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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미소를 닮은 사람들 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3-06 00:00

[특집] 중년 배낭족의 미얀마 단상

나는 어느 나라 또는 어느 도시를 소개할 때 종종 인용되는 수사적 표현에 대해 그다지 신뢰하는 편이 아니다. 예를 들어‘동양의 나폴리’라든지, ‘인류의 마지막 낙원 샹그릴라’등등이 그런 경우다. 그런 표현이 처음 회자되었을 당시에는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었을지는 몰라도, 세월이 지난 지금 인구는 늘고 환경은 퇴락하거나 파괴되어 대부분 처음과는 사정이 달라진 까닭이다.
언필칭 우리나라를 외국에 소개할 때마다 등장하는‘고요한 아침의 나라’- 이 표현에도 사실 동의하기 어렵다. 화엄사 산문 코앞까지 진출해, 사찰의 정숙함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진을 치고 있는 노래방이나 댄스방을 볼 때, 이 서정적인 수식어도 시효가 지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얀마에 관한 책자는 시중에 별로 나와있지 않지만, 대부분‘황금사원의 나라’ 또는‘미소의 나라’- 이런 이미지로 소개되고 있다. 아내와 나는 지난 1월 미얀마를 20일간 배낭을 메고 돌아보면서 예외적으로 이 수식어에는 전적으로 동감하게 되었다. 


독립 후 줄곧 군사독재 정권의 폐쇄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져 가고 있지만 -유엔이 지목한 세계 10대 빈국 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대중의 깊은 불심이 녹아 들어서 인지 이들의 얼굴에는 늘 아름다운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어쩌면 가난에 대한 보상으로 붓다는 자신을 닮은 미소를 선물해 은덕을 베푼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의 민생보다는 군사독재 정권 유지에 골똘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는 그만큼 외부세계에 민감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통제는 강화되므로, 이 나라의 입국비자 발급 규정은 꽤나 까다롭다. 일단 언론인이나 기자, 작가, 방송관계자는 물론이고 방송 카메라맨 심지어 사진작가에게도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연전에 있었던 승려들의 민주화 시위 때나 사이클론으로 자연재해를 당했을 때는 이 규정이 더욱 강화되어 웬만한 카메라를 소지한 일반 여행자들까지도 세세한 심사와 제재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이런 직업군의 종사자들은 직업을 적당히 둘러대기 마련인데, 외부와의 유착은 통제해야 하면서, 외국 여행자들로부터 달러 유입은 절실한   현실인 까닭에, 딜레마에 처한 미얀마 정부는 이런 상황을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선 아웅산 수치 여사는 미얀마의 미래를 도와주려면 미얀마에 원조나 여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바깥세상에 고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로 인해 더욱 고통 받게 되는 건 정부보다도 민생들일지도 모를 일이다.(아웅산 수치 여사는 버마 독렵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이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
 
아무튼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기는 했지만, 미얀마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대행사를 통해 사진 4장과 신청서 그리고 적지 않은 비자 신청비를 동봉해 여권과 함께 오타와로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비자신청에는 별도의 신청이유서가 필수이므로, 나는“그대들 나라의 유구한 불교 유적과 더불어 the unspoilt natural environment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라고 공손한 편지를 한 장 첨부했다.


신청한 지 거의 한달 만에 비자스티커가 붙은 여권을 받아 쥔 나는 본격적으로 미얀마 행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볼펜과 의약품을 준비했다.(처제 뻘 되는 착한 처제가 약을 지원해 주었다) 더운 나라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계획한 트레킹 지역은 산간 마을이어서 겨울 옷도 챙겼더니 배낭이 불룩해졌다. 결국 망설였던 침낭은 최종 점검 때 포기했는데, 덕분에 농촌 민가에서 잠을 잘 때 그곳 이불에서 옮겨온 벼룩인지 빈대인지에 물려, 아무튼 지금 내 종아리가 성치 못하다.(비자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3개월이며 체재 허용일수는 최장 28일)

양곤 입국

미얀마에 대한 선입관으로 내심 어느 정도 긴장했던 예상과는 달리 양곤 국제공항의 입국심사는 너무나 간단해 오히려 싱겁기까지 했다. 적어도 군복 견장에 별 두세 개쯤 단 법무부 직원이 다소 거만하면서도 위압적인 표정으로 여권의 사진과 실물을 번갈아 째려볼 줄 알았다. 그리고 미얀마에 온 이유와 직업을 확인하고, 달러는 얼마나 소지하고 있으며, 행선지는 어디냐 … 등등 뻔한 질문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모범답안을 입안에서 되새기고 있었었다.(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미얀마가 아니라 밴쿠버 공항 입국심사 같다.)

이런 분위기를 상상하게 만든 건, 미리 검색해 본 미얀마 교포 사이트에 입국 심사시 공연한 말을 해서 곤혹을 치르지 말라는 경고가 다수 올라와 있어서였다. 다행히 입국장에는 흰 군복을 입은 근무자들이 서성대긴 했지만, 표면적으로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우리와 함께 말레이시아 항공편으로 입국한 탑승객은 대부분 외항선 선원들로서 계약을 마치고 귀향하는 미얀마 청년들이었는데, 우리 둘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여행객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싱거운 입국에 안도하는 한편 이 폐쇄된 땅에서 3주간 배낭여행을 시작하게 된다는 사실로 가벼운 설렘에 들떠있는 동안, 함께 왔던 선원들은 마중 나온 가족들과 반갑게 상봉하고는 뿔뿔이 공항 밖으로 사라졌다.

김동기(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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