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캐나다 메이플로드, 1000리 단풍길을 가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9-17 00:00

끝없이 높은 파란 하늘, 누런 들녘, 목덜미를 간질이는 선뜻선뜻한 바람. 이처럼 가을의 정황을 나타내는 유무형의 아이콘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단풍이다. 그리고 조추(早秋)든 만추(晩秋)든 매년 가을을 마음으로 느끼는 시점이 되면 캐나다의 메이플로드(Mapleroad)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을 그리고 메이플로드

세계가 부러워하는 캐나다의 산림자원은 나무를 사랑하는 캐나다인의 마음이 빚은 결과다. 그러한 마음은 단풍나무(메이플)가 그려진 그들의 국기에 잘 집약돼 있다. 캐나다의 단풍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웅장한 맛이 있다. 산속 계곡의 틈새로 아기자기하게 얼굴을 내밀고 수줍게 흔들리는 새색시 같은 우리나라의 단풍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오밀조밀한 맛은 덜한 편이지만 스케일이 커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캐나다 동부 산림대와 일치하는 세인트로렌스강 연안은 단풍나무, 포플러, 너도밤나무, 연밥피나무, 자작나무 등이 갖가지 색으로 물들어 보는 이의 마음을 어린 아이 손목 비틀 듯이 아주 간단히 훔쳐간다.

메이플로드는 온타리오주의 나이아가라폭포에서 시작해 퀘벡주에 이르는 800km의 단풍길을 말한다. 동부 캐나다의 주요 도시를 단풍이라는 주제로 묶어주는 이 메이플로드는 엄청난 길이도 놀랍지만 캐나다의 과거와 오늘을 상징하는 많은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살뜰한 기회도 제공해 더욱 반갑다.

자, 이제 메이플로드를 따라 캐나다의 다양한 명소들을 만나보자. 장쾌한 자연이 폐부에 콱 박히고 누군가의 표현처럼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비틀면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은 단풍의 정취를 오롯이 감상하는 것은 기본이다.

토론토

인디언들의 언어로 ‘만나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토론토는 메이플로드를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다. 호주의 수도를 캔버라가 아닌 시드니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듯이 금융과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브랜드 인지도가 짱짱한 토론토 역시 캐나다의 수도로 곧잘 오해 받는다.

토론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CN타워가 랜드마크 역할을 하지만 역시 압도적인 이미지는 나이아가라폭포다. 특히 파란 비옷을 입고 ‘안갯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에 승선, 나이아가라의 심장부로 한발짝씩 다가갈 때의 그 전율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나이아가라를 메이플로드의 시발점으로 삼는 이유는 단풍으로 곱게 물든 아름다운 주변 풍광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아가라를 알현하고 나서 차로 10여분 이동하면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on-the-lake)’라는 작은 마을을 만날 수 있는데, 마치 19세기 영국의 어느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776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한 후 왕당파들이 이곳에 옮겨와 정착한 탓이다.

영국풍의 건물과 거리가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자수제품과 도자기 등을 파는 예쁜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외에 많아야 너댓명 정도가 예배를 볼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와 캐나다의 명물인 아이스 와인 양조장 등을 구경하며 한껏 여유로움을 부려도 좋다. 조석으로 기온차가 큰 나이아가라 주변에서만 생산되는 아이스 와인은 알싸하면서도 적당히 달콤한 맛을 낸다.

오타와

캐나다의 수도로서 토론토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아담하면서도 품격을 갖추고 있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집들은 제각각 개성을 뽐내며, 집 뒤로는 광활한 들판이 이어져 있어 부러움을 자아낸다.

오타와는 가을 단풍도 멋들어지지만 해마다 봄이 되면 도시 곳곳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오색의 튜울립도 장관이다. 오타와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고딕양식의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국립예술센터, 리도운하, 캐나다자연사박물관 등이 있다. 특히 오타와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알공퀸국립공원은 구석구석 붉게 물든 단풍잎들로 여행객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메이플로드의 필수코스다.

로렌시아 고원과 몬트리올

나이아가라가 메이플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라면 이곳은 메이플로드의 정점을 이루는 곳이다. 몬트리올의 북쪽으로 넓게 자리한 로렌시아 고원은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휴양지로 가족단위 여행객이나 배낭여행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기도 하다.

유명한 휴양지 몬터벨로를 비롯해 유명인들의 별장이 곳곳에 자리한 로렌시아고원은 가을이 되면 완만한 고원 일대가 온통 붉은 빛의 낙엽수림으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한다. 몬트리올이나 퀘벡 같은 저지대 도시들이 아직 녹색을 품고 있을 때 이미 이곳 고원 숲은 온통 새빨간 옷을 입고 있다. 이렇게 수놓아진 산들이 아득히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는데, 이 ‘가을의 전설’을 대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녹신해지고 몸 안 어딘가 똬리를 틀고 있는 시심이 저절로 꿈틀거림을 느끼게 된다.

캐나다 제 2의 도시로 ‘북미의 파리’라 불리는 몬트리올은 중세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구시가지와 현대적인 분위기의 고층건물이 늘어선 신시가지로 구분돼 있어 신구의 조화가 아름답다.

퀘벡시티

주민들 대부분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속의 프랑스’ 퀘벡시티는 중세 프랑스의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는 곳이다. 특히 구시가지의 중심가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유서가 깊다.

퀘벡시티의 루아얄광장 앞 부두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세인트로렌스강을 지나다 보면 샤토프롱트낙을 비롯한 퀘벡시티의 유유자적한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인트로렌스강의 중앙에 떠 있는 오를레앙섬은 퀘벡시티와는 다리로 연결돼 있는데, 수백년이나 된 집과 제분소, 교회 등이 아직도 바래지 않은 프랑스 문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랜된 도시이자 북미 대륙에서 유일한 성곽도시인 퀘벡시티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좁은 골목 사이를 샅샅이 훑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걸음걸음 고풍스런 중세 프랑스가 발끝에 채이고, 안온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싼다.

여행미디어 박은경 기자 www.tourmedia.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북미교육 이것이 궁금하다-LearnNow BC   “온라인 교육,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BC주 교육부 ‘런나우BC’ 웹사이트 운영   요즘 온라인 교육 열풍이 거세다. 캐나다내 대학기관과 교육청, 일반 사립학교 부설 온라인 교육기관, 사립학원 등에서 운영하고...
밴쿠버 유학원 협회 6일 결정
밴쿠버 유학원 협회(회장 정현문)는 6일 대책회의를 통해 VTC어학원과 관련해 피해학생을 확인하고 다른..
BC주정부 직업 수요 전망
BC주정부는 직업과 교육 안내 웹사이트 ‘워크BC(WorkBC)’를 개설하면서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BC주에 일자리 87만건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정부는 인구 노령화, 신기술 등장, 경제순환과 국제사회 경쟁 증가에 따라 인력 부족현상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다....
BC주정부가 ‘UN의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알아본 첫 연례 보고서에서 매우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캐나다 서부 법률지원협회인 웨스트 코스트 리프(West Coast Leaf)가 6일 발표한 이 보고서는 지난 4년 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감방 180개… 2013년 완공 예정
써리 유치장과 인접한 땅에 첨단 구금시설을 건축하겠다고 캐시 히드(Heed) BC주 법무장관이 7일 발표했다. BC주정부는 법원과 경찰서에 터널로 연결된 써리 유치장(Surry Pretrial Service Centre) 인근에 180개실을 갖춘 구금시설을 추가할 계획이다. 써리 유치장은...
특정 유방암 관련 DNA 암호 모두 분석‏
어떻게 특정 유방암이 시작되고 퍼지는지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7일 과학전문지인 네이쳐(Nature)에 표지기사로 발표됐다. BC암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전체 유방암의 10%인 전이성 소엽 유방암(metastatic lobular breast cancer tumour)을 유발시키는 DNA...
닌자 어쌔씬 VS 카무이
올해 밴쿠버 국제 영화제(VIFF)는 70개국에서 377편의 영화를 초청했다. 각기 다른 주제의 수많은 영화 가운데 어떤 영화를 볼지 고르는 것은 상당히 힘든 고민이다. VIFF 미디어 관계자는 비슷한 성향의 영화를 골라보고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VIFF를 즐기는 한...
‘유형길과 제자들’의 순수미술 전시회가 2일부터 밴쿠버 중앙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인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정서의 색채와 주제를 담은 작품들로 국적을 초월한 수많은 관람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전시회는 10월 14일(화)까지 계속된다. 한혜성 기자...
한인입양가족초청행사 열려
BC주 성인입양인 단체인 ‘Asian Adult Adoptees of British Columbia(Triple ABC)’가 주관하고 총영사관이...
피트 메도우-포트 코퀴틀람 연결
피트 메도우와 포트 코퀴틀람을 동서로 연결하는 새 피트 리버 브리지(Pitt River Bridge)가 4일부터 일부 차선 개통됐다.  새 피트 리버 브리지는 1957년과 1978년에 각각 개통된 2개 교량을 대체하기 위해 지어진 7차선 사장교(cable-stayed bridge)다. 서쪽으로 3차선,...
9월 거래량 124.5% 급증
밴쿠버 주택시장이 완전히 살아났다. 밴쿠버부동산위원회(REBGV)가 발표한 9월 주택시장동향보고서에 따르면 거래량(3559건)은 지난해 보다 무려 124.5% 급등했다. 이는 9월 거래량으로는 사상 두번째 많은 것이다. 밴쿠버 지역 주택평균가격(54만7092달러)은 연초대비...
이근백씨, 연방하원의원 도전
캐나다 국내 4개 선거구에서 연방하원 보궐선거가 오는 11월9일 치러질 예정이다. 스티븐 하퍼(Harper) 캐나다 총리는 4일 BC주 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 선거구를 포함해 노바스코샤주와 퀘벡주 2곳에서 보궐선거 일자를 공표했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4개...
제11회 ‘장학의 밤’ 행사 성황리에 마쳐
밴쿠버 한인 장학 재단(이사장 김효신)이 주최한 제11회 ‘장학의 밤’ 행사가 성황리에...
캐나다-BC주정부 1200만 달러 투자
캐나다 정부와 BC주정부는 이민자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BC 스킬스 커넥트(BC Skills Connect)’에 예산 12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5일 발표했다. BC주정부는 해당 프로그램이 이민자 5500명의 외국자격 및 경력 인증을 도와 취업에 보탬이 됐다고 설명했다. 모이라...
10월이 되면 밴쿠버에는 옥외행사는 거의 사라지는 대신 실내행사가 많아지는 편입니다. 특히 공연이 활발한데, 오는 28일 U2가 밴쿠버에 오는군요. 같은 날 블랙 아이드 피즈 공연도 있으니 중년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관객이 밴쿠버 시내에 몰릴 것 같습니다....
족부의학(Podiatry)
약물치료가 아닌 자연을 중심으로 인간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특히 현대인들이 고질병으로 꼽는 근육뭉침, 만성두통, 소화불량처럼 약물치료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누릴 수 없는 질병에 자연친화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밴쿠버의 비 오는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부터 봄이 올 때까지 올해도 어김 없이 젖은 날이 오래 이어질 것이다.  연평균 강우량으로 치면 이 고장의 비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 나라 기상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밴쿠버의 연평균 강수량이 1199mm로...
“더 나은 직업 환경을 찾아서”
BC주의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주로 떠나고 은퇴연령층은 BC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디팍 오브라이(Obhrai) 캐나다 외무부 정무차관이 1일 한국 개천절을 앞서 축하하기 위해 하찬호 주캐나다 한국대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오타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연방 각료 비서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사진제공=...
위슬러 리조트를 소유한 인트라웨스트(Intrawest)사가 올 스키시즌부터 새 헬멧지침을 내렸다. 지침은 3세부터 17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휘슬러 리조트에서 강습프로그램을 수강할 때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하며 모든 스키어와 스노보더도 자발적으로...
 1291  1292  1293  1294  1295  1296  1297  1298  1299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