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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공부벌레들, 졸업하면 돈벌레?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24 00:00

39%가 高연봉 좇아 월街 등 금융계로 "학자금 상환 부담 탓…" 현실적 고충도 비판 커지자 대학 "진로 다양성 힘쓸것"

 

'하버드대학은 월가(街) 인력 양성소인가?'

세계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미 하버드대의 학생들이 졸업 후 돈을 좇아 월가의 금융 및 컨설팅 직으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입학할 때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도전했다가, 졸업하면 돈 많고 안정된 직장을 찾아 후퇴하고 마는 것이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22일 금융·컨설팅 등 돈을 많이 주는 직종으로 진로를 정한 졸업생이 5명 중 2명꼴이라고 밝혔다. 컨설팅(16.1%)·은행(12.4%)·금융(10.6%) 등의 직종에 자리를 구한 학생의 비율이 39%나 된다.

월가가 하버드대 졸업생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은 물론 돈이다.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금융·컨설팅·기술 등 주로 월가에 취직하는 올해 졸업생의 기본연봉은 6만5000달러(약 6500만원)로 다른 분야 평균인 3만5500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2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패기에 찬 하버드 대학생이 월가에 포섭되는 과정을 졸업생 인터뷰를 통해 예를 들었다. 인도 출신의 다발 차다(Chadha)씨는 "하버드대에 입학할 때는 헤지펀드나 컨설팅회사가 뭔지 잘 모르지만, 월가에 채용되려는 3~4학년생이 비싼 저녁을 먹고 들어와 돈을 뿌리기 시작하면 뭔가 품위를 느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던 액샤이 간주(Ganju)씨는 3학년 여름방학 때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에서 인턴을 한 뒤, "하버드대처럼 똑똑한 사람이 많다"며 진로를 바꿨다. 그는 회사가 제공하는 넉넉한 연봉으로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을 생각이다.

월가로의 '쏠림 현상'에는 하버드 대학생 특유의 경쟁심도 한몫 한다고 한다. 입학할 때 치열한 경쟁을 치렀던 하버드생들은 졸업 후 유수한 직장을 놓고 다시 한 번 겨루는 특유의 경쟁심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저명한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Gardner) 하버드대 교수는 "이것이 하버드 교육의 목표인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공공서비스 등 월가 이외의 다른 영역으로 학생들의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하버드를 비롯해 앰허스트와 콜비 등 3개 톱 클래스 대학에서 교육과 열망과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무료 세미나를 열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처방도 제시되고 있다. 대학생활 동안 빌린 학자금 대출이 결국 학생들의 진로를 제약한다는 점에 주목,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면 이를 갚아주거나 융자 대신 무료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치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하버드 크림슨'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하버드 졸업생들에게 금전적 부담이 없다면 어떤 직업을 택하겠느냐고 묻자, 월가로 진출하겠다는 비율은 절반 수준인 20%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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