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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 담백한 버터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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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8-02-29 00:00

루베 라믈랴트(Ljube Ramljak)씨 "사람 사는 거 어디나 다 비슷해요"

주부레서피 54회 주인공 주준옥씨에게 ‘무자카’ 요리를 가르쳐 준 루베 라믈랴크(Ljube Ramljak)씨. 몇 해전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제목의 내전(內戰)소식이 뉴스 시간마다 등장했던 나라  보스니아(Bosnia)가 고향이다.

그녀의 조국 유고슬라비아는 1개의 국가가 2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4개의 민족이, 5개의 종교로 나누어져 6개의 국경에 인접한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어, 민족간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내전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복잡하고 아픈 역사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을 것만 같은 푸근한 인상의 루베씨. 학교에서 돌아 온 6학년 큰아들 니콜라, 4학년인 딸 요시파와 나란히 앉은 그녀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라면, 꾸밀 줄 모르는 순박함으로 직장에서도 모든 동료들과 친구 같은 우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내달엔 친정어머니를 만나러 유고슬라비아를 다녀올 계획이라며 모처럼 휴가에 아이들처럼 즐거워 한다.

 보스니아의 고급 레스토랑 쉐프(CHEF)로 일을 했던 화려한 경력을 들은 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오만한 편견 하나가 있었다. 오랜 내전으로 가난과 기아로 허덕이는 나라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당연히 가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궁핍의 티’, 그리고 이민자 싱글 맘으로 외국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덕목 같은 ‘강인함’. 그러나 현관을 내려다보며 2층에서 육중한 팔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는 뜻밖에(?) 밝고 씩씩하다.

“하이~ 트러블 메이커 다이아나 주!”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와 문을 연 집안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누군가 선물해 준 장식품과 그릇, 이사 가는 이웃이 남기고 간 가구들로 꾸몄다지만 싱글 맘으로 남매를 키우며 생활을 꾸려가는 억척스러움 같은 건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작은 테라스 너머로 따끈한 봄 햇살이 집안을 밝히고 있는 그녀의 작은 보금자리는 아늑하고 따뜻하다. 거실 소파에 기대어 고양이처럼 깜빡 한 숨 졸고 싶은 편안함이 있다.

직장에서 닷새 일하고 쉬는 이틀 휴일에는 또 다시 치과병원에서 도우미로 일하며 하루도 쉴 틈이 없는 그녀. 들여다본 적 없지만 넉넉하지 않은 수입으로 두 아이를 키우느라 그녀의 통장잔고는 분명 ‘0.00’에 다가서며 긴장시키는 날이 많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부자였다.

빵 반죽을 해 놓고 2층 방에서 무언가 조심스럽게 들고 나왔다. 언젠가 부산에서 유학 온 학생들의 집안 일을 도와주던 날, 알뜰하고 따뜻하게 보살펴 준 감사의 표시로 학생 부모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형형색색의 자개를 붙여 만든 나전칠기 보석함이다. 한 눈에 꽤 비싸 보이지만 그녀는 그 물건의 산술적인 가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보석함을 보석보다 더 소중하게 품고 사는 건 선물한 사람의 마음 때문이었다.

어떤 일을 해도 즐겁게 하려는 열린 마음, 누구와 만나도 친구가 되는 폭넓은 인간관계, 물 한잔을 마셔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달게 마시는 욕심 없는 그 마음…… 이런 감사하는 마음이 정부지원 아파트에서 사는 그녀가 365일 부자로 살 수 있는 이유였다.

여유만만 그녀, 언제 또 그럴 시간이 있었을까. 손수 뜬 하얀 레이스 뜨개 장식으로 싱크대 칸칸을 예쁘게 장식해 두고, 식탁 위에는 고운 꽃들이 향기를 내뿜으며 예쁘게 꽂혀 있다.

둘째 딸을 임신한 후 영국인 남편과 헤어졌지만 열심히 일하고 씩씩하게 두 아이를 키운 지 10년이 넘었다. 아빠를 대신하는 싱글 맘은 왠지 강해야 할 것 같은데, 학교에서 돌아온 6학년 아들 니콜라(Nikola)와 4학년 딸 요시파(Josipa)에게 솜처럼 부드럽고 한없이 따뜻하기만 하다.

▲ 루베 라믈랴크씨가 만든 버터 빵. 토마토, 치즈와 곁들여 내면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된다. 

여자들의 살림에 관한 수다는 세계공통. 집주인 허락도 없이 지하로 살금살금 내려갔다. ‘다아아나 주(주준옥씨)가 아이디어를 줬다’는 커튼 드리워진 공간도 살짝 열어보았다. 칸칸이 짜여진 수납장에 그릇이며 아이들 용품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옆집에서 이사 갈 때 얻어 온 카펫에 친구가 준 소파, 책상, 조명 등은……”
돈 있는 사람들의 인테리어야 얼마든지 환상적일 수 있지만, 얻고 주워서 꾸민 그녀의 인테리어 컨셉은 ‘알뜰함+소박함+편의성’으로 알뜰주부 아이디어의 총 집합이었다. 비록 월 수입에 맞춰 정부에서 임대해 주는 아파트이지만 테라스 구석 구석 ‘내 집’처럼 닦고 쓸고 반질거리게 해 놓고 사는 그녀.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이 씩씩하고 당당하다.

한번도 ‘나만의 레서피’ 지면을 구경한 적도 없는 그녀가 그림을 보며 하나 하나 설명을 들은 후 시작하더니, 이 레서피 하나면 열 가지 스무가지 빵을 만들 수 있다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 한다. “정말 빵을 못 만드는 주부도 있어?” 그런 표정이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고소하고 담백한 버터빵 만들기

■ 재료 밀가루 3컵(200mi기준), 이스트 1.5ts, 설탕1ts, 버터 100g, 물 350ml 사전준비: 오븐은 435도에 맞춰 예열시켜 둔다.

① 약 50g의 생수에 이스트와 설탕을 넣어 녹인 다음 저어 놓는다.
②  버터를 잘게 썰어 물 350ml를 붓는다.
③ 2의 버터를 전자레인지에 약 1분 가량 데워 녹인 다음, 잘 저어준다.
④ 밀가루에 소금 1.5ts을 넣어 녹인 이스트로 1차 반죽, 다시 녹인 버터를 부어 반죽한다
⑤ 몇 겹으로 비닐 랩을 씌운 다음 천을 덮어 실온에 1시간 가량 숙성시킨다
⑥ 반죽이 부풀어 오르면 한번 더 저어서 다시 랩을 씌워 30분간 방치한다.
⑦ 바닥에 밀가루를 뿌린 다음, 반죽을 큼직하게 떼어내어 빵 모양을 만든다
⑧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반죽을 나란히 얹고 약 35분 정도 굽는다.
⑨ 윗 부분이 부풀어 노릇하게 구워진 빵 위에 버터를 바른다.
⑩ 빵을 뒤집어 놓고 빵 틀에 남아 있는 열기로 버터가 빵에 배어들도록 한다.

■ Cooking Point

① 이스트를 녹여 부드러운 거품이 날 때까지 살살 저어 주세요.
② 버터는 완전히 녹이세요.
③ 오븐은 예열이 완전히 된 후 다시 타이머를 맞춰 빵을 구워주세요.

■ Cooking Tip

① 밀가루 반죽에 씨앗을 잘게 부숴 넣어도 맛있어요.
② 호밀로 건강 빵을 만들어도 좋아요.
③ 더 고소한 맛을 내고 싶을 땐 버터의 양을 조금 더 넣어주세요.
④ 더 달콤한 빵을 먹고 싶을 땐 설탕의 양을 조금 더 늘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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