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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면 뭐하나(2)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24 00:00

 

디지털 사진기는 사진을 찍고 나면 바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나 같이 사진으로 밥 벌어먹고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축복이다. 그러나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마약 같은 존재다. 마치 인스턴트 식품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과연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고, 걱정하면서 요리를 하면 그 과정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실패의 과정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러나 과정이 필요 없이 바로 먹는 음식은, 맛 없으면 버리면 그만이다. 금방 다시 먹을 수 있다. 맛없으면 버리고 맛 있으면 먹고, 그런 식이다. 그 과정은 쌓이는 시간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이다. 언제나 같은 실수를 늘 반복한다.

찍은 사진을 어떻게 보고 보관하는가는 사진을 잘 찍게 되는 과정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하루 날 잡아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밴쿠버처럼 경치가 지천에 널린 곳에서는, 더구나 저녁 먹고 나서도 한낮인 여름철에는 집에 몇백장의 사진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들고 돌아올 수도 있다. 자 이제 그 사진을 어쩔 것인가?

일단 컴퓨터에 옮기고 맘에 드는 것을 고른다. 이 정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어떤 분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틈이 날 때마다 지우며 찍기도 한다.

맘에 드는 사진은 일단 컴퓨터에 저장한다. 여기서 문제다. 컴퓨터 어디에? 그냥 그냥 생각 나는대로. 답이 이렇게 나오는 사람들은 내 단언컨데 사진을 잘 찍으려는 생각을 접어야한다. 이 글을 보고 <이런 건방진…>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몰라도 사진에 대해 내가 확신하는 몇 가지 안 되는 것 중에 하나다.

너무 돌아가지 말고 그냥 답부터 이야기하면 사진을 찍으면 잘 보관해야 한다. 여기서 <잘>이란 그냥 <잘>이 아니라,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를 잘 분류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야한다는 뜻이다.

사진을 봐달라고 내게 노트북 째 들고 와서는 사진이 어디 있는지 몰라 삼십분을  헤메는 분도 있다. 솔직히 말은 안 했지만 그렇게 내팽개쳐 있는 사진은 보고 싶지 않다.

되도록이면 사진을 보관하는 하드디스크를 하나 따로 장만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를 예를 들면 -이건 결코 뽐내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상식이다- 삼년 전 디지털 카메라를 사서 찍은 사진 중 그때 그때 골라낸 사진들이 두 개의 하드드라이브에 날짜 별로 보관되어있다.

왜 두개냐 하면 혹시 하나가 망가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이다. 내가 물론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다르다. 왜 이렇게 사진 보관에 신경을 써야 하느냐? 간단하다. 나중에 다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진을 잘 찍는 비법 중에 하나는 사진을 찍는 일과 보는 일을 반반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운전을 하면서 앞만 보고 갈 일이 아니고 옆과 뒤를 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등학교 때 존경하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능숙한 사냥꾼은 사냥을 하러 산 속을 다닐 때는 꼭 일정한 간격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한다고 한다. 자칫 사냥감을 쫓아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길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방향 감각을 잃게 되고 때로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참 비슷비슷하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뒤 돌아보지 않고 냅다 새로운 사진만 찍다 보면 정말로 자신이 앞으로 가는지 샛길로 빠졌는지 혹은 아예 뒤로 가고 있는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저 보관만 할 것이 아니라 기록을 남겨두면 더욱 좋다. 라면을 끓이면서 물은 얼만큼 넣었고 그랬더니 맛이 어떻더라고 기록을 10번만 하면 아마 라면에 도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의 도움으로 사진의 계량적인 기록, 즉 숫자로 된 기록은 저절로 남는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렌즈, 플래쉬 등등. 그러나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은 카메라가 알 길이 없다. 내가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이런 것들은 귀신도 모른다. 그저 본인만 알 뿐이다.

이런 느낌이나 생각들을 간단하게라도 기록해 놓으면 사진을 조금만 찍어도 사진 실력은 안 좋아질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어떤 분들은 사진을 찍자마자 그런 것들은 잊어버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더 심하게는 그런 생각이나 느낌 같은 것이 아예 처음부터 없는 분들도 계신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다.

만약 두 사람이 100시간을 사진에 정진한다고 할 때 한 사람은 그 시간 동안 사진을 찍기만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반은 찍고 반은 본다고 했을 때 그 시간 후의 사진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될 것이다. 설마 누가 땅이고 누가 하늘인지 헛갈릴 분은 안 계시겠지요?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도무지 사진이 좋아지지 않으시는 분들은, 일단 카메라를 잠시 밀어놓고 컴퓨터에 앞에 앉아 사진정리부터 할 일이다.

<다음주에 계속>

☎(778)867-7345 /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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