 위해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원을 나서고 있다..AP 연합뉴스백악관 내 행사로 대규모...
‘바다가 보이는 인생 사진 명소.’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경남 거제시 ‘매미성(城)’에 대한 설명이다.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입력 2020.10.10 09:53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UN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서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사건과 관련한 공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를 위한 약물 투여를 중단했다고 9일(현지 시각) 밝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캐나다 밴쿠버에서 대낮에 사업 파트너이자 친척이었던 중국 재벌을 살해하고 시체를 108 토막낸 중국인이 10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부남이기도 했던 사업 파트너가 “당신 딸과...
여름 휴가철부터 다시 번지기 시작한 유럽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제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가 나란히 가장 많은 하루 확진자 기록을 썼다.영국...
600년.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 왕조의 문을 연 뒤 27번째 마지막왕 순종 때인 1910년 일본에 강제 병합되며 멸망하기까지 시간이 전부 지나고도 8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세월이다. 이 기간동안을 온전히 감옥에서 복역하며 죄를 뉘우치라는 법원 판결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 회의실에서 셔츠 차림으로 집무하고 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르푸앙 등 현지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1세다.다카다 겐조의 2018년 당시 모습 /AFP...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 간의 첫 토론은 말 끊기와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혼란’ 그 자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부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을 중간에 끊고 끼어들기 일쑤였다. 사회자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난해 말 처음 중국에 나타난 것보다 지금은 인체 감염력이 10배 이상 높아졌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다. 과학자들은 돌연변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군(軍)병원에 입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증 코로나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보인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투약을 시작해다고 백악관이 2일(현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EPA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입력 2020.09.28 08:21지난 8월 23일(현지 시각) 오후 미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의 한 주택가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운데)가 차량으로 향하자 경찰이 그에게 총을 겨누며 쫓아가고...
입력 2020.09.28 09:42/AFP 연합뉴스미국 연방법원이 27일(현지 시각)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에 대한 정부의 다운로드 금지 행정명령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중지시켰다....
미국 정부가 해외 유학생 비자 유효기간을 최장 4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란 등 일부 국가 유학생에게는 최장 2년을 적용할 방침이다.미 국토안보부는 24일(현지...
입력 2020.09.27 15:51뇌를 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미 CDC미국 남부 텍사스주(州)의 한 상수도에서 뇌를 파먹는 아메바가 검출됐다.텍사스주 남동부 레이크 잭슨시는...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