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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이 보약, 엄마는 자연식 주치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02 00:00

고지연씨의 일본식 건강상차림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십 수 년 전 가수 변진섭이 불렀던 노래 ‘희망사항’이다. 당시 여자들에게 스트레스성 식욕 돋우던 이 노래의 2절은 더 가관이다. 웃을 때 목젖이 보이도록 밝은 성격의 여자이면서 김치볶음밥도 잘 만들어야 하고 남자가 돈이 없을 때도 마음 편하게 만나줘야 하고, 멋을 내지 않아도 멋이 나야 하는 여자…… 결국은 키 크고 날씬하면서도 좋은 성격에 패션감각까지 갖춘 여자가 좋다는 말이다.
 정작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여자 변진섭’으로 불리던 여자 노영심이다. 대박을 터뜨린 이 노래, 인터넷이 발달 된 요즘이라면 분명 누군가 나서서 시중에 배포 된 CD전량 수거 폐기처분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었을지도. 그러나 한번 뭉치면 ‘못 말리는’ 힘을 지닌 여자들이 가사 말미에 붙여진 한 마디에 맥없이 무너졌다. “그런 여자에게 잘 어울리는 남자가 좋더라” 그 한 소절의 힘이었다.
인생을 좀 살았을 만한 40대 주부들에게 결혼 후 여자들이 절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첫째 남편, 둘째 자식, 셋째 몸이라는데 공감한다.

▲ “이 요리의 장점은 얼렁뚱땅, 아무리 많은 손님이 와도‘휙휙휙’해치울 수 있고 끓이지도 익히지 않으면서 건강한 음식”이라는 고지연씨. 한국에서 YMCA 강사와 한국청소년오케스트라 디렉터, 대학에서도 플룻강의를 했던 그녀는 남들로부터‘병원 공포증’에‘결벽증’이라는 온갖 소릴 들으면서도 병원에 다니지 않으려고‘용’을 쓰느라 밥상을 보약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악을 하면서도 커피 대신 대추차를 마시며 철저한‘올가닉 푸드’를 고집하며 살아가지만 절대 건강염려증 환자는 아니라고 웃는다.

 세상 어느 여자인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살과의 전쟁을 벌이며 굶주림의 고통에서 허덕일까.
그러나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무대 위에서 플룻을 연주할 때 복식 호흡하느라 볼록해지는 붕어배가 귀여운 여자 고지연, 그녀가 그렇다. 입만 떼면 건강한 먹거리 이야기를 펼쳐 지인들로부터 ‘여자 이상구박사’로 불리는 그녀를 보면, 얄밉게도 변진섭의 ‘희망사항’에 아주 많이 근접해 있다.

그녀, 5학년짜리 딸을 둔 40대 중반을 코앞에 둔 나이에 ‘신이 내린 몸매’ 163cm 45kg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형형색색 찬란한 빛깔이 식욕 돋게 하는 밥상, 그리고 크게 기쁘거나 크게 슬플 일 없는 생활 속에서 손톱만한 기쁨이라도 찾아내어 자기 체면에 빠져 사는 ‘A형’ 성격에 있다.

그녀가 차린 일본식 밥상, 계란 노른자 풀어 먹는 일본식 생 청국장 ‘낫토’를 직접 만들어 냉장고 안 모든 야채를 삼시세끼 차린 게 전부라지만, 평소 15가지 야채를 집안에 갖춰두고 살기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주부들은 안다. 야채 가게도 아니고 손님이 득실대는 큰 살림도 아닌 집에서 영양, 궁합 따져 야채 과일 챙겨 먹고 직접 청국장을 만들어 발길 닿는 이웃들까지 ‘퍼’나르는 극성스러움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이슬만 먹고 살 것 만 같은 그녀, 어른 셋만 모이면 플룻 불던 도톰한 입에서 건강상식이 줄줄줄 …… 쏟아진다. 그래서 ‘여자 이상구 박사’다.

고지연씨가 깔끔하게 차려놓은 일본식 건강상차림

 5학년 때 좋아하던 남자아이에게 잘 보이려고 플룻을 시작했고, 그 아이가 지켜보던 첫 연주회에서 운명처럼 무지 무지 잘 해 칭찬을 들으며 그 자리에서 미래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결정해버렸단다.
“저 남자가 내 남자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갈 길은 플룻이다.”
훗날? 그 남자는 남의 남자가 되고 그녀는 더 사랑하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는……
그러나 플룻은 딸 지윤이와 함께 이후 3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
“위와 장이 나쁠 땐 뭐가 좋을까요?”
“알로에와 마, 십이지장 궤양일 경우 생감자를 갈아서 죽으로 끓여 먹고… 아, 오래 장복하면 정력이 쇠퇴해지고 …”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어설픈 건강식품, 건강관리 상식 잘못 꺼냈다가는 ‘초전박살’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목소리가 큰 것도 아니고, 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고집스러움도 없지만, 한번 봇물이 터지면 서론 1시간, 본론 2시간을 이어가고도 추가 30분 더 보너스 강의를 할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이 작은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것을 매끼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게 ‘나, 우리’와 다르다.
대학시절 음악대학 외 약학대학 의과 대학 건물 주변에도 가 본 일 없던 그녀가 이렇게 건강에 박식다식하게 된 건, 스스로 살아 남기 위해서였다. 늦둥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로 밥의 양만큼 한약, 양약을 먹으며 자랐던 지긋지긋함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몸을 임상실험대상으로 삼아 마구 투여한 결과다.
“이론만 많이 알면 뭐해요. 실천도 중요하고 실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진정한 건강한 몸이 만들어 지죠.”
이런 그녀도 마흔 훌쩍 넘긴 요즘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나이를 실감한단다.
그녀가 악착같이 건강을 챙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 지윤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는 것도 엄마로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살아있으되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 덕분에 살인적인 연주 스케줄과 레슨 등으로 바쁜 일과를 소화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을 만큼 건강한 것은 덤이라고.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주요재료: 일본 다시 간장(사진참조), 날치알(마사고), 날 김, 연겨자 야채: 빨강, 노랑, 파랑 피망, 시금치, 노란 무, 샐러리, 양송이, 빨간 양파, 당근, 미나리, 들깻잎 등 기타 재료: 햄, 유부, 두부, 버터에 구운 연어, 단무지, 다시마 등 청국장재료: 청국장 50g, 계란 노른자 2개, 참기름 1ts, 다시 간장(사진)

① 모든 야채는 5cm 길이로 썰어 양파는 찬물에 담가 매운기를 빼고 다시마는 납작하게 썰어 물기를 제거한다.
② 일본 다시 간장과 연겨자 2g을 잘 저어 간장소스를 만든다.
② ③ 생 청국장 위에 계란 노른자 하나를 깨뜨려 섞어 준다.
③ ④ 3의 재료에 일본 다시 간장 1/2ts, 참기름 1/2ts을 혼합, 일본식 청국장 ‘낫토’를 만든다.
④ ⑤ 밥 위에 낫토를 얹어 밥과 함께 살살 비벼 먹는다.
⑤ ⑥ 날 김에 좋아하는 야채와 날치알을 올려 돌돌 말아 다시 간장 소스에 찍어먹는다.

■ Cooking Point
① 시중에 팔고 있는 청국장, 요쿠르트 기계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청국장을 만들 수 있어요.
② 냉장고 안의 모든 야채가 모두 야채 김 말이의 재료!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가는 야채를 없앨 수있어 일석이조랍니다.
③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식으로 최고, 맛과 영양도 만점 입니다.
④ 생 청국장을 요쿠르트와 갈아 마시면 미숫가루처럼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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