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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의 추억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17 00:00

1980년대 중반, 당시 내 월급의 거의 3배가 되는 돈을 들여 카메라를 하나 샀다. 그리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사진의 대부분은 흑백필름으로 찍었고 집에 암실을 만들어 현상을 하고 인화를 했다. 암실이래야 화장실 구석구석을 검은 테이프로 바른 것뿐이었지만.
직장을 다녔으니 암실작업은 거의 대부분 저녁을 먹고 시작되었다. 암실에 들어가 사진을 뽑다가 허리가 아파 이제 좀 쉬어야지 하고 밖으로 나오면 새벽이거나 아침이었다. 암실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은 적당히 하고 자야지 생각하지만 나오면 이미 잘 시간이 지나는 일은 늘 반복되었다.

마치 암실에 들어가면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현상액 속에서 사진이 한장 한장 모습을 드러낼 때의 그 느낌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말 열심히 찍고 열심히 뽑았다. 그 때 돈 버는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 말년에 이렇게 고생은 안 할 것 아니냐고 마누라는 핀잔을 주지만 난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었다. 가끔씩 들여다보는 그 때의 흑백사진은 늘 나에게는 감동이고 회한이다.

2007년 가을, 선운사
작년 가을, 집에 일이 있어 잠시 한국에 갔다. 혹시나 싶어 일정을 넉넉히 잡았는데 막상 가보니 별로 할 일도 없고 하여 오랜만에 전북 고창에 있는 그 유명한 선운사에 갔다. 
선운사는 참 좋은 절이다. 물론 대한민국에 좋은 절이 선운사뿐이겠는가 만은, 계곡을 따라 절까지 들어가는 길은 한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서정주의 시에 내가 열광하던 송창식이 부른 노래는 나에게 선운사 동백꽃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참 많이도 갔는데, 마누라에게 숨겨야 할 사연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선운사를 가는 길은 늘 나 혼자였다. 내 옆구리에는 그저 카메라가 있을 뿐이었다.
단풍철 이어서였을까? 오랜만에 가본 선운사는 더 이상 내가 혼자 다니던 그 절이 아니었다. 절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 없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숨이 막히는 병이 있는 나는 참으로 난감했다. 나를 더욱 난감하게 만든 것은 그 수많은 사람 중 태반이 카메라를, 그것도 이른바 SLR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 또 많은 분은 사진으로 밥벌이하는 나보다 더 좋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카메라뿐이 아니었다. 그 분들의 사진 찍는 모습 또한 날 움츠러들게 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찍고야 말겠다는 듯 정말 쉼 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것이었다. 내가 사진을 좀 찍어볼까 무언가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와 무섭게 셔터를 눌러댔다. 찍고, 찍고, 또 찍고. 난 그걸 보면서 저렇게 찍은 사진을 다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사진은 과정이다
보고 느끼고 - 찍고 - 현상하고 인화하고. 이것이 180년 동안 이어져온 사진의 방식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에게 디지털사진은 앞뒤를 삭둑 잘라버리고 그저 찍는 행위만이 사진의 전부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사진을 잘 찍으려면 많이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많이 찍는다는 행위에는 그 전 단계, 즉 보고 느끼는 일을 당연히 포함한 의미에서였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그저 보이는 대로 눌러대라는 뜻이 아니다.
필름시절에는 그러고 싶어도 그러질 못했다. 필름 값을 생각해서라도 한장 한장 생각하며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결과물을 보자면 또 돈이 든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어쨌든 생략할 수 없는 과정이 있는 것이다. 과정은 생략하고 지나가면 편하기는 하지만 편한 만큼 치러야 할 대가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내가 필름 예찬론자는 아니다. 나도 물론 사진은 디지털로 찍는다. 디지털이 가져다 주는 그 편리함을 외면할 무모함은 나에게는 없다. 다만 이런 정도로 말하면 어떨까?
“필름정신으로 디지털을 찍는다”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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