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1달러＇ 시대 눈앞에

박승혁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현지 시각) 월 600억유로 규모의 국채매입을 시작하면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10일 외환시장에서는 오후 2시쯤 유로화가 전장보다 0.48% 내린 1.0796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유로가 1.07달러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03년 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1유로와 1달러의 가치가 동등해지는 ‘패리티(parity)’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외환 당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 1월 ECB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것) 발표 이후 2.5%하락했으며 지난 연말에 비해선 8.4% 내리는 등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왔다. ECB가 9일부터 본격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유로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에 따라 ‘1유로=1달러’가 되는 ‘패리티’가 올해 안에 현실화 한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달러 대비 유로화가 3개월 내에 1.05달러를 돌파한 후 내년 초엔 0.98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 유로화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는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져 대(對)유럽 수출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적절한 외환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이엠투자증권의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우리나라의 대유럽 무역수지가 1월에 이미 전년 동월 대비 20% 떨어지는 등 수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며 “원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상무는 “엔화와 유로화의 동반 약세 현상에다 이머징 통화마저 약세 폭이 확대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환율 정책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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