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슴이 아픈데, 그렇다면 협심증인가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평생 담배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평범한 체구의 50대 중반의 남성이 가족들과 동네 중국 식당에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오는 도중 차 안에서 매스꺼움과 함께 구토 증상을 일으켜 차를 세웁니다. 그리고 얼마 후 속이 좋아지자 다시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듭니다. 밤새 속이 불편하고 소화 불량인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왼쪽 턱이 아픈 것 같기도 해서 소화제를 먹고 다음 날 아침 패밀리 닥터를 찾습니다. 그리고는 청천 벽력과 같은 진단명을 듣습니다. 심근 경색.

여름이 특히 아름다운 밴쿠버에 아주 기나긴 겨울철이 시작되려 합니다. 특히 겨울 아침은 심혈관 질환이 가장 흔히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겨울철은 여름과 달리 호르몬 조절에 변화를 가져오고, 특히 이른 아침은 고혈압이 악화되는 때이기도 하며 추수감사절과 성탄절까지 연말이 계속되면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고 알게 모르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지요.

이번 주부터 몇 주에 걸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인 심장병’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심혈관 질환(coronary artery disease)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그 중 첫째는 일시적으로 심장 근육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하여 오게되는 (1) 허혈성 심장 질환, 흔히 협심증이 있습니다. 이는 급성이라기 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증세입니다.

반대로 두 번째는 몇 분 내지 몇 시간에 걸친 짧은 시간에 일어나고 그냥 지나쳤을 경우 심장 근육에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2) 급성 심혈관 증후군, 다른 말로 불안정성 협심증과 심근 경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장은 우리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중요한 기관으로서 굉장히 두꺼운 근육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장이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심장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심혈관 (coronary artery)에도 충분한 양의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 심혈관 질환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비유를 하자면 여름에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여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그 요구량에 발전소가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오작동으로 발전을 멈추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오랫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못하면 많은 불편함을 느끼듯이 우리 몸도 5분-10분 가량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지요.
 

저는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많이 안 마시는데 왜 심혈관 질환이 생겼나요?
서두에 말씀드린대로 아무 증세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심혈관 질환이 생기는 경우는 25%에 달합니다. 즉 네 명 중 한 명은 자신이 심혈관 질환을 앓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지나친다는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1. 가족력 - 만약 자신의 직계 부모, 조부모, 삼촌, 고모, 이모 등 자신과 혈연 관계에 있는 분들이 과거 혹은 현재 심혈관 질환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라면 분명 자기 자신에게도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높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유전적 원인으로 심혈관 질환을 앓는 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고혈압, 고콜레스테롤증, 당뇨병 등이 생기고, 이 세 가지 질환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이기 때문입니다.

2. 당뇨병, 고콜레스테롤증, 비만 -  최근에는 비만도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과거 단순히 영양 과잉과 운동 부족으로 생긴다는 비교적 간단한 이론 말고 우리의 DNA 중에 비만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가족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리 몸의 특정 물질이 비만을 일으킨다는 등의 매우 구체적인 이론들이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면 아시겠지만, 뚱뚱한 사람치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 단 음식 싫어하는 사람 없습니다. 따라서 비만은 고혈압, 고콜레스테롤증, 당뇨병을 일으키는 또한 더 악화시키는 요인입니다.

3. 흡연 -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백해 무익한 것이지요. 흡연을 하게 되면 산소 요구량이 증가하게 되어 심장 근육에 과부하가 걸리고, 혈전(thrombosis), 즉 혈관 내에 작은 핏덩어리가 더 잘생겨서 혈관이 막힐 수 있습니다. 고질적인 습관으로 인해 금연을 하지 못하고 담배를 하나 둘 피울 때 자신의 심혈관은 그 만큼 점점 좁아진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오늘부터라도 금연을 하시고 자신의 의지로 못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의학적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4. 술-한 때 붉은 포도주가 심혈관 질환에 좋다고 하여 전세계적으로 큰 유행이 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술을 즐겨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권장해야 하는 지 아니면 얼마나 많은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게 권장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규명된 연구 결과가 없습니다.

성인 남성은 하루에 술 두 잔, 그리고 여성은 한 잔에 해당하는 술을 식사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해지지만 굳이 와인이 일반 주류, 즉 맥주나 위스키에 비해 우수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알코올 때문이 아닌 다른 성분 때문일 것이므로 포도 주스 등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1년 미국 심장협회 권고문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높은 것이므로 굳이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성인 심혈관 질환의 증세와 진단법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직까지 감기 백신 주사 맞지 않으신 50세 이상의 성인 독자 여러분들은 만약 6개월 이상된 손자 손녀가 있으시다면 함께 가정의를 찾아가셔서 백신 주사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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