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아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대낮의 뉴욕 맨해튼 거리 한복판에서 교회를 가던 60대 아시아계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발로 수차례 걷어차는 흑인 남성의 폭행 장면을 찍은 영상이 공개됐다. 인근 건물 안에서 폭행 과정을 지켜보던 미국인 남성 3명은 쓰러진 여성을 돕기는커녕 출입문을 닫아버렸다.
29일(현지 시각) 미 ABC, CBS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경찰(NYPD) 증오범죄 전담팀은 전날 오전 11시 40분쯤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교회를 가고 있던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B(65)씨를 마구 폭행하고 달아난 흑인 남성 A씨를 공개수배 했다고 밝혔다.
NYPD가 공개한 당시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보면, B씨는 커다란 체구의 A씨를 마주보며 한 건물 앞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갑자기 오른 다리를 들어 B씨의 배를 걷어찼다. B씨는 강하게 바닥에 고꾸라졌고, A씨는 다리를 들어올려 쓰러진 이 여성의 머리, 몸 등을 3차례 강하게 찍어눌렀다. B씨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A씨는 폭행 이후 주위를 둘러보더니 평온하게 가던 길을 갔다. B씨는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CBS는 A씨가 피해 여성에게 욕설을 하며 “너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f*** you, you don’t belong here)”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보안요원과 행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3명이 건물 앞에서 벌어진 폭행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도 피해자를 도와주지도 않고 오히려 출입문을 닫아버렸다는 것이다. 건물 내부에서 짐을 정리하던 한 남성은 폭행 과정을 처음부터 가만히 보기만 했고, 뒤늦게 영상 화면에 등장한 보안요원 둘은 조용히 출입문을 닫았다.
B씨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NYPD는 밝혔다. 이 영상은 트위터 등에 공유되며 이날 현재 조회수 30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현지 네티즌들은 “냉정한 보안요원들은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을 뿐더러 문을 닫아버렸다” “매일 또다른 인종혐오 사건이 발생한다는 게 끔찍하다” 등 댓글을 남겼다.
NYPD는 현재 A씨를 쫓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알게 될 경우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증오범죄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 경찰들이 변장한 채 거리를 돌아다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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