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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에서 有창조한 나라” 6차례 訪韓… 평소 “박정희에 배워라” 강조

최원석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3-23 16:15

리콴유와 한국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한국과 인연이 깊었다. 재임 시 세 차례, 퇴임 후 세 차례 한국을 찾았다. 박정희 이후 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전 대통령들을 모두 한국이나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2006년엔 지방선거를 지휘하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찾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재계 리더에게 조언하며 양국 관계를 도왔다.

그는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직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원했던 박 전 대통령이 그에게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었다. 리 전 총리는 2000년 펴낸 회고록 '일류 국가의 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가 없었다면 한국은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평했다.

리 전 총리는 당시 경주도 방문했는데, 박 전 대통령은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를 보여주고 싶어 일부러 서울에서 포항공항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자동차로 제철소를 지나 경주로 가도록 했다. 자존심 강한 리 전 총리는 차창 밖 제철소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리 전 총리가 한국의 발전상을 인정하게 된 것은 경주 관광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황금 들판'을 보면서였다. 당시 리 전 총리를 수행했던 김성진 전 문화공보부 장관은 “경부고속도로 양쪽으로 누런 벼 이삭과 빨간 고추 등이 가득 펼쳐진 가을 들녘을 바라보던 리 전 총리 얼굴이 부러움과 오기 섞인 표정으로 상기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1986년 도이머이(개혁·개방정책)에 착수한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박정희에게 배우라”고 말하는 등 한국 성공 사례를 곳곳에서 인용했다. 1990년대 중반 리 전 총리를 만났던 새정치민주연합 정대철 상임 고문에 따르면, 리 전 총리는 당시한국에 대해“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대단한 나라”라고 칭찬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는 어떻게 부패 문제를 해결했느냐”고 묻자, 그는 “고위 지도층이 먼저 청렴결백하고 부하들 앞에 깨끗하지 않고서는 모든 게 시간낭비”라고 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민주주의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리 전 총리가 서구를 따라잡으려면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1994년 미국 정치 평론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하자,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이 이후 같은 잡지에 “경제성장을 위해 민주주의를 제한할 수 있다는 아시아적 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박 기고를 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정치인의 논쟁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리 전 총리는 한국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노사가 일본이 이룩한 노사 간 협력 관계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한국도 미국·유럽처럼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하는데, 한국 기업 관행은 여전히 공식적인 법·규정보다 비공식적 관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또 성공한 사람과 덜 성공한 사람, 많이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공정한 관계가 보장될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런 신뢰가 회복되면 한국인이 다시 한 번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리 전 총리가 생전에 보여준 과거사 철학에서도 한국 등이 참고할 점이 많다. 싱가포르는 150년간 영국식민 통치를 받았고, 태평양전쟁 때 일본 침략으로 고통받았지만, 이러한 과거사에 대해 원한을 갖기보다는 이를 발전 원동력으로 삼았다.

일본에 대해서는 “점령 기간 일본의 잔인함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도 실리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942년 일본이 싱가포르 점령 당시 중국 젊은이들을 대량학살한 사건에 대한 사과·보상을 받으려고 1960년대 일본을 방문했다. 이케다 당시 일본 총리는 사과 대신 5000만달러를 보상금 또는 차관으로 제공했다. 보상은 미흡했고 사과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일본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고 역대 일본 총리들과도 관계 증진에 힘썼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지않는 것에는 끝까지 분노했다. 그는 “사과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한 일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후회·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단지 현재의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는 장래 일본의 의도에 대해 의혹을 증폭시킨다”고 했다.


<1955년 화려한 정치 데뷔 그의 정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그가 조직한 인민행동당은 창당 다섯 달 만에 치른 1955년 4월 총선에서 선출직 25석 중 3석을 획득했다. 당시 선거 직후 리콴유의 모습. 
저서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문학사상사)>


<아들 리셴룽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왼쪽이 그의 부인 콰걱추
(2010년 사망) 여사, 오른쪽 아이가 리셴룽 총리다. >


<1978년 덩샤오핑과 회담 덩샤오핑(鄧小平·사진 앞줄 오른쪽)은 1978년 싱가포르에서 리 전 총리(사진 앞줄
왼쪽)를 만난 뒤 개혁·개방을 결심했다고 한다.>


<1979년 서거 일주일 전 박정희 前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 1979년 10월 첫 방한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리콴유(오른쪽) 전 총리에게 수교 훈장 중 가장 높은 등급인 광화훈장을 수여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과 함께 통역을 맡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만찬에서 리콴유(오른쪽) 전 총리와 건배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사진=한국정책방송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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