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한국어에 힘을 실어주세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4-02 00:00

인터뷰 / UBC 한국어학과 로스 킹 교수 2년 전부터 강사 채용 위한 기금 모금 활동

UBC 한국어학과 로스 킹(Ross King) 교수. 그는 북미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 중 유일한 비한국계이다. 안식년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연구실에 나와 연구를 계속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제자가 있으면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1년 전부터 열심히 자료를 업데이트해서 완성한 UBC 한국어학과 홈페이지를 소개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자랑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한국인의 열정을 지닌 푸른 눈의 한국어학자 로스 킹 교수를 만나봤다.

“북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140여개 대학 중에 학부 4년과 석사, 박사 과정까지 개설되어 있는 학교는 UBC, UCLA,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가 전부입니다. UBC의 한국어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프로그램이지요.” 로스 킹 교수는 “그러나 모든 한국어과정을 현재 저와 이인선 강사 2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 교수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UBC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는 각각 13명 이상의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2명의 교수진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그는 “2명이 모든 한국어 수업을 담당하다 보니 제약이 많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찾아오는 학생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강좌를 더 개설할 수 없기 때문이죠”라고 토로하며 지난 2007년 9월에는 한국어를 수강하려는 학생 80명을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킹 교수에 따르면, 5년 전부터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공급은 그에 못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풀타임으로 일할 한국어 강사를 고용하려면 80만달러가 필요합니다. 1년짜리 강좌(6학점) 하나를 개설하려면 최소 25만달러가 필요하고요.” 2년 전부터 기금 모금 운동을 시작해 현재 7만달러를 모았다는 킹 교수는 한인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킹 교수는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어를 세계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어 교육이 단순히 한국계 학생을 위한 한국어 수업 기회를 늘리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국인도 쉽게 한국어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제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방법이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한국은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많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한국어에 비해 국제적 관심과 수요가 높다. 이 두 언어가 세계어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양국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중국은 ‘한반’(漢辦; 중국어를 해외에 보급하기 위한 활동을 총괄하는 중국 정부 내 최고 지휘탑으로, ‘국가 대외 한어 교학 영도소조(國家 對外 漢語 敎學 領導小組)’의 줄임말)을 북미와 유럽 등 세계 곳곳에 세워 중국어 보급에 힘을 쓰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장학금’을 제정해 중국 대학에 지원하는 외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중국어를 공부하러 온 어학연수생들에게도 장학금 혜택이 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들을 위한 일본어 교육 제도가 더욱 잘 되어있다. 고등학교 이하의 외국인 학생이 자국에서 공부할 경우, 학생의 모국어와 일본어가 가능한 통역도우미를 학생당 한 명씩 붙여준다. 또한, 국가차원에서 지역마다 일본어교육기관을 만들고 외국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파견해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대학 이상의 유학생들에게는 일본 문부성을 비롯해 대학과 각종 단체의 장학금이 다양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공부한다. 교환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마련되어 있고 일본어를 배우러 오는 어학연수생들을 위한 사설학원과 단체의 장학금도 다양하다.

반면, 한국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서울은 세계에서도 물가가 비싼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라, 아무런 재정적 지원 없이 공부하러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외국인이 많다. 킹 교수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 특히 교환학생을 위한 장학금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킹 교수는 “밴쿠버에는 열의가 있는 한인 공동체와 UBC의 훌륭한 한국어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인 공동체와 대학교가 잘 협력한다면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라며 한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김주리 인턴기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