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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쉽다? 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11 00:00

 

사진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사진은 참 쉬워졌다. 한마디로 찍으면 나온다. 사진이 예술이라면 이보다 쉬운 예술은 없다. 악기를 배워 그래도 그럴듯한 음악을 만들어내려면 수년을 연습을 해야 할 터이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무언가 비슷한 것이라도 만들어낼라치면 상당한 시간투자와 노력이 필수다.

그러나 이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카메라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약간의 컴퓨터 지식만 있으면 매일매일 자신의 사진을 즐기며 때로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고 남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다. 그 즐거움은 제법 크다. 게다가 카메라만 장만하면 천장을 찍어도 만장을 찍어도 더 돈 쓸 일이 없다. 다만 자꾸 카메라와 렌즈를 새로 장만하고 싶은 마음만 참아낼 수 있다면.

예술까지는 안 가더라고 취미생활로서의 사진은 정말 안성맞춤이다. 일단 첨단과학이 동원된 카메라라는 도구가 참으로 매력적이고, 크건 작건 나들이를 동반하며(마냥 방안에 들여 박혀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무리를 이루어 서로 즐거움을 나누기도 쉽고 편하다. 그래서 오늘도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개인 홈페이지로 시작했던 인터넷 사진동호회가 회원 70만 명을 거느린 커다란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사진은 늘 어렵다. 들어가는 돈을 생각해서라도 한장 한장 공들여 찍을 수 밖에 없었던 필름시절이나 찍은 사진 바로 확인하며 고쳐 찍을 수 있어 너무 편한 지금의 이 디지털 시절이나 사진이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사진을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에게 사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다.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그냥 주변의 사람들과 아름다운 경치를 찍으며 스스로 만족하고 즐기면 그만이다. 거기에 사진의 참 맛이 뭐니 하고 들이댈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만약 사진의 깊은 맛을 알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알면 알수록 어렵고, 배우면 배울수록 갈 길이 구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사진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을 아주 쉽게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사진을 제대로 잘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진이 저절로 잘 찍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잘’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잘 찍고 싶은 욕심에 대부분이 하는 일은 더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사는 일이다. 디지털 덕분에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엄한 카메라회사 돈벌이만 잔뜩 시켜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주장은 이렇다. 카메라를 그저 취미로, 뭐 크게 부담 없이 찍고 싶은 사람은 가벼운 카메라를 사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즐기면 된다.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고 더 좋은 카메라, 렌즈 사려고 돈 쓸 필요 없다. 그냥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사진이 왠지 내 인생의 한 부분인 것처럼 느껴지거든,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거든 투자를 해야 한다. 여기서 투자란 좋은 카메라, 렌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다. 흔히 많이 찍으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둑 아무리 많이 두어도 일정 이상 수준은 절대로 넘을 수 없듯이 사진도 많이 찍는다고 저절로 느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사진도 공부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그 공부는 물론 자신의 몫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말이다. 
   
bains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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