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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8 정상들 “내가 그린 리더(Green Leader)”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21 00:00

온난화 막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21세기 생존 과제 각국 치열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정치·경제 지형도 바꿔

“지구온난화는 세계대전이나 경제공황과 버금가는 정치·경제 및 사회적 혼란을 금세기에 일으킬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각국이 당장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GDP의 20%에 해당하는 경제적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영국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 경이 2006년 발표한 지구온난화 보고서가 나온 지 2년 만에 각국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문제가 지구촌의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각국은 친환경 정책을 의미하는‘그린(Green)’을 화두로 삼고 앞다투어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G8 정상들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온실가스를 상징하는 검은 풍선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AP


영국
브라운 총리 ‘그린 핫라인’ 등 친환경 정책으로 지지율 회복 노려
보수당 캐머런 당수 ‘녹색 실천’ 내걸고 차기 총선 바람잡기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핵심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그린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기후변화법안을 만들고 이를 의회에 제출했다. 1990년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6~32%, 2050년까지 6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정부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항도 법안에 포함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법제화하려는 국가는 영국이 처음이다. 2020년까지 전체 전력 중 40~50%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전체 전력 중 5%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히 올해의 역점 사업으로 풍력발전을 확대키로 했다.

영국 정치지도자들도 그린리더십(Green Leadership)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언해주는‘그린 핫라인’을 개설하고 1회용 비닐봉지를 완전히 추방하는 등 환경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12년 동안 1000억파운드(약 207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그린혁명’ 계획도 밝혔다.

야당인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도 오래전부터 그린 리더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캐머런 당수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해왔으며, 에드워드 왕조 시대의 자택에 풍력 터빈과 태양 전지판을 설치했다. 캐머런 당수는 보수당의 로고를 푸른 나무로 바꿨고, 기후변화를 당의 최우선 과제로 삼기도 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항공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목격하기 위해 직접 북극을 방문하기도 한 캐머런 당수는 보수당의 슬로건도 ‘청색에 투표하고 녹색을 실천하자(Vote Blue, Go Green)’로 바꾸었다.

 

프랑스
사르코지, 모든 건물 태양열 설치·2020년 화석연료 제로화
EU 환경리더 야심… 오는 12월 ‘기후·에너지 조약’ 추진

프랑스 정부는 지난 6월 17일 저탄소 사회를 목표로 하는 장기대책을 내놨다. 2020년 이후 건설하는 모든 건물(주택 포함)에 태양광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발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2020년부터 발전소의 화석 연료 사용을 사실상 제로(0)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정책은 ‘그린 대통령’ 이미지 구축을 희망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략에서 비롯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7월 1일부터 6개월간 EU 순회 의장국 의장으로서 EU의 환경정책을 이끌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앞으로 회원국들의 의견을 조율해 오는 12월 ‘기후·에너지 조약’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토의정서의 유럽판이 될 이 조약에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30%까지 줄이는 등 온실가스 배출 규제 범위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사회당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도 그린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들라노에 시장은 이미 지난해 실시한 자전거 혁명인 벨리브(velib)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벨리브는 자전거(velos)와 자유롭게(libre)라는 프랑스어의 합성어이다. 시민들이 자전거역에서 자유로이 자전거를 빌려 원하는 곳으로 이동한 후 자전거역에 반납하는 것을 말한다. 들라노에 시장은 자전거 1만6000대를 파리 전역에 비치했고, 지난 1년 동안 파리 시민 210만명 중 20만여명이 벨리브 회원으로 가입했다. 파리시는 자전거 대여료로 3000만유로(약 489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차기 사회당 당권은 물론 2012년 대권에 도전하려는 들라노에 시장은 내년부터는 ‘오토리브(autolib)’라고 명명된 무인자동차 대여 서비스 제도도 실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 4000대를 파리 시내 곳곳에 배치할 예정이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린란드에서 동토가 녹은 곳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로이터/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photo 로이터


독일
메르켈, 녹색당 버금가는 환경정책으로 재집권 포석
202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독일 정부의 환경정책은 타의 모범이 될 정도를 이미 뛰어넘었다. 독일 정부는 최근 화물차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2배까지 올리기로 했다. 자동차세도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차등 부과할 계획이다. 독일은 199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4%나 줄인 환경 모범국가다. 그럼에도 불구,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더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올해부터 신규 또는 리노베이션 주택에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키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 보조금을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친환경적인 건축자재를 사용토록 했다. 독일 지자체들도 환경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마르부르크시는 오는 10월부터 신규 주택에 태양열 집열판 설치를 의무화했다. 브레멘시도 최근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독일의 상징물인 아우토반에 속도 제한을 둔다고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은 오는 12월 전당대회에서 ‘자연적 삶의 보호’와 ‘환경 보호’를 핵심 목표로 밝힌 새로운 강령을 채택할 예정이다. 새 강령에는 2020년까지 전체 전기 공급량의 3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까지 이를 50%로 확대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장려 계획도 포함됐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은 기민당의 환경문제 강조가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상극에 있는 녹색당과의 연대·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과거 사민당(SPD)과 녹색당이 연대한 ‘적-녹 연정’의 환경정책이 국민에게 어필했던 점에 착안, 녹색당과의 제휴를 통해 재집권을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기민당과 녹색당은 이미 연대를 통해 프랑크푸르트 시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기민당과 녹색당의 연합은 사상 처음이다.


일본
온실가스 배출 80% 감축 ‘후쿠다 비전’ 발표
G8 정상회의로 환경선진국 자리매김, 지지율 만회 노려

일본도 홋카이도 도야코의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7월 7~9일)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야심이다. 이와 관련,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지난 6월 18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80% 줄이겠다는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후쿠다 비전’이라고 명명된 이 정책에는 올 가을 온실가스 배출량 거래제 도입, 하반기 중 환경세 도입 추진, 태양광 발전량 2020년까지 10배 확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차세대 자동차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후쿠다 총리의 전략은 일본을 G8 회원국 가운데 환경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자신의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모든 신규 주택의 70% 이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2010년까지 1000㎿급 원전 5기에 해당하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세워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의 50%를 장악하겠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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