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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外信 서울특파원들이 본 요즘 한국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21 00:00

두 달 넘게 지속된 촛불정국은 한국사회 전체를 혼돈과 갈등에 빠뜨렸다. 촛불시위를 촉발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를 둘러싸고 극도로 상반된 주장에 휩싸였고, 촛불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흐르면서 촛불시위 자체에 대한 찬·반 여론도 정면으로 맞서왔다. 미디어들도 경찰의 폭력 혹은 시위대 폭력의 불법성에 각각 초점을 맞추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마디로 사안마다 보수와 진보, 친미와 반미로 나뉘면서 한국사회에서 도대체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보통 사람들 입장에선 종잡기 힘든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버렸다.

▲ 최대 규모의 촛불시위를 벌인 지난 6월 10일 오후 한 외신기자가 컨테이너가 놓인 광화문 사거리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그렇다면 서울에서 취재 활동을 벌여온 외국 특파원들은 한국을 혼돈과 갈등에 빠뜨린 촛불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시위를 현장에서 취재해온 이들 외신 기자들은 한국의 현 상황에 나름대로 정통하면서도 국외자 입장에서 사안을 한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난 두 달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의 촛불시위를 알려온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혼미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창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특파원

직접 뽑은 대통령도 불신… 민주주의 과잉
반독재 투쟁 경험 때문인지 법 경시 경향

“민주주의를 싸워서 얻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이 촛불시위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역사를 모르는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대규모 집회가 오래 계속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일본 아사히신문 마키노 요시히로(43) 특파원은 촛불시위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정권을 상대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적 경험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직접 거리로 나와 행동을 하는 것 같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는 “한국의 5·18 민주화운동 때 고등학생이었는데 당시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을 이야기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어둡고 불쌍한 사회로 바라봤다”며 “하지만 기자가 돼 겪고 있는 한국은 민주주의가 과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에게조차 믿고 맡기려 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민주주의를 누리게 된 일본과 달리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고 할까.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한국인들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 아닌가. 다음 선거까지 기다리면 되는데 ‘대통령 하야’라는 목소리가 나와 놀랐다.”

그는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를 불러온 데는 한국 정부의 잘못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한·미 FTA와 경제만을 생각해서 그런지 실수를 한 것 같다. 한우농가만 설득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촛불집회 초반이라도 솔직하고 성실하게 협상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얘기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보사회에서는 정부가 뭔가를 감출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촛불시위를 취재하면서 법과 룰을 어기는 시위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아침 출근 때 아사히 서울지국이 있는 동아일보사 사옥 유리창이 깨진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은 과거 (독재정권과 싸운) 경험 때문인지 법을 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는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한국도 이제 민주주의 사회인데 스스로 법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결국 쇠고기 추가 협상을 이뤄낸 것이 장기적으로 한·미관계에 도움이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민들이 나서서 그런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대단하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며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미국과의 관계에서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촛불시위가 도움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촛불시위를 취재해온 외국 기자로서 그는 인터넷의 힘도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고라나 아프리카 등의 사이트에서 제기된 어젠다가 바로 거리의 어젠다가 되고 그걸 기성 언론이 좇아가는 현상은 일본에서는 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에도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는 사이트들이 있지만 그곳 네티즌의 의식과 일반 사람들의 의식은 차이가 크다. 여론을 선도할 정도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적 인터넷 매체와 보수적 기성 언론이 다양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게 좋아 보인다. 북한처럼 한 목소리만 나오는 곳은 불행한 사회 아닌가.”  

그는 “지난 대선과 총선, 그리고 촛불집회를 취재하면서 한국은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은 변화를 싫어하는 나라지만 한국은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하며 계속 변화하는 나라 같다. 일본에서는 자민당이 계속 집권했기 때문에 야당에 대해 근거 없는 희망 같은 게 아직 있지만 한국은 정권교체를 이룩하면서 어떤 지도자가 진짜 좋은 지도자인지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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