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차별말라 울부짖던 흑인들, 동양인들에게 성난 분풀이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3-31 09:06

무차별 폭행에 아시아계 공포 확산... 한인들 “대중교통 타기도 두렵다”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아시아인 남성이 흑인 남성에게 폭행 당하는 영상이 29일 미국 CBS 방송에 보도됐다./CBS캡처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아시아인 남성이 흑인 남성에게 폭행 당하는 영상이 29일 미국 CBS 방송에 보도됐다./CBS캡처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무차별 증오 폭행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한인 사회 등 아시아계가 느끼는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주로 흑인들이 증오 범죄를 저지르면서 같은 소수 유색인종인 흑인과 아시안의 갈등도 부각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낮, 뉴욕 맨해튼 중심가 타임스스퀘어 인근에서 65세의 필리핀계 여성이 거구의 흑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흑인은 여성을 갑자기 발로 걷어차 쓰러뜨린 뒤 얼굴을 서너 차례 차고 짓밟았다. 그러곤 욕설과 함께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냐”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이틀 뒤 체포된 이 흑인은 어머니를 살해한 전력으로 보호관찰을 받아온 인물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미국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거구의 흑인 남성이 작은 체구의 아시아계 여성을 마구 짓밟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경찰(NYPD) 증오범죄 전담팀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9일(현지 시각) 오전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건물 앞에서 흑인 남성이 마주 보며 걸어오던 65세 아시아계 여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강하게 걷어찼다고 밝혔다.  사진은 용의자 남성. /뉴욕 경찰 트위터
미국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거구의 흑인 남성이 작은 체구의 아시아계 여성을 마구 짓밟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경찰(NYPD) 증오범죄 전담팀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9일(현지 시각) 오전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건물 앞에서 흑인 남성이 마주 보며 걸어오던 65세 아시아계 여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강하게 걷어찼다고 밝혔다. 사진은 용의자 남성. /뉴욕 경찰 트위터


또 지난달 29일 맨해튼 지하철 J노선 객실에서 흑인 남자가 인도네시아계 유학생으로 알려진 남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가격하고 목 졸라 기절하게 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지난달 17일 텍사스 휴스턴에선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미용용품점에 흑인 여성 5명이 몰려와 “빌어먹을 중국인”이라며 집기를 부수고 아내 김모씨를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했다.

미 전역에선 지난달 16일 21세 백인 청년의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사건 이후 희생자 추모와 증오 범죄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증오 폭행이 벌어지면서 아시아계들이 느끼는 공포의 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뉴욕 폭행 동영상을 본 한인들은 “길거리 다니기도, 대중교통 타기도 겁난다” “총이라도 사야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선 흑인이 백인 경찰 무릎에 짓눌려 사망한 사건으로 이른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 인종차별을 당해온 흑인들이 아시아계를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선 그들이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그 분노를 다른 소수 집단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 사회에선 흑인들이 가장 많이 직장을 잃었고, 코로나로 사망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의 주범이 흑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 초 미 형사법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992~2014년 아시아계 상대 증오 범죄 가해자의 75%는 백인이었다. 최근 증오 범죄 용의자들도 흑백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미 인종 문제는 ‘LA 흑인 폭동’처럼 가장 약한 고리인 소수 인종끼리의 갈등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브루킹스연구소는 지적했다.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백인에 대해선 제대로 저항을 못 하니, 자신들보다 약해 보이거나 만만한 대상을 향해 분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1992년 일어난 LA 흑인 폭동 때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분노한 흑인들이 한인 상점을 약탈하고 폭력을 저질렀다.

LA타임스는 지난달 “흑인들은 백인과 함께 미국을 만들어 오고도 여전히 사회 하층에 머무른 반면, 아시아계는 단기간에 상류 사회에 편입됐다”며 “아시안을 모범적 소수(model minority)로 보는 정서가 흑인의 박탈감을 키웠고, ‘중국 바이러스’ 같은 정치적 공격이 이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했다.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이 잇따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피해자 구호를 위한 기금 4950만달러(약 567억원)를 배정했다. 복지부는 아시아계 대표들을 만나 고충을 청취하기로 했고, 법무부는 아시아 증오 범죄 수사·기소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장난전화에 속아 넘어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장난전화를 건 범인들은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인 것처럼 총리를 속였다고 영국 BBC가...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의 뮤직비디오가 공개 이틀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회를 넘어섰다. ‘라이프 고스 온’은 전염병의 대유행(팬데믹) 속 감정을...
유튜버 도전하는 삼성서울병원 윤순봉 前 사장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유튜버(유튜브용 영상 제작자)를 꿈꾸는 세상이다. 유치원생부터 운전기사, 요리사, 변호사, 정치인 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백가쟁명을 벌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28)이 리그 복귀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EPL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손흥민은 22일 오전 2시30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벌인 2020-2021시즌 EPL 9라운드...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이 사상 첫 11월의 마스터스 주인공이 됐다. 존슨은 16일(한국 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4언더파(버디 6개, 보기 2개)를 보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입력 2020.11.14 03:00‘브라더스 키퍼’가 안양시 한 교회에 설치한 벽면 녹화 앞에서 화분을 내밀고 있는 김성민 대표. 회사 이름의 의미를 물었더니 “성경에서 ‘네 형제(아벨)가 어디...
Remembrance Day & Veterans' Week 2020
[연아 마틴 상원의원의 인사말]2020년 영령 기념일 & 참전 용사의 주오늘 우리는 민주적 권리와 억압받는 사람들을 지켜왔고...
7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코로나 방역 규제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독일인이 방독면을 쓰고 있다./EPA 연합뉴스전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5000만명을 넘어섰다.국제통계사이트...
은관문화훈장 받은 배우 변희봉
IMF 사태가 닥친 1990년대 후반, 배우 변희봉(78)은 방송사 PD에게 “출연료를 깎자”는 전화를 받았다. 나이 많은 배우부터 출연료를 덜 받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출연료를 많이 받는 편이 아니었던 변희봉은 PD에게 “당신이 언제 내 사례를 준...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티에서 중세 기사 옷을 한 20대 남성이 행인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캐나다 퀘벡 시티에서 31일밤 중세시대...
아침 식사 준비가 편한 햄·소시지, 계란, 오렌지 주스 등으로 때우는 이들이 많다. 출근 시간이 이른 직장인들은 시리얼을 서둘러 먹기도 하고, 업무가 바쁜 점심에는 햄버거와 콜라도...
미국에서 김치 사업을 해온 30대 한인 청년 사업가가 정체불명의 괴한의 흉기에 찔린 뒤 숨져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최가네김치 공동창업자 매슈 최. /최가네김치 홈페이지지난달...
조선일보 주최 ‘제11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선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세계 각국의 최고위직 여성 리더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여성 진출을 가로막는 ‘콘크리트...
입력 2020.11.01 04:30신부를 저격한 테러가 발생한 프랑스 중부도시 리옹의 그리스정교회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AFP 연합뉴스최근 무슬림에 의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는...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일(현지 시각) 9만8000명을 넘으면서 또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코로나 감염증이 유행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가장...
입력 2020.10.31 22:19영화배우숀 코너리 /AFP 연합뉴스첩보 영화 시리즈 ’007′에서 1대 제임스 본드 역할을 연기한 원로 영화배우 숀 코너리(90)가 사망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31일(현지...
캐나다 내 親中 단체, 위챗서 6·25 왜곡 500명 전사한 캐나다 조야 들끓어
6·25 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중국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시험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도 중국발(發) 역사 왜곡에 들끓고 있다. 2만6000명을 파병한 캐나다...
바이든보다 4시간여 먼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유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9일(현지시각) 오후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유세에 나서고 있다. 이날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도 수천 명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오렌지카운티에서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면서 주민 10만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AP 연합뉴스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각)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AFP...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