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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비’가 왔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09 00:00

‘매트릭스’워쇼스키 형제의 새 영화 ‘스피드 레이서’

이 영화의 핵심 홍보 문구는 ‘당신의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표현을 이렇게 되돌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매트릭스식 철학을 기대했다면 잊어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욕구가 스크린을 통한 극한의 스피드와 새로운 볼거리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워쇼스키(Wachowski) 형제가 보여주는 전대미문의 시각혁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피드 레이서’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다. 워쇼스키 형제는 이번 영화의 타깃 연령대를‘매트릭스’보다 적어도 열 살은 낮춘 것으로 보인다. 가족 오락영화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는 이 자동차 경주 영화는 세 가지 스타일의 화려한 뒤범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홍콩 무술영화 그리고 팝아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선명한 원색의 공간 디자인.

이야기와 배우의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레이서 태조 역을 맡은 비(정지훈)는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등장해 한국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한 가지 감정(주로‘분노’다)만을 표출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스피드 레이서’를 빈약한 드라마와 볼품없는 연기라고 비판하는 건 공정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워쇼스키 형제의 욕망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 4개의 트랙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자동차 경주를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완성하기.

애니메이션 기법을 빌려 원근법을 고의로 무시하고 만들어낸 화면들은 기이한 공간감을 자랑하고, 경주용 자동차가 트랙 위에서 벌이는 격렬한 충돌과 대결은‘카푸’(자동차 쿵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수직으로 곤두박질하거나 360도 회전하고 자유자재로 공중 점프하는 레이싱카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컴퓨터 그래픽에 관한 할리우드 기술력의 최전선에 절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대목 하나. 21세기의 젊은 관객들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이런 시각혁명만으로 만족할 수있는 걸까? 원작은 일본 애니메이션‘마하 고고고’(1967).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줄거리: 스피드 레이서(에밀 허시)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레이서. 경주용 자동차를 만드는 아버지 팝스 레이서(존 굿맨)의 자랑거리다. 문제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터졌다. 대기업 로열튼의 후원 제안을 사양하자 원래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던 이 회사의 음모가 시작된 것. 스피드는 로열튼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토고칸 모터스의 상속자 태조(비)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 팀을 구성하고 지옥의 레이싱을 펼친다. 10여 년 전 형의 목숨을 빼앗았던 바로 그 코스에서.

◆전문가 별점
‘매트릭스’처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재미보다는 화려함으로 압도하는 블록 버스터.
★★★ 이상용·영화평론가
열정과 재능의 결합. 영화의 새로운 시대 열다.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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