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 대사인 이병엽 파트너는 채끝 등심 스테이크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커피가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이밖에 연어, 버섯 타르트, 디저트 등 각각 코스와 가장 궁합이 좋은 커피도 제안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스타벅스 커피 대사인 이병엽 파트너는 채끝 등심 스테이크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커피가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이밖에 연어, 버섯 타르트, 디저트 등 각각 코스와 가장 궁합이 좋은 커피도 제안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병엽 스타벅스 파트너가 갓 내린 향긋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테이블에는 채끝 등심 스테이크가 놓여 있었다. 커피는 케이크나 초콜릿 같은 단 음식과 마시는 음료가 아니었나? 사내 최고 커피 전문가를 뜻하는 ‘스타벅스 코리아 커피 대사’이기도 한 이 파트너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커피는 달지 않은 음식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서울 성수동 한 스튜디오에서 최근 한양사이버대학과 스타벅스가 공동 개발한 ‘커피 아카데미아’ 온라인 강의 촬영이 있었다. 강의 주제는 ‘커피와 음식 페어링(궁합)’.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전혜진 교수는 “커피도 와인처럼 여러 음식과 두루 어울리지만, 우리는 고정관념 때문에 단 음식을 먹을 때만 마신다”고 했다.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도 샌드위치를 먹을 때는 커피를 마시는 게 낯설지 않잖아요? 커피를 더 폭넓게 즐기는 법을 알려주려고 강의를 기획했지요.”

이 파트너는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갔을 때 일을 들려줬다. “한 식당에 가서 자리에 앉았더니 맨 먼저 ‘무슨 커피를 마시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커피는 식사 끝날 때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했죠. 그러곤 코스가 바뀔 때마다 마치 와인처럼 음식에 어울리는 커피를 내줘서 놀랐습니다. 그 뒤로 디저트뿐 아니라 애피타이저, 메인 등 여러 다른 맛의 음식과 커피의 페어링을 공부하고 알리게 됐죠.” 커피 문화가 발달한 시애틀다운 일화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백 가지 커피와 음식의 궁합을 맞추기란 와인보다 낯설고 까다로울 수 있다. 이 파트너는 “생산지에 따라 커피를 크게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중남미)로 나누면 어렵지 않게 음식과 어울리는 커피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자바·수마트라·술라웨시 등 아시아 커피는 흙·풀·나무향이 있고 입안에서 꽉 찬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스테이크 같은 고기류나 한식처럼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과 어울립니다. 케냐·에티오피아·르완다 등 아프리카 커피는 꽃내음과 과일 풍미가 있는데요, 달콤한 디저트나 과일이 들어간 음식과 잘 맞습니다. 브라질·콜롬비아·과테말라 등 라틴아메리카 커피는 아몬드·호두 등 견과류와 비슷한 구수하고 고소한 맛이 있으면서 부드럽기 때문에 가볍고 구수한 맛의 음식이나 견과류가 들어간 음식과 궁합이 좋지요.”

이 파트너와 전 교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한식이 어떤 커피와 어울리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김치는 맵고 자극적이고 양념이 많아 아시아 커피와 어울립니다. 김치찌개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백김치는 맵지 않고 담백하면서 신맛과 단맛이 도드라지는 편이라 아시아보다는 아프리카 그중에서도 케냐 커피와 잘 맞겠네요. 갈비와 불고기는 고기이면서 양념도 많아 묵직한 맛이니 역시 아시아 커피가 좋겠네요. 잡채는 고소하고 기름지면서 자극적이지는 않은 편이라 라틴 커피가 어울릴 듯합니다. 감자·고구마 등 채소류 튀김은 라틴 커피, 치킨은 아시아 커피가 맞겠네요.”

젓갈처럼 강렬한 맛과 향을 지닌 음식도 커피와 어울릴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살짝 난감해하면서도 “어리굴젓·명란젓 등 맵고 짠 젓갈은 아시아 커피, 새우젓·조개젓 등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이 강한 젓갈은 라틴 커피와 어울릴 듯하다”고 추천했다. 주말에 애호박과 두부를 넣고 바글바글 끓인 새우젓 찌개에 소주 대신 술라웨시 커피를 곁들여 먹어봐야겠다.

김성운 음식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