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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휘영청 밝은 달이…/김은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10-09 00:00

둥실 떠올랐습니다. 양떼 구름 너머로 붉게 물드는 노을만 정신없이 바라보다 돌아서니 하얗고 말간  달이 거짓말 같이 거기 그렇게 있었습니다. 세상을 다 비출 듯 환하게 떠 있었습니다. 똑같은 달일텐데 어찌 캐나다 땅에서 보는 달은 이리도 크고 환한지.땅덩이가 넓다보니 달도 덩달아 불었나? 실없는 생각에 혼자 킥킥거립니다. 위도가 높아서 달이 더 가까이 있는건가? 공기가 맑아 빛이 덜 분산되서 그런가하며 그럴싸한 과학적 접근도 해봅니다. 목을 꺾어 바라보던 서울의 달은 저 높은 하늘에 아스라이 걸려있었는데…
 
실상 달의 크기가 달라보이는 것은 위도차이도 아니고, 맑은 공기 탓도 아니랍니다.  모두 사람의 눈이 착각을 하는거라죠.  오로지 사람의 눈이 착각을 해서 지평선 가까이에 있는 달은 더욱 크게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곳에선 지평선이 보이고, 서울에선 빌딩숲에 가려 지평선 위의 커다란 달을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이 차이였던 것이죠. 
 
환한 달빛에 홀린듯 넋놓고 있다가 문뜩 눈에 들어 온 것이 어둔 숲이었습니다. 그 심연같은 어둠과 대조되어 달빛은 한없이 포근하게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 어둠때문에 달이 더욱 빛나는 건 아닐까?  같은 달이라도 이곳이 더 어둡기 때문에, 덜 환하기 때문에 달도 더욱 빛나 보이는 건 아니었을까 되새겨 봅니다.   높은 빌딩숲, 밤 늦도록 꺼지지 않는 불빛들, 주변에 반짝이는 네온싸인, 자동차 전조등의 행렬…  넘치는 움직임과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서울의 화려함은 달이 온전하게 제 빛을 뿜어낼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듯 합니다. 
 
캐나다는 한국에 비하면 참 어둡습니다. 집에도 부분조명만 있을 뿐입니다. 높은 건물도 많지 않죠. 더우기 밤늦게까지 불을 켜고 있는 건물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6시만 지나면 거리에 차도 줄어들지요.  커다란 전광판은 고사하고 네온싸인도 흔치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그렇겠습니까.  이민의 삶, 이곳에서의 생활도 어떨땐 어둠일 수 있습니다.  힘이 듭니다.  익숙치 않은 말은 나를 움츠러들게 하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생활은 괜히 나를 자격지심에 빠지게 합니다. 커가는 아이들은 버겁기만 하고 알 수 없는 답답함과 공허함은 한없이 나를 아래로만 끌어당깁니다. 날마다 이어지는 작은 긴장들은 사사로운 일에도 날카로와지게하고, 자기방어의 본능에만 충실할 뿐입니다. 
 
이런 어둠속에서 한 줄기 작고 맑은 빛을 찾아봅니다.  늘 있었던 것,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가족들, 건강, 내가 꿈꿔왔던 것들,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미래에 대한 소망들…
이민의 삶, 내가 선택했지만 거기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어둠도 있습니다.  그 어둠속에서 이전에도 있었지만 바빠서 혹은 그땐 다른 것들이 너무 대단해 보여서 크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 바라봅니다. 
 
가족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것, 건강에 감사하는 것,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좀 더 희망을 가져보는 것.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그리고 익숙한 고향집을 떠나 광야길로 과감하게 한 발 내딛은 내 선택이 이민의 삶에서 내가 바라보는 나의 보름달입니다.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빛을 찾아내고 따라갈 수 있는 분별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교대상이 없는 온전함으로, 어둡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그런 소망하나 지니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민의 삶. 그러나 남의 나라 땅에서 사는 것이 아닌, 세계인으로 경계를 넓혀가며 개척자로 사는 우리에게  지금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빛날 보름달 하나를 가슴에 품고살고 싶습니다. 한가위 둥실한 보름달은 기울어져 갑니다. 낼모레가 캐나다식 추석입니다. 다가오는 Thanksgiving Day에  마음의 보름달 하나를, 휘영청 밝은 달 하나를 둥실 띄어봅니다.
 


김은주 서강대에서 사회학을, 보스톤 칼리지(Boston College)에서 사회사업을 공부했다. 현재 S.U.C.C.E.S.S 가족 청소년분야, 초기아동 발달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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