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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도, 판타지도 훌쩍 커졌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16 00:00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

몸집이 훌쩍 커진 것은 아역 배우들만이 아니다. 1편 이후 2년 반 만에 돌아온 ‘나니아 연대기’ 2편(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은 한껏 높아진 관객의 눈에 들기 위해 일단 규모를 크게 키웠다.

옷장을 통해 미지의 세계 나니아로 들어간 어린 남매 4명이 나니아의 왕위에 오른다는 줄거리의 1편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어린이용 영화라는 인상이 강했다.

C.S 루이스의 동명 소설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으나 애초에 원작이 어린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이었으니 영화 역시 아동용 판타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잇따라 개봉한 판타지 블록버스터들에 익숙해져 웬만큼 새로운 볼거리가 없으면 놀라지 않는 성인 관객에게 ‘나니아…’의 일부 장면은 소박하다 못해 어설퍼 보이기까지 했다.
 
2편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에는 이런 한계를 깨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뉴질랜드와 동유럽을 오가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컴퓨터그래픽에 아낌없이 투자했음이 화면에 훤히 드러난다.

클라이맥스의 웅장한 전투신에 이르면 ‘원작에 그런 장면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야 할 정도로 입이 벌어진다. 그만큼 영화의 ‘때깔’은 일정 수준을 넘어섰고 어설프다는 느낌은 깨끗이 사라졌다.

잘 자란 아역 배우들도 제 몫을 다했고 시리즈물이지만 영화 한편으로서의 완성도도 살렸다. 결국 관객이 판타지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모두 갖춘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 친근감이라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만의 정체성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원작에서 스펙터클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반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오가야 하는 페벤시 남매의 고민과 절대적 존재인 아슬란과 남매의 관계, 즉 ‘나니아’ 시리즈만의 철학이 최소한으로만 담겨진 것.

지하철역에서 마법의 세계로 건너가 모험을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연상시키고 등장인물들이 주도권을 뺏고 뺏기며 전투를 벌이는 장면들을 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시리즈물의 아성을 넘어선다는 믿음이 가지 않고 오히려 성공한 여러 판타지물의 혼합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말하는 동물들의 귀여운 몸짓과 현대물에 적합한 농담 같은 대사들은 판타지물로서의 매력을 반감한다.

왕과 여왕으로 나니아를 통치했던 페벤시 남매 4명은 현실로 돌아온 지 1년 만에 마법의 힘에 의해 다시 나니아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10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나니아는 예전에 알던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인간인 텔마린족이 나니아를 점령해 나니아인들을 무자비하게 몰아내 버린 것.

남매를 나니아로 불러낸 건 텔마린족의 왕위 계승자인 캐스피언 왕자다. 그는 삼촌 미라즈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나니아인의 은신처로 몸을 피해 있다가 페벤시 남매와 만난다. 캐스피언 왕자는 자신의 왕위를 되찾아 주면 나니아인들에게 터전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페벤시 남매와 나니아인들은 그를 도와 미라즈의 군대와 전쟁에 나선다. 관람등급 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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