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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가 간다-Zajac 여름캠프 자원봉사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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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9-07-23 00:00

“그곳에서는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아니었다”

대자연 속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아이들

비영리재단으로 멜 주니어와 마티 제이젝(Mel Jr. and Marty Zajac)에 의해 설립된 제이젝(Zajac)농장은 매해 여름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영혼을 불어넣자”라는 모토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제이젝 여름 캠프는 만성질환, 각종 난치병, 신체적 장애 등을 안고 살아 가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활동을 제공하며 자아 실현, 자신감 회복, 그리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이젝 농장은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척추장애, 혈액 장애, 위장 장애, 자폐증, 투렛 증후군, 간질, 다운증후군, 신경 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모집 후 분류하여 각각의 특성에 맞는 캠프를 나흘간에 걸쳐 제공한다. 필자는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5일까지 10일 동안 자원봉사자로 제이젝 농장에 머물며 척추피열(脊椎披裂) 및 터너(Turner) 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가족캠프와 혈액 장애 아이들 캠프에 참석하며 겉으론 조금 틀려 보이지만 여느 일반 아이들과 똑같이 큰 꿈을 품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 가는 장애 아동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코퀴틀람 센터에서 떠난 지 한 시간 반 만에 미션 내 시원하게 펼쳐진 스테이브(Stave) 호수를 둘러싼 비포장 도로를 달려 제이젝(Zajac) 농장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백설공주가 난쟁이들과 머물던 숲 속 마을을 연상케 하는 이 곳은 아름다운 대자연의 전경뿐 아니라 매년 여름 이곳을 찾는 캠프 참가자들을 위한 활동 및 숙소 시설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캠핑 참가자들에게 숙소로 이용될 세 개의 통나무 캐빈, 식당, 24시간 간호사가 대기중인 진료실, 한창 공사 중이던 실내 수영장, 야외 수영장, 암벽등반 시설, 체육관, 캠프파이어장, 카약과 카누를 탈 수 있는 호수, 외양간, 푸른 잔디 구장은 장애 아동들이 자신의 모습을 마음껏 표출하며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이튿날인 27일 척추피열및 터너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가족캠프 첫 날이 시작되었다. 아침식사 후 캠프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캠프 참가자들 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예상보다 이른 시각에 도착한 캠프 참가 가족들을 위해 길 안내, 농장 투어, 이름표 만들기, 축구 경기, 그림 그리기 시간, 스텝들과 친해지기 시간을 준비하느라 다들 오전부터 바삐 움직였다. 다들 하나 같이 상기된 표정으로 캠핑 장에 들어서던 가족들은 앞으로 4일간 열릴 여름캠프에 대한 큰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약 3시간 후 90명 가량의 캠프 참가자들이 도착하고 모든 스텝들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앞으로 같은 캐빈에서 머물 가족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 식사 이후 모든 캠프 참가 가족들과 스텝들이 모여 캠프 파이어 주위에 옹기 종기 앉아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짧은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이후 부모들은 식당에 모여 차를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모든 아이들은 체육관에 모여 우스꽝스런 모습의 복장을 하고 작은 패션쇼를 펼쳤다. 각자가 준비한 퍼포먼스와 함께 기품 있게 런웨이를 걸은 후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기다리던 아이들의 모습은 다들 사뭇 진지해 보였다. 휠체어를 탄 아이들과 걸음이 불편한 아이들이 장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이 최고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하며 심사위원들이 드는 점수 판을 보며 기뻐하던 모습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아름다웠다.


캠프 둘째 날,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각자의 그룹을 따라 카운슬러와 함께 야외활동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로는 양궁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양궁 실력을 뽐냈다. 양궁 시간이 끝나고 다같이 자리를 옮겨 악기 연주, 숨바꼭질, 사람 조각하기 놀이 등을 하며 무궁한 상상력과 독창성을 마음껏 표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이후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이 고대하던 승마를 위해 외양간으로 향했다. 승마 시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한 짧은 교육을 받은 후 아이들은 말을 타고 줄을 지어 긴 오솔길을 걸었다. 그 중 몸이 불편해 두 명의 성인의 지탱을 받아야 겨우 안장에 앉아 승마를 할 수 있던 소녀가 “저는 말 타는걸 너무 좋아해요. 이번이 세 번째로 말을 타는 거예요” 라며 웃는 모습을 보며 장애는 아이들의 꿈을 절대 앗아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햇살에 힘들어 하던 아이들을 기다리던 것은 야외 수영이었다. 차가운 물로 채워진 야외 수영장에서의 물놀이는 뜨거운 여름 햇살로 인한 열기를 잠시나마 가시게 해주었다. 여느 또래와 다름없이 다이빙을 하며 서로를 차가운 물로 떠밀며 깔깔거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이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했다.


저녁 식사 후 극장 앞에 모여 스텝들이 준비한 간단한 연극을 관람한 후 아이들은 집에서는 전혀 할 수 없었던 창문에 낙서하기, 스텝의 차에 낙서하기, 스텝의 옷을 나무에 걸어 놓기 등의 ‘장난시간’을 가졌다. 낙서가 끝난 후 차 주인 스텝이 얼룩진 자신의 차를 보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고 자지러 지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들 또한 평범한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캠프 3일째 되는 날의 오전은 슈퍼 히어로(Super Hero) 주제로 모든 활동이 진행 되었다. 아침 식사 중에 악당이 식당에 들어와 요술 가루를 가지고 달아나는 퍼포먼스가 보여지고 아이들은 스텝들로부터 악당을 찾아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다. 식사가 끝난 후 요술 가루를 되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인 아이들은 퍼즐 맞추기, 컵으로 물 옮기기, 소리 지르기, 퀴즈 맞추기, 숟가락으로 골프 공 나르기, 초콜릿 푸딩 던지기 등을 했고,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의 도움으로 요술 가루를 훔친 악당이 체포 됐다는 소식에 일제히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오후 아이들은 호숫가에 나가 카약과 카누를 탔고 그 이후엔 줄타기 및 암벽등반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줄타기와 암벽등반은 웬만한 성인들도 겁낼 정도로 높았지만 안전 장치를 착용한 아이들은 성큼성큼 줄을 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 이후 어른들과 아이들은 따로 흩어져 저녁 식사를 하였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저녁 식사 중엔 손 안대고 음식 먹기 규칙 때문에 얼굴 전체가 스파게티 소스로 범벅이 됐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접시의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는 서로의 모습에 잠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저녁 식사 이후엔 장기자랑이 열려 아이들은 그간 남모르게 갈고 닦아온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선보였다. 아이들은 기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누구 하나 빼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장기를 용기 있게 마음껏 표현하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피아노, 연극, 노래, 춤, 마술, 동화구연 등의 갖가지 장기를 가진 아이들의 모습에 어쩌면 이 아이들이야말로 몸이 불편한 곳이 없는 정상인들이 절대 누리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다같이 숙소에 모여 서로 덕담을 나누며 제이젝 여름 캠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오전 7시 반부터 요가, 수영, 화살, 축구 교실이 열려 짧은 캠프를 뒤로 하고 떠나야 하는 아이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아침 식사 후 모든 가족들은 짐을 챙겨 차에 옮기며 그간 캠프를 이끈 스텝들과 작별 인사를 하였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닭 똥같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는 아이들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찡했다.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는 기약만이 아이들의 눈물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게 해주었다. 
일년 중에 제이젝 여름 캠프만을 기다린다는 한 부모의 귀띔에 아이들과 더 재미있고 더 유쾌하게 놀아주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사회의 편견이 아이들에게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이곳 ‘제이젝 농장’을 가장 기다리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Zajac Ranch for Children 홈페이지 : http://www.zajacranch.com

나용학 인턴기자 alexna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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