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인 우양, 멕켄지/CNW제공 |
뛰어난 아이들 안에 있는
사회 철학 엿보기
캐나다 청소년들의 장점이 있다면 삶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와 자발적인 활동이다. 사회적 모범으로 선발되는 대상은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동시에 자발적인 의지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창조적인 개선을 이뤄내는 인물들이다.
실례로 16일 “캐나다 최고 10대 자선운동가(teen philanthropist)”에 선발된 제인 우(18세)양은 14세부터 ‘칠드런 앤 유스 프렌들리 캐나다(CYFC)’란 단체의 활동을 지원해왔다.
캐나다 전국에서 10대중 활발한 자선활동을 해온 이들을 선발해 소속단체에 기부와 장학금을 기부한 맥켄지 인베스트먼트사는 우양의 선발 배경을 “그녀가 거주하는 지역사회의 풍요를 위해 지칠 줄 모르는 창조적인 노력을 해왔다”며 “그녀는 자선의 참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세대의 금 같은 표본이다”라고 밝혔다.
상장을 줄 때 흔하게 나오는 말 같지만 내용을 분석해보면 캐나다 사회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찾아볼 수 있다.
‘지역사회의 풍요로움(community enrichment)’… 캐나다학생장학재단 스티브 모건(Morgan) 이사는 ‘지역사회(community) 기여’는 장학금 수상자의 경력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며 캐나다사회를 이해하는 데 익혀야 할 필수적인 단어라고 지적했다.
지역사회는 농경사회부터 내려오는 개념이다. 한국도 두레를 통한 품앗이 전통이 있고, 여기서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 부락단위의 자치를 이끌었듯이 캐나다 역시 커뮤니티가 있고 여기에 기여해온 사람이 우대를 받는다. 모건 이사는 캐나다를 “이타적인 행동에 보이지 않는 보상이 따르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봉사활동 경력이 풍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성적차이가 많지 않다면 이타적인 활동을 한 학생에 대해 우선권이 돌아갈 것”이라며 “편견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난 30년간 장학생 평가를 해보니 이타심이 있는 학생이 성적도 높은 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인리치먼트’는 물질적 풍성함 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숙함을 더해준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지역사회의 기여는 사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맥켄지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캐나다국내 13세부터 19세 사이 청소년 중 93%가 어떤 형태로든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맥켄지사는 현재 10대 세대를 “어느 세대들 보다 지역사회 참여(commitment)와 자원봉사에 익숙한 세대로 이들은 봉사에 리더쉽과 창조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칠 줄 모르는 창조적인 노력’… 우양의 자원봉사는 12살부터 캘거리 청소년재단(CYF)활동에서 시작됐다. 현재 우양은 CYF 회장이자 캘거리 시장 청소년 카운슬 공동의장을 맡아 청소년의 의사를 시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청소년기 동안 꾸준히 생활의 일부로 봉사를 해온 것이다.
여기에 사회단체의 수요를 읽어낸 활동에 동참했다. 예산이 적은 청소년 단체들에게 학교나 교회, 커뮤니티센터가 저가에 공간을 빌려줄 수 있게끔 ‘청소년을 위한 오픈 도어 임대 지원회’에 참여해 수 천달러 모금활동을 도왔다. 이를 통해 우양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무수한 인맥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활동연대 도로시 갤런트(Gallant) 간사는 “성실한 이들은 지속해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자신에게 필요한 혹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며 “반면에 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들은 주어진 일 외에 새로운 역할이나 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라고 지적했다.
갤런트 간사는 “개인이 지속적인 성실함을 발휘하는 배경에는 내부의 철학 또는 신념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성실한 사람 중에는 인테그러티(integrity)를 갖춘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카터(Carter) 예일대 법학교수는 ‘인테그러티’를 갖추기 위한 3단계를 동명의 저서를 통해 분석했다. 그는 ▲옳고 그름의 분별하고 ▲당장 손해를 볼지라도 분별이 가져온 통찰력에 따라 행동하고 ▲옮다고 믿는 행동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양은 자선활동에 대해 “나에게 있어서 자선은 시간, 지식, 마음과 돈을 진정 값어치를 따지기 어려운 것-현실적인 변화로 바꿔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참여’… 캐나다의 한인청소년들 사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자발적인 참여다.
밴쿠버에서 청소년 자원봉사 그룹을 이끌어본 한 한인 관계자는 “다수는 아니다”라는 전제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에서 자원봉사 시간을 채울 것을 요구하니까 일단 명단에 이름 올려놓고서는 봉사현장에 안 나오는 이들이 있었다”며 “일부는 어머니가 연락해 이름을 올리는데 시간만 때우고 가려고 해 오히려 열심히 하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요구에 대한 수동적인 반응은 하지만 능동적인 반응은 잘 못하는 것.
리더쉽에 대한 오해도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리더쉽은 내 말에 모두가 무조건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대다수가 따를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이라며 “고등학생이 더라도 다른 아이들 위에 군림하려고 생떼 쓰는 것이 리더쉽인줄 착각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런 리더쉽은 사회에서 통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졸업을 앞둔 한 한인 UBC대학생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자기 길로 믿고 전공을 공부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을 준비하면서도 4년간 공부한 것이 과연 나에게 맞는가 늦은 고민을 시작한 나 같은 학생도 있다”며 “진학에 있어서 주관을 갖고 결정하지 못한 부분들이 후회로 남는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파운데이션 오브 캐나다 모니카 패튼(Patten) 회장은 요즘 캐나다 청소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젊은 캐나다인들은 그들의 지역사회와 세계 곳곳에서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이 일이 해야만 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를 그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Not because they are required to, but because they want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패튼 회장의 말은 모든 캐나다인들이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더 높은 곳을 향하라는 긍정적인 부추김이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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